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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깍두기님의 "노래하던 새들...나왔다. 그런데 이래서 남을까?"

깍두기님, 2,000원 할인 쿠폰은 출판사 부담이랍니다. 지난번 <비잔티움의 첩자> 이벤트 끝나고 백수십 통 포장하고 발송하느라 진이 다 빠져서 이번에는 아주 '간편하게' 할인쿠폰 이벤트로 결정했습니다. 나중에 정산만 하면 되니, 더이상 노가다 할 일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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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sf의 행복한책읽기 2


문제는 유통이다
-유통이 변해야 출판이 산다




앞서의 글에서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둘러싼 문제를 살펴보면서, 도서정가제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어느 한쪽 이해 당사자만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른 이해 당사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지금의 도서정가제 논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어보았다.
이번에 이야기할 출판 유통에 관한 문제도 도서정가제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까닭에 지난번 <도서정가제 유감>이란 글에서 명확하게 지적하지 못한 문제 두 가지만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첫째는, 기존의 도서정가제 법안인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온오프라인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한시적인 법이라는 점이다. 그 이전에 무한 출혈경쟁상태에 있던 도서할인제도에 대한 문제를 놓고 온오프라인서점이 극적으로 합의하여 온라인서점에 한해 1년 이내의 신간에 한해 10% 할인을 허용하였는데, 이러한 도서정가제 법안도 2007년까지 시한이 정해져 있는 한시적인 법안이었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이후에는 도서할인을 다시 허용하기로 하면서 이런 한시적인 법안을 합의 도출한 것은 2007년까지 오프라인서점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발의된 <출판및인쇄진흥법 개정안>은 ‘10% 할인’과 ‘2007년까지 한시적 허용’이라고 하는 기존 합의의 틀을 전면부정하고 전적으로 출판사들과 오프라인서점만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2007년까지 오프라인서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한시적 성격의 합의 결과를 이렇듯 무시한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출판사들과 오프라인서점은 도서정가제 외에는 전혀 경쟁력 있는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고해성사를 하자는 것인지 나는 궁금하다.

둘째로, 현재의 도서정가제 법이 가진 한계 또는 문제점을 논의하면서 거의 모든 전적인 비난의 화살을 10% 할인과 그 이상을 넘어서는 마일리지 제도를 교묘히 이용한 온라인서점 에게만 돌리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의 도서정가제 법안에는 온라인서점에서 신간을 10% 할인하는 것을 허용하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서점과 독자에게는 모든 신간 도서를 정가에 판매하고 구입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온라인서점의 10% 할인과 마일리지, 또는 1+1할인 판매가 출판시장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란 말인가? 온라인서점의 시장점유율은 고장 15%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이 15%가 나머지 85%보다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5%도 15% 또는 15% 이상의 책임이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출판시장 문제의 최소한 85% 또는 그 언저리에 해당하는 분량만큼의 책임은 출판사와 오프라인서점 그리고 도매상들에게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출판 유통이 변해야 출판이 산다

스스로에게 솔직히 한번 물어보자.
독자들에게는 책값의 100%를 주고 살 것을 법으로까지 강제하면서, 그리고 일반 소매서점들에게는 65~70%에 책을 공급하면서, 유독 대형서점에만 45%~55%(심지어는 37%까지!) 공급하는 출판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독자가 오프라인서점에서 100% 제값 주고 사는 것보다 10% 할인에 마일리지 더 얹어 사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서점에 따라 (업계의 관행에도 어긋나게) 들쭉날쭉 제멋대로인 공급률로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말인가?
그렇게 할인 받은 책의 이익을 독자에게 환원하기보다는 전부 서점의 몫으로 가져가는 서점들은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온라인서점의 마일리지와 1+1 행사가 문제라면, 대형오프라인 서점들의 회원제 마일리지 적립과 오프라인서점에서의 1+1 행사는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책을 가져간 지 2개월 이상 지나서 그것도 4개월짜리 어음으로, 그나마 은행권 어음도 아닌 자가어음(문방구어음)을 발행하면서, 바로 옆 책상에서 4개월 이자 떼고 현금으로 할인해주는 도매상들은 정말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말인가? 수금 날짜가 가까워 오면 창고에 있는 재고도서들을 대량으로 반품한 후에 수금일이 지나서 다시 주문하는 일을 반복하는 일부 도매상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어떤 책이 얼마나 팔릴지, 초판 발행부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도매상의 재고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지 체계적으로 계산하는 시스템이나 능력 없이 ‘감으로’ 출판하고 주문하는 출판사나 도매상들은 전적으로 무죄하다는 말인가?

이런 문제의식 위에 현재의 출판 유통구조를 살펴보고, 그리고 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하자.
책을 사고팔고 유통하는 과정으로 나누자면 책의 판매구조는 도매상(중대형 유통회사)과 소매상(중소형 서점)으로 나눌 수 있겠고, 서점의 규모에 따라 이야기 하자면 출판사와 직거래할 수 있는 중대형서점과 도매상을 통해 거래하는 소형서점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출판사가 서점과 거래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출판 유통을 나누어 보기로 한다.

