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hie 할매 방랑 일기
남경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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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기만 하기에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지내기엔 너무 젊단 말이야!

-<파우스트> 중에서-



Sophie 할매 방랑 일기

남경희 지음

지식과 감성

Sophie 할매 방랑 일기/남경희 지음/지식과감성



남경희

25년간 과학 교사로, 워킹 맘으로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다가

너무 지쳐서 삶의 방식을 바꿔 본다고 덜컥 사표부터

던진 돈키호테 같은 사람.

얼떨결에 맞이한 새로운 세상에서 인생 제2의

황금기를 만들어 보겠다며 바닷가에 섰다.

난파선을 탈지, 신대륙을 보게 될지 일단은 떠나 보자고.

발목만 적시며 망설여서야 아무것도 알 수 없지 않느냐고.



Sophie 할매 방랑 일기/남경희 지음/지식과감성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유럽 유학을 꿈꿨던 시간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마 그때 유학을 갔으면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리운 시절이 생각났다.

Sophie 할머니는 60세 나이에 영어를 공부하러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용기가 진심으로 나에게 감동이었다. 물론 몸이 많이 아프셨고, 극복도 하셨지만 또 언제 다시 찾아올 병마인지 몰라도 지금은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걸 도전하는 게 더 간절했기에 무작정 영국으로 떠나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유학 생활을 일기 속에 아주 긴장의 연속이면서 근심, 걱정, 기쁨, 안심 등의 일상이 내가 마치 영국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엑서터를 누비고 다니는 경험을 한 것 같았다.


Sophie 할매 방랑 일기/남경희 지음/지식과감성

60세 Sophie 할머니는 나이도 적지 않으신데, 영국 어학연수를 가신다는 게 가능할까 하면서 의문이 생기기도 했고,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도 "울다가 죽기에는 남은 생이 길지 않으니 이판사판이다."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출발하게 된 여정의 영국 Exeter는 오래된 도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도시라고 한다.

드디어 영국을 데려다줄 엑스터 원정대는 혼자서 영국까지 갈 수 없었던 할머니를 위한 가족들의 응원이었다. 물론 할머니는 그래도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셨기에 영국까지 홀로 떠날 결심을 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는 일상은 가히 예상을 빗나가기 일쑤이고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원하는 목적지까지는 늘 일찍 서두르기에 제시간에 잘 도착했다.

아이들이 없는 홈스테이를 원해서 다이안 할머니 댁에 머무르며 영국 일정을 시작했다. 다이안 할머니의 도시락을 먹으며 시작하는 어학원 생활과 룸메이트와의 만남과 이별, 각국의 젊은 친구들과의 아카데미 생활은 다들 공부를 하러 온 목적이 뚜렷했기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자연스레 어울리며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고마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1호 보물 니콘 디카는 사진작가를 방불케하는 아우라를 풍기며 발길 닿는 곳마다 찍어둔 다채로운 사진은 책을 읽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단순히 여행 책이 아닌 엑스터에서 지내며 그곳의 일상을 일기 속에 글로 담고, 사진으로 직접 보여준 것 같아서 더 공감이 가기도 했다. 비록 내가 그곳에 있지 않았지만 내가 엑스터에 가도 Sophie 할머니처럼 사진을 찍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국에서 마지막 일정은 남편과 함께 여행하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되었다. 남편이 온 덕분에 Sophie 할머니 사진도 찍어줘서 이렇게 책 속에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다이안 할머니 딸이 죽은 날을 기리며 슬퍼하는 모습에 Sophie 할머니가 위로를 하니," Lifes go on."이라고 애써 말씀하셨는데 많은 것을 의미하고 어찌 되었든 '살면 살아진다.'를 함축하는 것 같았다. Sophie 할머니의 멋진 영국 어학연수 덕분에 '배움에는 나이는 핑계가 아니다 !'를 다시 한번 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Sophie 할매 방랑 일기/남경희 지음/지식과감성



파리는 여동생과 동행하기로 했다. 친형제이기에 긴 여행에서의 생길 수 있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각자의 사생활 존중과 식생활 참견하지 않기라는 '돈 주고 사서 고생하며 얻는, 가장 큰 교훈.'을 얻은 Sophie 할머니의 배려에 참 마음이 뭉클해진다. 더욱이 깊은 수면을 못해서 약을 먹어야 하는 걱정은 "돈 쓰고, 사서 고생하니 잠을 얻었다." 하니 프랑스 여정도 여전히 순탄하지만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몽마르뜨 묘지에서 에밀 졸라(프랑스의 작가- 동생분이 대학 졸업 논문으로 쓰심) 묘지를 찾아서 붉은 장미 한 송이를 헌화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묘지를 방문할 행운이 생기기를 두 손 모아 본다.

Sophie 할머니와 남편의 프랑스 여행은 그야말로 대 환장 파티가 아닐 수 없다. 타지에서 기차를 타기 위한 표 끊기부터 기차와 버스 탑승까지의 정신없는 대중교통의 불편함과 출퇴근 러시아워의 현장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경험담은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책 속에 장소마다 특색과 사진으로 남겨진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고, 미술책과 역사책에서 보던 화가와 관광 명소 이름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Sophie 할머니의 파리지앵으로 살기는 정말 쉬운 여정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이 주는 감동은 그에 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이 아니라 지금 당장 무엇이든, 마음이 가는 것은 다 해볼 거라고 하신 할머니의 또 다른 여정을 기대하고, 응원해 본다.



아직은 여행할 여유가 전혀 없는 나이기에 더 열심히 살고, Sophie 할머니처럼 영국과 프랑스도 가보는 꿈을 마음속에 간직해 본다. Sophie 할머니의 일기 속의 대화체는 내가 옆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리는 기분 덕분에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Sophie 할머니의 여정은 많은 아픈 환자들에게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싶은 면해보라고 말해주는 메시지 같았다. 아팠지만 아무것도 손놓지 않고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무작정 감행했고, 소중한 경험과 가족과의 추억도 만들었기에 감사한 날들의 연속이 되었던 Sophie 할머니의 또 다른 멋진 도약을 응원해 본다.

꿈을 꾸어도 암담한 날들이 연속이라고 생각하면서 낙심하는 많은 젊은 독자분들이 읽어보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어디든 떠나보라는 메시지를 주는 《 Sophie 할매 방랑 일기 》를 탐독하면서 더 밝은 곳으로 도약해 보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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