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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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북서포터즈12기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264쪽

황승희 지음

푸른향기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황승희 지음 · 이로 그림/푸른향기



저자 황승희

평범한 72년생 여자입니다. 내세울 건 없지만 지인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몇 개 있다면 혼자 산다는 거, 출퇴근 안 하는 거, 심지어 저는 두 마리 고양이 집사입니다. 스스로도 대견하다고 여기는 대목은 십여 년 다닌 회사에서 어느 날 문득 각성한 바가 있어, 한창 일할 사십 대에 자발적 조기 은퇴를 감행한 용기입니다.

나만의 자유를 찾아다니다가 부모님의 마지막 소원이 밭농사라는 걸 핑계 삼아 나도 흙냄새나 맡으며 놀아야겠다 생각했지요. 퇴직금을 털어 땅을 샀고, 지금까지도 연로하신 부모님과 밭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저질 체력이라 한량일 수밖에 없는, 진짜 흙냄새만 맡는 과년한 딸과 ‘내가 이 나이에 농사라니’ 하는 팔순의 엄마와 밭에 진심인 아빠의 둘레둘레 밭농사 풍경을 글로 옮기다 보니 책이 되었습니다.

산과 바다 같은 대서사시보다는 언덕과 시냇물처럼 오밀조밀 잔재미가 있는 인생 여행길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욕심 없이 명랑하고 한가하게 사는 게 세상 최고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햇살에 가르릉거리는 고양이의, 햇살보다 더 부드러운 목을 긁어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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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황승희 지음 · 이로 그림/푸른향기



밭농사와 어울리지 않는 사이보그 가족의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리는 시간이었다. 시골의 자연과 벗 삼아 사는 분들이 무슨 '사이보그'라는 최첨단 로봇의 이야기인가 귀가 솔깃했지만, 가족들의 몸이 세월과 함께 반반 로봇의 몸으로 재탄생 했기에 애처로움과 더불어 나의 부모님이 절로 생각났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땅에 정성을 다해 어르고 달래면 여지없이 박덩이를 마구 가져다주는 마법을 경험하면서 가족의 고충도 함께한 담화들이 나의 이야기 같아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는 시대에 또 내가 꿈꾸던 모습과 너무나 일치하니, 반가움과 동시에 빨리 버킷리스트를 꿈꿔볼까 하는 희망을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게 되었다.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황승희 지음 · 이로 그림/푸른향기



저자의 시골 정착기는 그야말로 새로운 우주에 발붙이는 것처럼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게 보이는 순수한 아이처럼 느껴졌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시작하니,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고단함과 외로움은 덜한 것 같았다.

퇴직을 하며 귀촌 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부모님 노령연금과 퇴직금을 털어 지구 한 조각 등기를 내어 지구를 갈아엎는 시간은 온 우주를 가진 것처럼 감개무량하다고 하면서, 땅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 정당한 것일까라는 의문과 동시에 자본주의 원리와 경제, 그리고 철학과 심리학까지 읊어주며 온 세상 지식을 이렇게 쉽게 알려주니 재미는 독자의 몫이 아닐까 한다.

매일 회사 말고 자기 밭으로 출근하는 저자는 세상 이리도 단순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삶이 무료하지 않고 감사함으로 다가와 더없이 행복하다고 한다.

물론 밭농사가 쉽지 않고 몸이 아파오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어 고통의 순간도 있지만, 한 해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재밌게 먹고 일하고, 나이 들어가는 엄마 아빠를 오래오래 볼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소박하지만 가장 큰 바람이 간절하게 들린다.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황승희 지음 · 이로 그림/푸른향기



저자는 카페에서 여든의 엄마가 좋아하는 코코아를 주문하고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엄마가 그림책을 골라 이야기하며 서로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는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자식 중에도 더 친근한 자식이 있는데, 저자가 바로 부모님의 든든한 친구이자 동반자 같은 모습들이 글 속에 아롱아롱 잘 녹아있어 포근한 가족의 향기가 느껴진다.

딸들에게 있어 친정은 엄마의 향기이다. 언제든 힘들면 찾아가고,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면 깊이 내재되어 있던 슬픔도 분노도 다 사그러든다. 서로가 애틋하기에 엄마가 나에게 해주신 것처럼, 딸인 저자가 엄마에게 해드리는 것들이 호강이라고 말씀하시는 엄마는 진정으로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서로 챙기는 모습이 엄마와 딸은 서로가 친정이기에 가능하고, 다음 생에도 "엄마의 딸로 태어나면 좋겠다."라는 말은 효도 중에도 가장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애틋함이 사뭇 느껴진다.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황승희 지음 · 이로 그림/푸른향기



가족의 형태가 점점 많이 바뀌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1인 가구의 성장이 단연 눈에 띄고 있다. 저자도 스스로 선택한 1인 가구이지만 가끔 힘든 날도 있음이 책 속에 잘 드러나있다. 단연코 많은 1인 가구들이 겪는 힘든 상황은 몸이 아프면 무엇보다도 고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힘든 상황을 재밌는 상황극처럼 이야기보따리 풀어 놓아 읽는 재미를 더하고 다채로운 언어유희는 웃음과 동시에 눈물까지 선사한다.

자기와 마주하는 내면의 고요를 좋아해서 혼자 많은 것들을 즐기고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즐기는 시간은 없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하는 강한 유대감도 충분히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고독과 유대라는 양 날개의 균형을 위해서 독거 비혼을 선택한 저자는 양쪽 세계의 장점을 다 누릴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좋다고 한다.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황승희 지음 · 이로 그림/푸른향기


소중한 반려동물은 세대 구성 상관없이 볼 수 있는 소중한 가족 구성원이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들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언어의 소통 없이도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반려동물들은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고양이에게 팔베개 해주는 특권을 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명명하는 저자의 아낌없는 사랑이 눈시울을 적신다.

나이 들어가는 고양이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슬프게 다가와 마음이 아파오지만 삶과 죽음의 기로는 막을 수 없기에 함께 있는 순간에 더 행복해지자고 노력하는 모습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귀농을 하기 위해 가진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흙이라는 대지가 주는 기쁨을 열매로 수확하면서, 소중한 부모님과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귀농 에세이 덕분에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

저자의 다채롭고 재밌는 언어로 느끼는 글들은 웃음과 눈물의 콜라보레이션을 완성하면서, 다양한 지식도 전해주는 센스를 과감히 보여주었다.

1인 가구의 농촌 적응기가 쉽지 않을 터이지만 부모님과 함께라서 더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사뭇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도 귀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입속에 계속 맴돌고, 그 시기가 언제 되더라도 꼭 해보고 싶고, 부모님과 함께라면 너무 행복하지 않을까 상상도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본 포스팅은 푸른 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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