첫째로, 대형 출판사라면 대부분 자체적인 영업망을 가지고 전국의 중대형 서점들을 직거래한다. 제대로 규모를 갖춘 곳이라면 지방서점까지도 직접 배송 차량을 가지고 책을 배송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책의 주문 및 수금 등의 영업은 자체 영업팀에서 하고 책의 배송만 따로 외부 용역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대형 출판사로서도 전국의 모든 소형 서점을 전부 관리할 수는 없으므로 소형서점들을 위해서는 대형도매상을 이용한다.
두 번째로, 중형 출판사라면 전국의 중대형 서점 중 출판사의 규모에 따라 적게는 70~80개의 중대형 서점과 많게는 120~150개 정도의 중대형 서점은 직거래를 하고 나머지 서점들은 도매상을 통해 거래한다. 중형 출판사들은 자체 배송시스템을 갖춘 경우가 드문 까닭에 창고관리나 배송 등은 외부 업체에 위탁한다.
세 번째로, 소형 출판사나 신생 출판사의 경우는 처음부터 전부 대형 도매상에 총판(또는 일원화)을 맡기거나 대형 서점 서너 곳만 직거래하고 나머지는 도매상에 총판을 준다.

여기에서 통상적으로 어떤 출판사가 도매상에 도서를 전적으로 총판(일원화)을 맡길 때는 도서 정가의 50%~55%에 맡기게 된다. 그리고 직거래하는 서점이 있는 경우에는 소매서점에는 대개 70%(출판사에 따라, 서점에 따라 65%~75% 정도로 편차가 있다), 도매상에는 60%(역시 여기도 ±5% 정도의 편차가 있다)에 맡기게 된다. 여기에 이른바 ‘매절’이라고 해서 현찰로 도서를 대량 구입하는 경우에는 5%~10%의 추가 할인을 하는 것이 출판계의 관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관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출판되는 종수가 많고 신간 시장에서의 책의 수명이 짧은 아동도서일수록 이런 관례는 더 잘 안 지켜지며, 일부 전집류의 경우는 상상을 초월하는 낮은 공급률로 서점이나 도매상에 공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더더욱 심한 문제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도에 어긋난 일들이 대형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다가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한 ‘사재기’를 통해인위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일들이 최근까지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고도 출판사나 오프라인서점이 온라인서점 탓하고 현행 도서정가제 핑계를 대는 것이 타당한 일일까? 일체의 도서할인과 마일리지를 금지하고 한시적이 아니라 항구적인 도서정가제를 도입하면 이런 일들은 사라질까?
천만의 말씀! 가능하면 한 푼이라도 더 싼 곳에서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사라질 수 없듯,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나만이라도 잘 먹고 잘 살아보겠다는 이기적인 출판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는 도매상이나 서점에 마음대로 공급률을 조정하여 책을 공급하면서 독자에게는 일률적으로 정가의 100% 다 주고 책을 사라고 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만약 서점과 독자가 정가대로만 책을 사고팔아야 한다는 것을 법률로 정해야 한다면, 동시에 출판사가 도매상이나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공급률도 법률로 정해 놓아야 공정하다.
어느 한쪽은 선택의 여지없이 법률로 규제하면서 다른 한쪽은 책값을 얼마로 정하든, 그 책을 얼마의 공급률로 공급하든 전적으로 자유롭게 한다면 이것은 절대 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책값을 정하는 문제와 도소매상에 책을 공급하는 문제를 출판사 자율에 맡겨놓을 수밖에 없다면 서점과 독자가 얼마에 책을 사고팔든 그것도 자율에 맡겨놓는 것이 옳지 않을까?

