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리 홀 원작,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박선영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춤출 때면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에요. 마치 내가 공중 속으로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내 몸 안에 불길이 치솟고 난 거기서 날아가요.마치 새처럼요. 마치 전기처럼요...

그래요. 그건 전기 같아요.

 

"꿈"이라는 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더 열심을 내도록, 지치지 않도록, 힘과 열정을 주는 녀석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은 "꿈"을 찾으려 하고 "꿈"이 있는 사람들은 그 "꿈"을 이루려고 수많은 노력들을 한다. 그렇게 노력을 하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은 "성공"했다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그 사람을 멘토로 삼아 더욱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만난 빌리 또한 그런 아이였다.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 광산의 일 밖에는 모르는 아버지와 형과 함께 살고있는 빌리. 그런 그의 환경은 어쩌면 그가 광부 외에 다른 꿈을 꾸는게 조금은 이상한 듯 보였지만 빌리는 그 회색빛의 마을에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지금이야 남자가 어느 직업을 가지고 있든 다른 사람에게 흉이 되는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빌리가 꿈을 꾸었던 1980년대엔 그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우던 영국의 수상 마가렛 대처는 산업 합리화를 위해 20개의 탄광 폐쇄와 2만명의 인력 감축을 시작했고 그것은 빌리가 사는 에버링턴까지 큰 영향을 준다. 빌리의 아버지와 형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광산 일을 나가지 않고 노조와 함께 파업에 들어갔고 마을은 배신자와 노조, 이렇게 둘로 나누어져 싸우게 되버렸다. 일을 하지 못해 돈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빌리에게 매주 한번씩 권투를 배우러 보냈고 빌리는 그런 아버지가 맘에 들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 빌리가 마을회관에서 권투 시합을 하는 날.  빌리는 그날 권투시합에서 지게 되고 아버지도 코치인 조지도 빌리에게 큰 실망을 해버린다. 그리고 그날 빌리는 발레를 만난다. 발레의 음악과 동작은 빌리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렸고 빌리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남자답지 않고 여자애들이나 하는 발레를 내가 왜 해야하지? 하고 말이다.

 

"어차피 넌 얼간인데, 그렇다고 뭐가 달라져?"

마이클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네가 멋져 보여. 난 네가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건 참 뭐랄까..."
"뭔데?"
"거칠진 않지만... 하지만 남자다워 보여."
"남자답다고? 별 희한한 말을 다 듣네. 어쨌거나 그건 여자 애들이 하는 거잖아."
"남자들이 하면 또 다르지.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체조선수들 같다구. 남자들은 달라. 안 그래? 남자들은 훨씬 더 강해. 우아하면서도 강함. 무슨 말인지 알지?"

마이클의 이 말에 빌리는 다시 한번 발레 교습소를 찾아간다. 그때의 마음은 단순히 내가 얼마나 소질이 있나 하는것을 보기 위해서 간거였지만 느닷없이 선생님이 보여준 스핀에 도 다시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빌리는 자신이 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후부터 발레 연습을 하는 빌리를 보며 아버지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젠 얼마 남지않은 돈과 형과는 좀 다른 빌리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빌리가 발레를 한다는걸 아버지에게 얼마가지 않아 들켜버리고 아버지는 빌리에게 그만두라고 얘길하지만 빌리는 발레를 그만두지 않는다. 선생님의 이야기로 런던의 발레스쿨 오디션을 준비하기 시작한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이런 빌리를 빌리가 장점을 보이는대로 키우기로 맘 먹고 오디션을 보내기로 한다. 없는돈에 여러집이 돈을 모아 겨우 가게 된 런던. 오디션을 본 빌리는 그 학교에 합격을 했고 이제 파업도 끝이 났다. 하지만 빌리라는 또 다른 미래가 그들에겐 생겼다.

마지막 장면은 빌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백조의 호수 공연장.. 그곳에서 아버지와 형, 그리고 마이클이 지켜보는 앞에서 빌리는 힘차게 날아오르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그애는 달리다가 잠시 멈추더니... 이윽고 점프했다.

나는 빌리가 점프하는 모습을 백 번은 더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이 극장 안의 모든 눈들이 지금 그애를 향해 있고, 모든 조명이 그애를 비추고 있는 저 무대에서... 빌리는 마치 하늘의 별처럼 점프했다. 언제까지나 공중에 그대로 떠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무용수들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들은 아무도, 정말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다. 물론 우리 빌리도...

 

이 소설은 자신의 "꿈"을 이루어낸 빌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빌리의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빌리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 또한 너무나도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빌리처럼 마을에서 좀 독특한 아이였던 친구 마이클이 그러했다. 남자답지않고 여자애들처럼 치장하는걸 좋아하고 운동이나 싸움은 싫어했던 마이클이었지만 마이클은 늘 자신의 모습 그대로 빌리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에 고민하는 빌리에게는 그것이 고민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는 힘이 되주었다. 빌리가 발레하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와 형 또한 파업이 끝나며 자신들의 미래를 끝난듯 하지만 빌리를 오디션에 보냄으로 또다른 미래를 키워냈다. 그렇게 이 소설은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어우러진 그런 이야기였다.

 

가끔 앞을 보고 달려나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생각처럼 되지 않아 내 모습에 실망해버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꿈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다시 힘을 얻곤 했다. 그들 역시 늘 순탄한 것만이 아니었고 힘들었던 상황에서 그것을 이겨내는 그들의 모습에 너무 멀리 보이는 내 꿈이지만 다시 달려갈 힘을 얻기도 하고 포기하지 않는 강한 마음을 배워나간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성장소설들을 좋아하는 이유일것이다. 앞을 향해 달려나가다 지쳐버렸을 때 다시 힘내보자고 우리들에게 조용히 속삭히는 빌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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