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노크, 어쩌면 의학의 승리
쥘 로맹 지음, 이선주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노크 , 어쩌면 의학이 승리/ 쥘로맹/북레시피


쥘 로맹 Jules Romains(1885-1972)

본명은 뤼 파리굴Louis Farigoule. 1902년 한 잡지에 처음으로 시를 실으면서 쥘 로맹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이며 철학자. 프랑스의 오트루아르 지역에서 출생하여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주 어릴 때 파리로 이주해 몽마르트 근처에서 살았다. 1차 대전 직전까지 교사 활동을 하다가 이후는 문학에만 전념, 위나니미슴(일체주의)의 창시자로서 개인보다는 사회집단의 공통적인 정신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1923년 발표되어 대성황을 이룬 희곡《크노크》는 자크 에르베토 감독, 루이 주베 연출로 12월15일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처음으로 상연되었으며 1924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크노크가 정식 출간되었다.


크노크 , 어쩌면 의학이 승리/ 쥘로맹/북레시피


"엘리트는 사상을 논하고,

보통 사람은 사건을 논하고, 하류는 사람을 논한다. "

쥘 로맹


쥘 로맹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인상적인 크노크 선생님이다. 의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들여다본 신문에 실리는 의료 광고와 약 광고들, 그리고 부모님이 사 오시는 알약이나 시럽에 첨부되는 '복용 방법'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나중에 의사가 되는 아니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모두가 행복해지길 원하는 진정한 의사선생님이 되셨다. 물론 진짜 의사가 아니라는 전재를 모두에게 알리고 시작했던 배 안에서의 의사 경험이 생모리스까지 인도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열두 살에 저는 이미 확실한

의료 감성을 지니고 있었답니다."

쥘로맹


'의료 감성'이라는 말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저 시대에 저런 말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다양한 의료 혁명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부 족한 사람을 다루는 감성 즉, '의료 감성'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수술은 로봇이 하면 더 세밀하게 진행하면서 더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채우고 달래는 의료계의 감성은 더 기계적으로 변하고 있어서 많은 아쉬움을 낳고 있다.

크노크 , 어쩌면 의학이 승리/ 쥘로맹/북레시피


크노크가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단단히 당부한다. 꼭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대답은 "예 또는 아니오, 의사 선생님"으로 부르길 원했다. 그래야 진찰을 받는 환자분들도 진심으로 의사 선생님께 믿고 진료를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담겨서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생모리스 주민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며 마을 전파되고 있는 의심스러운 병들이 더 전파되지 않도록 선의와 자신감을 담아 인사를 드리는 당당한 목소리에 고마움이 절로 느껴진다. 진심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면 뉴욕이나 파리로 가지 생모리스에 있지 않았을 거라 말씀도 하셨다.


"내가 무엇보다도 바라는 건 사람들이

치료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공짜로."

크노크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진짜 의사 선생님이셨던 닥터 파르팔레는 주민들을 위해서 위생적으로나 예방적인 차원에서나 완전히 무시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크노크는 무언가를 해야하지 않냐고 베르나르 선생님을 설득한다.

세상에는 그런 말이 있다. "모르는 게 약이다."

물론 이건 병과는 무관하지만 적어도 나는 병에 대해 무지해서 생기는 질병과 예방법을 몰라서 병을 더 키우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크노크 선생님은 적어도 이런 부분을 공략해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화를 하면서 병을 더 키우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 서서히 나쁜 습관을 바꾸다 보면 아픔이 줄고, 병이 나아지고 있는 기분이 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현실적인 진료를 하고 계신다.

크노크 , 어쩌면 의학이 승리/ 쥘로맹/북레시피


생모리스 사람들이 크노크 선생님의 진료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진심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닥터 파르팔레는 직업이 의사이지만 본분에 맞춰 간단하게 진료를 보는 것 외에는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생모리스 사람들이 크노크와 다르다고 생각해서 더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스페인 독감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을 그냥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게 의사냐고 하면서 닥터 파르팔레에게 모진 말도 쏟아냈다. 우리에게도 세계적인 팬데믹을 가져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병균과 싸우는 기간이 있었다. 지금은 엔데믹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많은 일상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도 바꾸는 대혁명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병원 가서 진찰을 받아봐서 알지만 일반적인 의사의 모습은 본분을 다하는 닥터 파르팔레의 모습이었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환자 개개인에게 의료 감성을 전달하지는 못하는 상황을 매번 반복하고 계신다. 진찰받는데, 1분이면 되는 그런 진료이다. 하지만 크노크 처럼 환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기도 한다. 어쩌면 의사 선생님들도 환자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픔을 드러내지 못하는 직업이 의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에 맞서 국가가

닥터 크노가 되다!"

크노크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기사 제목이라고 한다. 지구 전체에 가해진 '전염병과 통제'라는 함수를 이해하려고 언론이 크노크의 유령을 부활시키며 그 이름을 많이 썼다고 한다.

크노크의 진단은 '코로나 증세가 없어도 감염자 일 수 있다' 당신은 보균자이니 쉬어야 한다고 하는 코로나 19 진단과 비슷했다. 코로나 사태가 있어 더 부각이 되어 나타난 『크노크, 어쩌면 의학의 승리 』가 더 간절히 와닿지 않을까 한다.

고전이면서 희곡이라 어렵게 느껴졌지만 읽는 내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병에 대해 진단을 받는 느낌이고 나의 나쁜 습관을 하나씩 진찰해 주는 진실한 마음 느껴지는 아주 흥미로운 희곡이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고, 나의 아이들에게 읽어보기를 진심으로 권하는 책이었다. 훌륭한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져서 행복한 독서 시간이 되었다.


옮긴이 이선주

나는 자신에 무지한 환자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에 무지한 환자일 뿐이다."의 크노크식 진단에 따르면 말이다. 무지한 환자지만, 병원과 약국의 문을 두드릴 일을 만들지 않는 게 건강이라고 믿는다. 별 의심 없이 당연시 받아들이는 사안들을 되짚어보게 하는 글들을 한국 독자와 나누는 게 치매 예방을 위한 취미 생활이라고 여긴다. 이런 정신과 육신으로 파리에서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빚 갚는 기술 』, 결혼, 죽음』, 『연금술이란 무엇인가등 다수가 있고, 저서로 유럽의 나르시시스트, 프랑스가 있다.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제가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