출판 유통 문제의 핵심은 지불 방식에 있다

나는 현재의 출판계의 불황과 유통 구조 왜곡의 핵심에는 도서대금 지불 방식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온라인서점이 짧은 시간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도 도서할인, 다양한 도서정보 제공, 새로운 독자문화의 형성 등 여러 가지 원인(독자 지향적 원인) 외에, 정확하게 팔리는 만큼의 책을 주문하고 그것을 곧바로 현금으로 결재하는 도서대금 지불 방식에도 원인(출판사 지향적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선 한 종의 책이 유통되어 출판사로 대금이 지불되는 방식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매절’이라고 부르는 판매 방식으로서, 출판계에서 관례화된 공급률보다 5~10% 정도 추가 할인을 해주는 대신 통상 1개월 이내에 현금이나 은행권 어음으로 그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대형 도매상이나 대형 서점, 그리고 온라인서점 등에서 일부 통용되는 방식일 뿐 일상적인 도서 유통의 방식은 아니다. 이 경우 도서의 소유권은 대금을 지불한 서점이나 도매상에 있으며, 파본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판사로 반품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매절’로 책을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소수의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위탁’이라고 부르는 판매 방식으로서, 출판사에서 도매상이나 서점으로 책을 공급하지만 도매상이나 서점은 책이 팔리는 만큼 출판사에 대금 결재를 하는 방식이다. 도매상이나 서점에서 일종의 외상으로 책을 가져다가 팔고 팔린 책 대금은 결재해주되, 안 팔린 책은 다시 출판사로 반품을 하게 된다. 이 경우는 책의 소유권은 출판사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책의 대부분이 이런 방식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이 ‘위탁’이라는 독특한 거래 방식에 있다. 쉽게 말해, 서점에서는 어떤 출판사의 책을 ‘위탁’ 받아 짧게는 2개월 후에서 길게는 6개월 후에 현금(현금으로 결재해 주면 감사할 따름)이나 3~4개월짜리 어음(그나마 은행어음이면 이 역시 감사할 따름)으로 결재를 해주는 방식이다. 이러다보니 한 권의 책이 서점에 깔리고 독자에게 팔려서 출판사로 그 대금이 회수되기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리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여기에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어 도매상이나 서점이 부도라도 나는 날이면 그 사이에 밀린 판매대금은 고스란히 허공으로 날리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간신히 도매상이나 서점에 남아 있는 재고라도 다시 회수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어떨 때는 서점에 남아 있는 재고조차도 채권단에게 넘어가 책값도 못 받고 책도 회수하지 못하는 설상가상의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대형 출판사들이 담보를 잡고 한도액을 정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현재 출판계가 맞이하고 있는 총체적인 위기는 매출 15%의 온라인서점보다는 나머지 85% 오프라인 서점들의 이같이 불합리한 도서유통 구조 때문에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내 돈 선불 주고 책을 사오는 방식이 되어야 팔릴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하려고 하는 노력이 뒤따를 것이며, 내 돈 주고 사온 책이라야 어떻게든 독자의 눈길을 끌어 판매하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위탁 방식으로는 일단 주문해놓고 안 팔리면 반품하면 그뿐이다.

나는 이런 도서 거래 방식이 바뀌지 않고는 출판계가 살아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도서판매 점유율 15%인 온라인서점의 도서할인 판매보다 몇 배나 더 심각한 문제가 이런 ‘위탁 판매’와 ‘어음 결재’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위탁’ 받은 도서에 자기네 도매상이나 서점을 표시하는 도장을 찍어두는 것까지는 이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잘 떼어지지도 않는 스티커나, 심지어는 책이 찢어지지 않고는 도저히 분리가 불가능한 전자감응센서까지 부착한 상태로 버젓이 반품을 보내버리는 일부 서점들의 형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멀쩡한 책을 찢기고 긁히고 오물 뒤집어쓰고 햇볕에 바랜 채 판매 불가능한 악성 재고도서로 만들어 반품시키는, 책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서점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는 이 모든 일들이 ‘위탁’이라는 독특한 판매방식 때문에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 권이라도 책이 훼손되어 그 손실이 자기네 도매상이나 서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라면 이런 식으로 책을 함부로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가 ‘스크린쿼터’처럼 되기 위해서는

얼마 전 우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기덕 감독 평전이 일본에 판권 수출되어 4월에 일본판이 나왔다. 이 일로 이 책의 책임편집자인 영화평론가 정성일 선생과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스크린쿼터 문제가 화제로 떠올라, 한국 영화 발전에 스크린쿼터가 큰 기여를 한 것이 아닌가라는 나의 질문에 정성일 선생의 대답이 아주 의미 있는 것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다.
정성일 선생의 대답은 스크린쿼터가 한국 영화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한국 영화’에 방점을 두어 스크린쿼터를 할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 나 ‘저예산영화’에 방점을 두어 스크린쿼터를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굳이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 같은 영화를 스크린쿼터로 보호할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부탁해>나 <송환> <빈집> 같은 저예산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위한 스크린쿼터를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요지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자생력을 가진 블록버스터형 한국영화가 아니라 스크린을 잡기도 힘들 뿐 아니라 힘들게 스크린을 잡아도 1주일도 안돼 막을 내려버리는 이런 ‘작은 영화’들을 위한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충분히 공감을 하며, 출판계를 위한 스크린쿼터쯤으로 여겨지는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출판사와 오프라인 서점(그것도 주로 메이저들만) 먹여 살리는 도서정가제가 아니라 온라인서점도 살고,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 그리고 독자들도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도서정가제는 불가능한 것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출판사가 책값이며 도서공급률이며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매길 수 있다면 서점과 독자도 자율적으로 할인하여 책을 사고팔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않고 굳이 도서정가제를 법으로 명시하여 정가 구입을 강제하겠다면 동시에 출판사에 대해서도 도매상과 소매서점에 일정 공급률로 책을 공급하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그래야 대형 출판사라고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책의 공급률을 출판사 멋대로 낮추거나 높이는 일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야 대형서점 뿐만 아니라 소형서점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이다.
아울러, 심지어 “사재기도 마케팅 기법”이라고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 일부 양식 없는 출판사들이 더 이상 출판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사재기 같은 부당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법률로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도 도서정가제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합의 사항조차 어느 일방에 의해 순식간에 뒤엎어 버리고, 독자에게는 전혀 선택의 폭을 주지 않으면서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들에게만 무한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는 지금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내가 꿈꾸는 출판 유통의 모습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내가 꿈꾸는(꿈만 꾸는) 출판 유통의 모습은 이러하다.

