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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 ㅣ 아무튼 시리즈 11
김병운 지음 / 제철소 / 2018년 4월
평점 :
별 기대 없이 펼쳤는데,
장강명의 <5년 만에 신혼여행>만큼이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에세이였다.
애인과의 에피소드들을
우리에게 친근하고도 만만한(?) 방콕이라는 도시 위에 툭툭 부려놨는데
아, 이 별것 아닌 소소한 상황들이 주는 즐거움이 꽤 컸다.
무엇보다 책 속에 담긴 '애인'의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고
('5년 만에 신혼여행'의 HJ가 그랬던 것처럼),
애인을 바라보는 무심한 듯 따듯한 작가의 시선도 재미있다.
방콕의 한 호텔 식당에서
우연히 애인이 대학 선배를 발견하게 되었던 날에 대한 둘의 대화.
나: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가버릴 수가 있냐고. 나만 혼자 남겨두고.
애인: 무슨 소리야?
나: 그때 말이야. 그 대학 선배라는 사람이랑 마주칠 뻔했을 때.
애인: 미안한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혹시... 내가 기억을 잃은 그날을 말하는 거야?
나: 예,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들'의 기나긴 리스트가 꿈속에서조차 펄럭이는
요즘 나의 일상에 애써 틈을 내어
가볍고 산뜻한 바람 한 줄기를 불어넣어주는 듯한 독서였다.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고 책을 읽은 게 얼마만인지!
마치 힘 안 들이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기분이랄까.
2~3시간짜리 휴식과
남의 연애 엿보는 즐거움을 위한 값으로
꽤 괜찮은 "가성비"다.
(작가가 방콕을 선호하게 된 주요한 동기 중 하나가 "가성비". ^^)
태국(방콕)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쉴 새 없이 맞장구를 치며 책이 이끄는 동선과 작가의 경험에 공감할 것이고,
'가 볼까' 재고 있던 사람이라면 덥석 비행기표를 끊게 되지 않을까.
(실은, '방콕'은 그저 거들 뿐,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연애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