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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없다 - 교통사고에서 재난 참사까지,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제시 싱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무언가를 '사고'라고 부르면,
그것은 위험성을 당신이
알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우리는 늘 주변에 사고와 떨어져 살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매일 운전을 하고, 길을 건너면서도 "조심해!"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위험 노출에서 조금씩 멀어지며 안정감을 찾고 있다.
저자는 사랑하는 친구가 자전거 보도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음주를 한 부주의한 운전자가 자전거 보도로 돌진해 건장한 20대 청년의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슬픔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고통이 짓누르는 아픔을 뒤로하고 미국인들이 겪는 사고가 단순히 사고가 아닐 것이라는 물리적 힘과 시스템적 권력 모두를 포함해 모든 형태의 불균등한 힘이 일으키는 예측 가능한 결과를 토대로 취약자들이 겪는 불공정한 사회 부조리를 낱낱이 밝혀주고 있다.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픔이 느껴지면서 타인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다가왔다.
내가 가까이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깊은 고통이 느껴지며 눈물이 앞을 가려서 마음을 추스르는데 너무나 힘이 들었다.
살아있는 가해자는 권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변론하면서 단순하게 '사고'라고 주장하며 본인의 잘못은 없다는 듯 스스로를 항변하며 형량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죽은 피해자는 어떤 말도 없다. 사고 현장에서 증거들이 말해주는 상황에 의존하며 가해자가 주장하는 거짓 진실을 말해주면 그것도 이해하려 하면서 희생자 가족들은 하염없이 슬픔에 고통을 토로한다.
이렇듯 사고는 예고 없이 일어나는 일이나 행위이다. 그러기에 막을 수 있는 사고를 위험천만하게 저지르고 '사고였다'라고 말하면 본인이 위안이 되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 더 맞는 이야기 일 것이다. 저자의 친구처럼 사고를 당했는데 가해자는 음주를 안 했다고 진술하기도 하고, "제 차가 이 사람을 쳤다"라고 주장하며 마치 자신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어리석은 대답을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저자의 친구가 죽은 것은 사고가 아니라 정말 살인이라고 할 만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음주에 부주의한 운전으로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갔기에 살인이다. 우리는 사고를 이야기할 때 타인이 숨이 멎어가는 순간의 고통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그리 길지 않게 숨을 멈추었기를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
"먹으면 사고가 안 나게 해주거나
사고가 확산되지 않게 해주는 약은 없지만,
그런 약이 없어도
우리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사고는 어느 나라이든 간에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죽는지에 관해서 저술했고, 오늘날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한다. 한 개인의 죽음은 또한 어디서든 관심 밖이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즉 빠르게 보도도 되지 않는 외로운 죽음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타인이 관심을 가질 만큼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면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흑인, 원주민 그리고 가난한 주의 사람들이 백인들보다 부자인 사람보다 더 사고에 노출이 많이 되어 있고 실제로도 사망률도 높다고 한다.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막을 수 있고, 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그런 상황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에서 제외가 되었기에 같은 일이 반복되어 발생하고 있고, 어떤 환경이었든 간에 우리는 늘 인적 과실을 찾을 수 있다.
취약자가 당한 사고는 당연히 그들이 그런 행동을 했기에 발생했을 거야라고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으며 "단순한 사고였어!"라며 본인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다. 본인의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책무성의 부재로 표현한다. 현실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들이 얼마나 부조리하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때로는 인적 과실이 아닌 공장과 제조사에서 발생하는 해당 업무나 작업에 대한 것이 단순한 개인의 과실로 인정이 되면 흔히 그 사고에 대해 낙인찍히는 상황이 생긴다.
빠른 작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혼자서 일을 진행하다가 사고가 나면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인재라 하면서 안전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사고 유발자라면서 '낙인'을 해버린다. 그리고 같은 교통사고라도 약물중독자가 사고를 내면 상황을 보려 하지 않고 바로 사고를 낼만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하여 사고 유발자라는 낙인을 인식시켜버린다. 물론 더 다양한 취약자들이 겪는 낙인이야말로 형용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말이 있다. "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은 즉 취약자의 고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낙인찍힌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고 현실을 이해를 해주면 사고에서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도 늘 뉴스를 통해 취약한 사람이 더 많은 고통을 받고 피해자가 겪는 아픔은 상상이 되질 않는 부조리한 현실에 마주하며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다른 사람을 박해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핵심에 있는 기본적인 욕구라고 해서 누군가를 낙인 하며 상대를 비난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받는 비난을 견디지 못해 더 힘든 선택을 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낙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관심과 사랑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로봇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자동화 시스템의 생산성 증가가 가져오는 크나큰 이득을 우리는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가져오는 사고 위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고, 우리가 아는 표면적인 사건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이 마주한 현실이다. 직원을 감소하면서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했고 사고는 더 많이 생겨 재해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로봇을 사용했지만 재해율이 더 올라만 가고 있다고 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함에 따라 새로운 사고의 시대가 열리고 인적과실이 아니라 인간 생명을 무시하는 프로그래밍 된 기계의 비인간적인 속성에서 유발된 죽음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고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예측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고 하루에 죽는 인구도 얼마나 많은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냥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더 취약한 사람이 겪는 환경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저술하였다. 비단 사고는 미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취약 계층이 더 차별 받는 세상에 놓여있고 부조리를 알지만 대응을 할 수 없어 포기라는 나약한 말로 순응하지 않기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고는 없다/제시 싱어 지음/위즈덤 하우스
저자 제시 싱어는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감에서 시작하자.'라고 말한다. 시스템에 내재된 낙인과 편견을 찾아내어 비난하지 말고 예방할 수 있는 방대한 잠재력으로부터 우리의 관심을 돌려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곳에서 무엇이든 이 사고의 흔적을 실제로 바꾸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필요한 사람들부터 사고의 위험 순위를 줄여주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을 해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함으로서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한 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happyreaderd의 공감
사고가 가져오는 아픔과 견디기 힘든 고통이 몰려오면 사람들은 통제력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되면서 본인의 잘못으로 벌어진 상황이라며 자책하면서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사고 이면을 들여다보면 개인 과실이 아닌 취약해서 겪는 사고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경악을 할 것이다. 이런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사회가 나서서 많은 관심과 예방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제가 직접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