가장 좋은 것은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맡기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벗어나 법률로 규제하는 것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나의 이런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옛날처럼 무한 할인 경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처럼 무한 할인 경쟁으로 돌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인터넷서점들이 예전처럼 시장 점유율 1,2위에 목숨 걸며 수익은 뒷전이고 오로지 덩치만(동시에 엄청난 적자도 함께) 키우는 어리석은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럴 여력도 없을 것이거니와, 이제 겨우 제대로 된 이익을 내면서 겨우 내실을 키웠는데 다시 스스로 부실의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짓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구조로 얼마나 오래 버티겠는가?

그리고 오프라인서점들은 왜 온라인서점처럼 변신하지 못하는가? 왜 소형서점들은 24시간 편의점처럼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가? 왜 동네서점들은 ‘영화마을’과 같은 변신을 하지 못하는가?

예를 들어보자. ‘영화마을’이라는 비디오대여 체인점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온라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서, A라는 대여점에 없는 비디오테이프도 며칠 안에 B라는 대여점을 통해 구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서점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인터넷서점 모닝365는 ‘해피샵’이라는 지하철 내 도서수령 체인점을 만들어 한때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인터넷서점들도 이런저런 24시간 편의점과 제휴하여 24시간 편의점을 통해 책을 수령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동네서점은 왜 이런 시스템이 불가능한가? 지금도 ‘북새통’이라는 중소형 서점 공동 인터넷네트워크가  있는데, 이런 오프라인 전용 온라인서점을 왜 운영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온라인상으로 책을 주문하고(물론 할인은 가능하다) 하교하고 퇴근하는 길에 동네 길목에 있는 동네서점에 들러 책을 받아가는 일이 왜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발상만 바꾼다면 못할 일이 무엇인가?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서점의 연합은 왜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굳이 지하철 역사 안에 따로 도서 수령처를 만들기도 하고, 별로 책과 긴밀하게 연관도 없는 24시간 편의점까지 온라인서점과 제휴하는데, 동네 곳곳에 박혀 있는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연결된다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인가?
도서 검색과 주문은 온라인 서점에서 하고 책을 찾아가는 일은 동네서점에서 할 수 있다면,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공존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닌가?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이 적절하게 이익을 배분하는 시스템만 갖춘다면 못할 일이 무엇인가?

