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이야기
조예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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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예은의 소설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기괴하다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모두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치즈이야기와 보증금 돌려받기,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은 현실 편으로 호러 같기도 한 이야기이지만 반쪽 머리의 천사부터는 현실에 닿아 있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이야기가 섞여 있다. 그러면서 소라는 영원히, 두번째 해연, 안락의 섬은 완전히 SF로 되어 있다. 


현실의 이야기에서는 <보증금 돌려받기>가 맘에 들었는데 사회 초년생이 어떻게 잘못된 집을 선택했는지부터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그리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한 행동을 보면서 이해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마지막이 결국엔 해피엔딩인가의 의문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SF 쪽에선 <두 번째 해연>이 생각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였다. 과연 '나'는 기억이 '나'일까, 몸이 '나'일까? 수술 중 극악의 확률로 일어난 사고로 인해 딸이 죽고 그 딸의 기억은 더미로 옮겨졌다. 아버지인 백연은 그 더미는 자신의 딸이 아니라며 거부를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은 알츠하이머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갔다.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아버지와 기억만 가지고 있는 더미인 해연은 아버지가 그동안 일을 했던 연구들을 찾아 우주로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 이미 망해버린 행성에 불시착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잠깐 문학동네 유튜브에서 조예은 작가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봤는데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면서 쓰게 된 단편 소설이었다고 했다. '나'는 어느 것이 '나'인지 늘 제대로 내릴 수 없는 대답인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조예은 작가라고 하면 늘 기괴함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지만 나는 뭔가 어흥 무섭지????? 라고는 하는데 아기 고양이가 캬악 거리고 있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나에게 호러나 기괴 같은 이미지의 장벽이 좀 높긴 한가보다. 아니면 현실이 더 무서워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앞은 조금 찐뜩하면서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애달프고 사랑스러워서 그 갭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오랜만에 정말 너무나도 즐겁게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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