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아줌마 사이
야마다 구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큰나무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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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와 아가씨의 차이점을 아는가? 얼마 전 읽은 한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는 이 둘의 차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먼저 미용실에서 아가씨들은 연예인 XXX처럼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반면 아줌마들은 무조건 오래가게 해주세요 라고 말한단다. 옷가게에서 옷을 고를 때 아가씨들은 자신들에게 잘 어울리는지를 먼저 보고 아줌마들은 많이 가려지는지를 먼저 본단다. 화장을 지우고 나서는 아가씨들은 청초한 맨 얼굴이 드러나고 아줌마들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눈썹문신이 드러난단다.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이 다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아줌마란 뻔뻔하고 무식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제는 더 이상 여자가 아닌 새로운 종족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게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아줌마들이란 바로 나의 어머니, 나의 아내, 미래의 내 모습일텐데 말이다.

총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는 아줌마와 아가씨 사이에 있는 4명의 여자들의 삶을 통해 아줌마와 아가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요시노야의 구두>의 주인공 노리코는 직장에서 아줌마라 불리며 무시당하는 29살의 노처녀이다. 사실 결혼 적령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파릇파릇하고 예쁘고 성숙함까지 묻어나는 29살의 나이이건만 그녀의 겉모양과 행동방식은 나이어린 직장동료들에게 아줌마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편하다고 늘 신는 이제는 한물간 스타일의 구두, 커다란 니트 카디건 등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외향에 원두커피를 마시고 난 후 남은 원두를 냉장고 탈취제로 사용하는 등 아줌마들이 쓰는 생활의 지혜들을 회사에서 적용시키는 것이다. 또 윗배까지 덮을만한 속옷은 나이어린 여직원들에겐 늘 수다거리로 입에 오르내리는 주제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울컥하는 마음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진짜 아줌마 쓰네코를 만난다. 그곳에서 노리코는 스네코를 통해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법, 자신에게 돈을 쓰는 법, 자신을 좀 더 아끼는 법을 배운다.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왔을 땐 더 이상 예전 아줌마로 불리던 노리코가 아니었다.

<제곱의 법칙>은 혼자 수영을 못해 매년 놀러가는 바닷가에서 짐을 지키는 신세가 되어버리는 38살의 주부 교카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점차 커갈수록 집안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 느껴지고 다가올 여름엔 꼭 수영을 하고 싶단 맘에 집에서 좀 떨어진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게 된다. 주부이지만 아줌마의 생활방식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교카는 다른 아줌마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다. 20대의 젊은 수영강사를 두고 성적인 농담을 하며 까르르 웃는 아줌마들의 대화에 귀는 기울이지만 같이 대화를 하기엔 너무 낯부끄러운 것이다. 38살을 30살이라 잘못 쓴 데스크의 실수로 20대 젊은 수영강사는 교카에게 관심을 보이고 남편과 연애할 때 빼곤 두근거림을 느껴본 적 없는 교카는 그 수영강사와 관계를 가지게 된다. 한번의 실수가 아닌 여러번으로 지속 되었을 때 수영강사와 시간을 보내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고 서둘러 집으로 가는 도중 핸드폰을 보니 가족들의 걱정 어린 메시지들이 와 있었다. 결국 수영강사에게 사실을 고하고 그 후 가게 된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교카의 모습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가드닝>은 시골에서 사는 노처녀 후바타의 이야기다. 인터넷조차 할 줄 모르는 그녀는 유일한 취미가 제라늄을 기르는 것이고 인터넷을 배운 후 멋지게 가드닝을 하는 한 사람을 알고 그를 동경하게 된다. 좀더 잘 보이기 위해 가드닝 대회까지 나가 상도 타지만 결국 동경하던 그는 부인까지 있었고 지금까지 자신의 곁에서 도움을 주던 선으로 만난 남자의 진심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

<바디블레이드>는 너무 후줄근한 요시키와 결혼한 아리따웠던 나츠미의 이야기다. 결혼 후 나츠미는 직장에서 점점 아줌마가 되어간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 전 후줄근했던 남편이 점점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20살의 어린 아이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면서 자신이 너무 자신의 남편을 예전모습으로 생각하고 무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혼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잘해보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이다.

바디블레이드와 요시노야의 구두의 이야기는 아줌마와 아가씨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단번에 파악이 되지만 제곱의 법칙과 가드닝은 살짝 이해하기 힘들긴 했다. 그럼에도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단순한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을 좀 더 가꾸기 시작했을 때에 더 이상 아줌마라는 새로운 종족이 아닌 여자가 된다는 것을 요시노야의 구두와 제곱의 법칙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뭔가 열중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드닝을 통해 말하고 있으며 사랑하고 있는 여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디블레이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 주의 사항 -

이 책을 읽기 전 한가지 당부가 있다. 아줌마와 아가씨의 차이점에 대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 것, 무언가 진지한 고민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빨리 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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