정부가 정말 출판과 서점들을 살릴 생각이 있다면, 돈들 일 없고 인력 투입될 일 없이 제일 하기 편한 법률제정 말고, 제대로 예산과 인력을 편성하여 이런 일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공연히 도서정가제 문제를 가지고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서점 사이에 분쟁만 일으킬 것이 아니라 전국에 도서관을 확충하고 그 도서관에 사서를 지원하며, 도서관에 소장할 도서들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전국의 도서관이 양서들을 고를 수 있는 안목과 시스템을 갖추고 그 양서를 2,000~3,000권만 출판사->서점->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유통망을 통해 구입해준다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출판 불황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꿈꾸는 출판 유통은 ‘위탁’과 ‘어음’이 사라진 유통이다(이건 그야말로 정말 야무진 ‘꿈’이다). 현재의 출판 유통은 ‘위탁’이냐 ‘매절’이냐, 도매상이냐 소매상이냐 등에 따라 대금 결재 방식이 다르다. 위탁이면 70%인 것이 매절이면 60%, 도매상이면 60%인 것이 소매상이면 70%, 이런 식이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도서대금을 결재하는 시기에 따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도서유통 방식의 핵심은 도서 대금을 결재하는 시기에 따라 대금 결재율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서를 구입한 지 1개월 이내에 현금 결재를 한다면 정가의 55%, 2개월 이내에는 60%, 3개월 이내는 65%, 4개월 이내는 70%, 이런 방식으로 결재를 하는 것이다. 4개월을 넘어간다면? 그런 경우는 거래를 정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베스트셀러 같은 경우를 곧바로 현금 지불하고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라면 50%에 결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많이 팔리는 책은 낮은 가격에 많이 들여올 수 있고, 잘 안 팔리겠다 싶은 책은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대금을 좀 늦게 줄 수 있다.
이 경우의 장점은 출판사에서는 1~4개월 사이에 책값이 현금으로 회수되어 들어온다는 것이고, 서점으로서는 어차피 지불해야 할 책값을 빨리 지불하면 할수록 책 공급률을 낮출 수 있으니 좋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구입한 책은 서점의 자산이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책을 팔기 위한 판매 전략을 서점에서 세우게 될 것이고, 만약 장기간 판매되지 않고 남아 있는 재고 도서에 대해서는 정가의 50%나 30%에 할인 판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오프라인서점 중에서도 신간도서나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온라인서점만큼 할인 판매하는 경쟁력 있는 서점이 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의 위탁 방식이나 도서정가제 하에서는 책을 정가에 팔거나 안 팔리는 책들은 출판사로 반품시키는 것 외에는 서점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렇다보니 서점에는 아직 안 팔린채 깔려 있는 재고들이 잔뜩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는 다시 책을 찍어 서점에 내보내야 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미국,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서점에서 그 책을 현금으로 매입해서 서점의 자산으로 여기고, 이렇게 미리 현금 주고 책을 사와야 하기 때문에 어떤 책이 얼마나 팔릴지에 대한 체계적인 예측 시스템과, 재고로 남은 도서들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판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 독일 같은 경우는 서점에서 출판사로 책을 반품시킬 때는 일정 액수의 반품료를 출판사에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현금이 오고가는 시장 원리가 작동을 해야 책에 대한 애정과 함께 그 책을 팔기 위한 전략들이 세워질 수 있다. 지금처럼 ‘위탁’이란 이름 아래 외상 거래가 보편화되고, 그나마 4개월짜리 어음(심지어는 문방구어음)이 보편화된 현재의 출판 유통 시스템이 내가 보기엔 온라인서점의 할인 판매보다 더욱 출판사와 오프라인서점에게 독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서점 숫자보다 10배쯤은 더 많은 출판사의 숫자나 그 출판사 중에서 92%가 1년에 책 한 권 출판하지 않는 지금의 비상식적인 구조는 뭔가 현재의 출판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까? 누구나 동네서점 차리기는 문방구만큼이나 쉬워도 그 동네서점들 중에서 문방구보다 제대로 이익을 내는 서점들이 드문 현실은 현재의 출판 유통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 모든 문제가 오로지 도서정가제를 더욱 강력하게 시행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여기고 도서정가제만을 전가의 보도마냥 휘두르고 방패막이 삼는다면, 더욱 강력해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줄지어 일어날 것이 분명한 동네서점들의 폐업과 중소형 출판사들의 도산에 대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지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문제는 유통이다. 출판 유통이 변해야 출판이 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출판 유통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서정가제도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책 읽지 않는다고 독자에게 돌린 칼끝과, 할인 판매로 동네서점 문 닫게 만들었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온라인서점에게로 돌린 창끝을 스스로에게로 돌리자. 출판사나 오프라인 서점은 아무런 책임도 잘못도 없는 것인지 다시 한번 물어보자.
권리가 클수록 책임도 큰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더 큰 출판사, 더 큰 서점일수록 더더욱 큰 책임을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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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연재하는 칼럼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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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sf의 행복한책읽기 1

도서정가제 유감
-게임의 룰은 공정해야 한다



또 다시 도서정가제가 문제의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오랜 진통 끝에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서점, 그리고 출판사들이 합의하여 2003년 2월 27일을 기해 전격적으로 시행된 도서정가제법(정확한 명칭은 <출판및인쇄진흥법>)이 시행된 지 2년여가 지난 2005년 4월, 그동안 온라인서점의 무제한적인 마일리지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도서정가제가 무너졌다는 오프라인서점들과 출판사들의 반발을 등에 업고 우상호 의원 등 23명의 발의로 <출판및인쇄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리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이 법안 개정안을 위한 공청회도 열렸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출판사와 오프라인서점들은 이 개정안을 적극 환영하고 있고 온라인서점과 네티즌들은 도서정가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사실, 도서정가제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찬반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하고 행동에 들어가기는 쉽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간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이후 제살깎기식 출혈할인 경쟁이 없어지고 대부분의 온라인서점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등 온라인서점에도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었던 까닭에 온라인서점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도서정가제에 반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찬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 실정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도서정가제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현역 출판사 대표인 내가 도서정가제에 찬성한다고 하면 “출판사 대표이니 제 손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고, 반대한다고 하면 “서로 다 아는 처지에 이럴 수 있느냐?”는 비난이 돌아올 것은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출판사 영업부장이 “서점들의 반발은 어쩌자고 그러시냐?”며 가장 먼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질 것이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가?

나는 법안 개정안을 주도한 우상호 의원이 출판사 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는지라 우상호 의원이 정말 출판을 위한 진심으로 이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일관되게 도서정가제를 주장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 같은 분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하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분들의 주장을 시시콜콜 반박하며 평소에 존경하던 분들과 얼굴 붉힐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도서정가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 그리고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게임의 룰은 공정한가?” 하는 문제이다.

