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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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면 산이 보이는 시골에 살고 있어서 그런가, 작가가 그리고 있는 마천대루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4개의 단지로 이루어진 마천대루,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대형 평수의 사람들과 원룸 수준의 작은 집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며 돈 많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 작가는 실제로 고층 아파트에서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다는데 한국과 대만의 차이인가? 아무튼 머릿속에 그 장면들이 그려지지 않았다. 드라마라도 봤으면 도움이 되었으련만 안타깝게도 드라마도 보지 않았다.

소설은 중메이바오가 살해 당한 일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이 소설은 살인자를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이 소설은 죄와 벌,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며 중메이바오의 죽음 이후로 주변 사람들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4부의 이야기가 그 전의 이야기와 맞지 않는다고 느끼지만 그건 이 책을 추리소설로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이다.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4부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서곡을 시작으로 4부로 끝이 난다. 처음 서곡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폰테 타워와 베네수엘라에 있는 토레 다비드라는 마천대루를 설명한다. 각자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이 건설하기 시작했지만 결국엔 현대 도시의 쇠락한 전설을 상징하며 지금은 빈민층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1부는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각자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2부에선 중메이바오가 살해 당한 후 경찰 조사를 받았던 인물들의 진술 같은 것이 나오고 3부는 중메이바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강하게 의심받았던 인물들의 진술이 한번 더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4부는 중메이바오의 죽음 이후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를 오며가며 얼굴만 알던 마천대루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래도 가끔 그때 그 친절한 아가씨가 있었지 라고 떠올리는 이야기와 그녀에게 아주 강한 영향을 받은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보니 이 소설을 추리소설로 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누가 중메이바오를 죽였는지를 추리하고 중메이바오의 불운한 삶을 애도하면서 말이다. 작가가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미 충분히 밝혔기에 알고 있음에도 4부가 잘 와닿지 않는 것은 몇몇 주민들의 삶은 진짜 중메이바오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 알겠다고 생각한 것은 죽음 이후에도 삶은 어쨌든 계속 된다는 것이다. 그 죽음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주었든, 아니면 지나가는 소문에 불과하든 어쨌든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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