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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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나이 서른도 채 안 됐는데 짙은 머리같이 한 가닥도 남아 있지 않은 백발이다. 이런 이상한 젊은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일찍이 백발의 재상이 있었다는데,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하얀 솜털 모자가 내 머리 위에 얹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이다. 일본 소설은 많이 보는 편이지만 1923년에 데뷔한 작가의 작품까지 찾아서 보는 편이 아닌지라 그의 작품은 처음으로 읽는 것이었다. 에도가와 란포의 책은 읽은 적이 없지만 그래도 그의 이름은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여러 소설을 읽다보면 거기에 에도가와 란포 상을 받았다고 써 있던 것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유명한 추리 만화인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김전일의 라이벌인 아케치 켄고 경감의 이름은 에도가와 란포의 명탐정 캐릭터 아케치 고고로에 대한 헌정의 의미이고 <명탐정 코난>에서 주인공 이름이 에도가와 코난이며 탐정사무실을 운영하는 사설 탐정의 이름이 아케치 고고로에서 따온 모리 고고로라고 하니 이 작가가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인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주인공 미노우라가 극심한 공포로 인해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어 버렸다고 이야기하면서 시작이 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죽인 연인인 하쓰요의 이야기를 한다. 미노우라는 직장에서 하쓰요를 알게 되고 수줍은 성격에 친해지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이 둘은 결국 연인이 된다. 하쓰요에겐 뭔가 감춰둔 비밀이 있었는데 조금씩 미노우라에게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찢어진 족보 한 장을 들고 버려진 것을 지금의 양부모님이 데려다 키웠고 그 족보를 미노우라에게 정표로 주게 된다. 이 둘은 자연스레 결혼을 약속하게 되지만 하쓰요에게 구애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는 전부터 미노우라를 좋아하고 있던 미치오였다. 하지만 얼마 후 하쓰요는 집에서 살해당하고 만다. 집의 문은 잠겨 있는 완전 밀실인 상태에서 말이다. 상심에 빠진 미치오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아마추어 형사 미야마기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이것을 조사하던 미야마기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있던 해변에서 살해당하고 만다. 미노우라는 잠시 미치오를 의심하고 찾아가지만 그가 범인이 아니라 그도 나름의 추리를 하고 있음을 알고 함께 추리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이 모든 일에는 미치오의 아버지인 죠고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하쓰요가 예전에 그림을 그려준, 그리고 미치오가 자란 섬으로 함께 떠난다.

 

완전 밀실 상태인 집에서 죽은 하쓰요나 많은 사람들이 있던 해변에서 죽은 미야마기의 살해는 여느 추리소설과 다르지 않지만 살해방법은 오히려 더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소외된 사람이며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건데 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어린 나이의 서커스쑈에서 조그만 물병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흉측한 외모의 죠고로 부부나 벙어리, 곱추, 샴쌍둥이들이 등장한다. 미치오 마저도 이 소설에선 동성애자로 나온다. (이 소설에선 이것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결말이 아쉽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로썬 금사빠같은 미노우라가 참 아쉬웠다. 오히려 미치오의 사랑이 더 숭고해보였달까. 결말도 조금은 아쉬웠지만 말이다. 그래도 외딴 섬에서 광기를 내보이는 곱추 죠고로나 어두운 동굴 속을 헤매이며 점점 정신이 날카로워지는 미치오와 미노우라의 모습은 정말 생생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애드거 앨런 포와 같은 다른 추리소설 작가와 책이 등장한다. 그 책들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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