지금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가, 나는 그것을 묻고 싶다.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쥐어지기 위해서는 ‘출판사-서점-독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산자-유통자-소비자’라는 세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비로소 ‘출판’이라는 ‘문화’(라는 옷을 입은 ‘상품’)가 만들어진다.
지금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생산자-유통자-소비자 중에서 철저하게 생산자와 유통자의 절반인 오프라인 서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일체의 도서할인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금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에는 온라인서점과 소비자인 독자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나는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룰은 공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나머지 절반의 입장은 반영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다른 나머지 절반의 입장만을 반영한다는 말인가?
출판이라는 문화 또는 상품을 둘러싼 나머지 요소인 (유통자의 절반인) 온라인서점과 소비자는 어디로 갔는가? 지금 발의된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그 피해는 온라인서점과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공청회를 열고, 온라인서점과 독자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디 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쪽으로만 쏠려서 가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의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온전하게 출판사 전체의 이익과 오프라인 서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도서정가제 법안이 그러했듯이 개정안도 도서정가제를 통해 생겨나는 이익의 대부분을 대형 출판사들과 대형 오프라인 서점들 품에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게임의 룰이 전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서점들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존에 합의를 통해 시행되고 있는 현행 도서정가제가 마일리지와 배송료 등에 대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온라인서점에만 신간의 경우 10% 할인을 줌으로써 어느 정도 온라인서점들에 약간의 인센티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서 대부분의 동네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오버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30%~50%에 이르는 살인적인 도서할인이 있었지만 도서정가제에 합의함으로써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성과를 거두지 않았는가? 물론 그러면 여기에 대해 실질적으로 30%가 넘어가는 마일리지 문제로 반박할 것이다. 그러면 현재 오프라인 서점 일부에서 시행되는 회원카드를 통해 3%~5%씩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것은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온라인 서점이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것과, 현금 구매와 대량 구입․판매 등을 통해 마일리지와 배송료를 넘어서는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보다 훨씬 나은 수익구조를 가지고 적절한 회원적립제도와, 동네 사랑방 노릇하는 문화공간으로의 변신, 그리고 지역의 특색에 맞는 전문화된 서점으로 거듭나서 온라인서점이 갖지 못한 장점을 적극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청소년 전문서점으로 자리 잡은 부산의 인디고서점 같은 경우를 모델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한국 영화계는 유래 없는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스크린쿼터제라는 강력한 보호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영화계가 맞이한 르네상스는 스크린쿼터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김기덕, 홍상수 같은 작가주의 감독과 강우석 강제규 같은 대중성 있는 감독, 그리고 출판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계화된 투자, 제작, 홍보 시스템 그리고 대중성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 등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도서정가제가 일부 출판사들과 오프라인서점들에게는 어느 정도 스크린쿼터제와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만이 출판사와 오프라인서점의 유일한 보루라고 믿는다면 한국 출판계가 너무 불쌍하다. 세계적으로 도서정가제를 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프랑스와 한국 밖에 없는데, 그나마 그 도서정가제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국 출판계와 서점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출판문화는 더더욱 불쌍하다.

맨처음 구멍가게 밖에 없던 시절에 수퍼마켓이 들어서면서 구멍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수퍼마켓들은 대형할인마트에 의해서 문을 닫고 있다. 여기에는 가격 할인을 무기로 대형화한 대자본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동네에 자리잡은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는가? 그렇지 않다. 아직도 그 동네에 토착화한 수퍼마켓들과 24시간 편의점들은 대형할인점의 할인폭격 앞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있다. 이것이 소형 오프라인서점들에 시사하는 바는 없을까?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기존의 도서정가제가 철저하게 대형 출판사들과 대형 오프라인 서점의 이익에만 복무해왔다고 믿고 있다. 그 증거를 대보라고?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숱한 중소형서점들과 중간 도매상들이 부도가 나고 문을 닫았는데도 불구하고 2004년 300억, 200억 매출을 달성했다고 하는 출판사들이 수십 개가 넘는다는 것이 그 증거다. 단군 이래 유래 없는 불황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사이에 전국으로 계속적으로 지점들을 늘리고 있는 초대형서점들이 그 증거다.
불황이다, 불황이다 하면서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1997년 IMF 사태가 왔을 때 업계 2, 3위를 다투던 대형 도매상들이 줄줄이 도산을 했다. 그때 한국의 출판계도 날벼락을 맞았다. 적은 곳은 수천만 원에서 많은 곳은 수억 원을 넘어서는 부도를 맞은 출판사들이 널려 있었다. 1997년만 하더라도 출판사에서 100억 매출은 꿈의 숫자였고 50억 매출이 넘는 출판사들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어떻게 200억, 300억 매출로 급성장을 했느냐?
물론 여기에는 스타작가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기획, 탁월한 마케팅 등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그러나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그 어두운 면은 실상 이렇다.
100억대를 넘어가는 힘 있는 출판사들이나 수십만 부 팔리는 베스트셀러를 가진 출판사들은 대부분 대형 도매상들에 ‘담보’를 요구하거나 ‘한도액’을 설정하고 있다. 건물, 토지 등등 담보를 잡고 있으니 부도나도 돈 떼일 일 없고, 몇 백만 원 선에서 한도액을 설정해놓고 그 이상을 넘어가는 책값에 대해서는 ‘현찰박치기’를 하고 있으니 돈 벌 수밖에!
힘없는 도매상이나 서점들은 팔리는 책은 받아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담보를 제공하고 현찰 주고 책을 사들일 수밖에 없으니 힘없는 출판사에는 문방구어음(이건 그냥 어음이 아니라 종이쪼가리라 생각하면 된다)이나 주고, 현찰 끌어다 책 들여놓았는데 안 팔리면 고스란히 적자로 안고 결국은 부도가 나서 나자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제 그 불황의 와중에, 수많은 부도와 폐업의 지뢰밭을 헤치고 대형 출판사들이 200억 300억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불가사의가 이해되시는지?

