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죽으면 부패하고 냄새도 나. 아름답던, 사랑스럽던 얼굴도 어디론가 가버려. 살인이 큰 죄인건,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그런 모습으로 바꿔놓을 권리가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보통 상상력을 가진 인간이라면 사람이 죽으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마음으로 이해해. 그러니까 엔간한 일 아니면 남을 죽이지 못해.

그런데 요새 그런 상상력이 없는 인간이 늘고 있어. 무시무시하게 늘어났어. 그것도 확실히 소년들 중에 많이. 그렇지만 그들도 눈이 있고, 코가 있고, 감수성이 있거든. 실제로 사람을 죽이면, 그제야 그게 어떤 일인지 몸으로 이해해. P.279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님의 작품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된 건 2015년이지만 원래 <도쿄<워터프런트) 살인 만경>이란 제목으로 19904월 출간된 장편소설이란다. 미미여사님의 데뷔가 1987<우리 이웃의 범죄> 였으니 여사님의 초기작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여사님의 대표작으로 알고 있는 화차나 모방범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그 두 소설이 인간군상이 등장하는 르포식 추리소설인데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표라 불리는 그녀이니 등장인물들이 약간은 무겁게 느껴지는데 이 소설에선 그 정도의 무거움이 덜하다. 그런 면에서 화차 같은 소설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이 소설을 보고 조금은 실망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초기작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미여사님의 작품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점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어떤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그녀의 특유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책의 주인공인 형사의 아이, 준은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도쿄 시타마치로 이사를 왔다. 여기에 마음씨 좋은 가정부 하나 할머니가 가사 일을 봐주시고 금새 신고라는 소년과 친해졌다. 어느 날 그 둘에게 준은 동네에 떠도는 한 소문을 듣게 되는데 강변에 있는 한 단독주택에서 젊은 여자가 들어가서 다신 나오지 않게 되었다며 그 여자는 암매장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신고를 통해 그 주택의 주인이 굉장히 유명한 화가인 시노다 도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준은 그 주택을 조심히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편, 마을 하천에 토막 난 시체가 떠내려 오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준의 아버지 미치오가 수사를 하게 되고 이것이 준이 조사하고 있던 시노다 도고의 사건과 맞물리게 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상상력이 없는, 남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상력 없는 아이가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한 사람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범인이라고 지목을 하고, 상상력 없는 아이들이 여자를 갖고 놀고 죽이고 그 여자의 친구들까지 죽이며, 또 상상력 없는 아이가 자신을 좋아한다며 따라다니는 여자를 불량배를 만났단 이유로 혼자 두고 도망을 친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상상하지 못한 채 저지르는 일들이 얼마나 참혹한지 또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소년법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무엇이 잘못 됐는지도 모르며 여전히 소년법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허탈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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