그리고 중소형 서점들과 달리 대형서점들이 그래도 보다 나은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는 이렇다. 도심 한복판의 교통요지에, 독자들을 배려한 다양한 문화공간과 복합시설, 그리고 웬만한 책은 다 갖춰놓을 수 있다는 것과, 잘 교육받고 책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북 마스터 제도 등등의 다양한 장점들이 대형서점들의 장점이다. 그런데 대형서점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형서점들은 대량주문과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통해 도서 공급률을 낮출 수도 있다. 보통 일반적인 출판사의 경우라면 일반서점에는 정가의 70%(예외적으로 65%인 곳도 가끔 있다)에 책을 위탁 판매하고 60%에 매절로 판다. 도매상과 온라인서점의 경우는 대개 60%에공급하고, 대량 매절인 경우 55%에 공급한다. 인문서나 학습서 등의 경우는 공급률이 다르고 또 출판사에 따라 공급률이 5% 정도 낮거나 높은 곳도 있지만 대개는 이 정도가 업계의 관행이다.

그런데 대형서점의 경우는 여기서 공급률을 더 낮출 수 있다. 행복한책읽기의 경우도 대형서점으로부터 매절 공급률을 낮추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완강하게 버티다가 결국 1% 더 낮추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대형 서점들과 대형 출판사들 사이의 공급률 이야기를 듣고서는 ‘도대체 내가 뭘 믿고 그렇게 고집을 부렸었나?’ 하고 간담이 서늘해진 적이 있다.
2004년에 거의 백만 부를 팔아치우며 베스트셀러 선두권에 있었던 어떤 출판사의 책은 모 대형서점에 37%에 공급되었다고도 하고, 요즘에도 베스트셀러 선두권에 있는 어떤 책은 45%에 공급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니 내가 뭘 믿고 1%, 2%에 목숨을 걸었단 말인가.
그러면 이렇게 낮게 공급받는 이익이 독자에게도 돌아가는가? 물론, 아니다. 이렇게 낮은 공급률로 들어온 책에 대한 이익은 전적으로 서점의 몫이다. 독자의 몫은 없다.
서점은 싸게 사서 정가에 파니 좋고, 출판사는 대형서점 매장 좋은 곳에 눈에 잘 띄는 곳에서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라가니 좋고... 누이(대형서점) 좋고 매부(대형출판사) 좋지만 시어머니(소형출판사)나 시누이(독자)는 좋은 것 하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요즘 대형 서점에는 책 외에도 파는 것이 있다. ‘자리’를 파는 것이다. 소위 ‘매대 임대’라는 것인데, 자리에 따라 한 달에 수십만 원을 받고 특정출판사의 책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그렇다. 요즘 대형서점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자리도 판다.

이제 도서정가제 실시하고 나서 불황이다, 부도다, 폐업이다 하는데도 대형 출판사들과 대형 서점들은 끄떡없는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는지?

기본부터 제대로 하자,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나는 출판사들에게 도서정가제에 목매달기 전에 우선 기본부터 제대로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서정가제 해야 한다고 해서 도서정가제 만들어 주었더니 기껏 한다고 하는 일이 가격담합이나 해서 참고서 값 올려 받는 학습지․참고서 회사들 때문에 출판계 전체가 책값 비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도서정가제 이후 40~60%씩이나 가격을 인상하여 정부가 과다한 인상을 자제하도록 요청하자 이를 빌미로 더 과다하게 참고서 값을 올려버리는 대단한 어물전 꼴뚜기들 때문에 내가 다 낯이 뜨겁다.

누가 그렇게 비싼 로얄티 주고 판권 수입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20%가 넘는 로얄티 주고 소설책 들여와서는 업계의 관행을 넘어 62%에 무조건 '현찰박치기' 하는 바람에, 여러 서점들과 소형 출판사들에 두루 두루 민폐를 끼친 어떤 출판사가 도매상이나 서점을 먼저 수금을 다녀가고 나면 우리 같은 소형 출판사들은 빈손으로 돌아오거나 문방구어음 들고 오게 되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게다가 무슨 번역을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했기에 오역과 오탈자는 그리 많아 ‘애프터서비스’로 A4 몇 장에 이르는 수정용 스티커까지 발송해야 했는지... 대한민국 어물전엔 참 꼴뚜기도 많다.

대한민국 출판사들이여,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기본부터 제대로 하자. 독자들에게 도서정가제를 강요하기 전에 책 만드는 일, 책 파는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출판사는 책값 붙이는 것도 ‘내 맘대로’, 책을 공급하는 것도 ‘내 맘대로’ 하면서 서점과 독자들에게는 ‘남 맘대로’ 제값 내고 책 사라고 한다면 독자들인들 기분이 좋겠는가?
출판사는 마음 내키는 대로 37%로도 공급하고 45%로도 공급하고, 또 어떤 때는 현찰 매절도 62%로 사 가라고 강요하면서 독자들에게는 예외 없이 100% 다 내고 사가라고 하면 이것은 공정한 게임인가?

출판사가 출판사의 입장만 생각해서 독자들에게 100% 도서정가제를 강요하는 것을 심지어 벌률씩으로까지 만들겠다고 한다면, 독자들은 출판사에게 60%(매절)~70%(위탁)로 서점에 책을 공급해야 한다고 ‘도서정률공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다른 출판사들은 60%~70% 업계 관행 지키느라 새우등이 터지는데, 37% 매절도 했다가 62% 매절도 했다가... 등에서 룰루랄라 물줄기 뽑아내는 고래들도 있으니 이게 어디 공정한 게임인가. 이렇게 할 거면 도서정가제는 왜 하나?
출판사가 크고 베스트셀러 가지고 있으면 담보도 잡고 한도액 정해놓고 그 이상은 무조건 현찰 받고, 이게 어디 도매상이나 서점이 좋아할 일인가? 독자는 정가제를 무기로 손발 묶고, 서점은 베스트셀러를 무기로 한도를 묶고... 이렇게 할 거면 도서정가제를 왜 하나?

게임의 룰은 공정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의 룰을 정할 때는 그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생산자-유통자-소비자)들이 참여하여 룰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이익만을 위한 룰을 만든다면 그 게임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눈높이를 출판사나 서점에 두지 말고 독자들에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논의의 과정에는 서로 다른 눈높이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자. 기본만 하자. 기본이라도 하자.
책값 챙기고, 제 밥그릇 챙기기 전에 이름값부터 하자.



**도서정가제 문제는 결국 유통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다음번에는 “문제는 유통이다 -유통이 바뀌어야 출판이 산다”라는 제목으로 계속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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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panda78님의 "테드 창 작품집이 나왔어요. ^ㅡ^"

팬더님, <비잔티움의 첩자>는 12월 1~2주 중에 출간될 예정이고, 다아시경 시리즈는 2005년 봄에 몰아서 낼 작정입니다. SF총서의 디자인을 수정할 예정인데, 다아시경 시리즈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 이 때문에라도 빨리 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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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韓國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조성관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한 마디로 쓰레기다! 이 책이 쓰레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101가지 들 수 있는데 우선 몇 가지만 들어보기로 한다.

1. 이 책의 필자는 조선일보(정확히는 계열사) 기자이다. 이미 조선일보 기자라고 한다면 그 정치적 편향성은 전 국민이 알고 조선일보 지들만 모르건만, 감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척 한다. 가증스럽고 뻔뻔스럽다.

2. 이 책은 노골적으로 이회창을 찬양하기 위해 쓴 책이다. 의심이 든다면 제일 먼저 노무현 편과 이회창 편을 읽어보라. 노무현에게는 노골적인 무관심과 무시, 왜곡이 행간 사이 사이에 가득 차 있는 반면, 이회창은 처음부터 거의 80%를 찬양 일색으로 가득 메운다. 나머지 20%도 구색 갖추기용으로 비판한다고 붙여 놓았는데 그 내용이란 것이 변명과 옹호와, 충성스런 신하의 충언으로 가득 차 있다.

3. 대통령 후보를 논하려면 가장 먼저 정책과 국가경영의 비전 등을 가장 먼저 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눈씻고 찾아봐도 정책과 비전에 대한 항목은 누구에게도 없다.

4. 이 책은 전적으로 필자인 기자의 친소관계에 따라, 이념적 편향성에 따라 차별, 왜곡되어 있다. 일제 시대때부터 아버지가 검사노릇을 한 이회창의 집안이 가난하여 이회창이 고등학교 때 공무원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거의 기절할 정도다.

5. 구색 갖추기로 끼워넣은 몇몇 후보들의 경우에는 거의 홍보용 자서전 내용을 짜집기한 정도에 불과하다.

6. 출판사도 최근 사재기가 들통나고도 '사재기도 마케팅 기법'이라고 우기는 '생각의나무'다. 국가안보가 어떻든 출판윤리가 어떻든 많이 팔리면 그만이라는 점에서 보면 조선일보와 생각의나무는 찰떡궁합이겠지만, 읽는 독자는 괴롭다.

이 책을 읽다가 욕이 나와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적은 101번이 넘거니와, 할수만 있다면 이 책을 환불받고 싶다. 이문열처럼 환불해주겠다는 객기라도 부린다면 기꺼이 책 반송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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