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해방 사이
이다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종과 해방 사이 | 이다희 작가


순종과 해방 사이 | 이다희 작가



이다희 작가



착한 아이이자 모범생으로 살다가 스물넷에 교사, 스물아홉에 결혼, 서른 살에 출산. 세상이 정한 표준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무색무취의 보통 여자로 살았다. 규격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숨 쉴 수 없는 답답함을 얻었고, 그때부터 규격의 경계 너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매일 약을 먹듯

책을 읽었고, 읽을 때마다 용감해졌다. 지금은 규격에나를 맞추지 않아도, 생긴 대로 살아도 아무 일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 오히려 삶을 깊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일 조금씩 더 용감해지고 있는 중이다.

순종과 해방 사이




"숨을 쉬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안에 가득 찬 답답함을

어딘가로 쏟아내야만 했다.

제멋대로 날뛰는 감정을

글로 적고, 적고, 또 적었다.

모난 감정이었다."

순종과 해방 사이

순종과 해방 사이 -나와 결혼

가슴에 품은 원망과 후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깊숙이 집어넣어 버렸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나만 꺼내지 않으면 돼. 그러면 망한 게 아니야.'

소화되지 않은 뾰족한 감정을 안고 사는 건 고역이었어. 샤워하다가도 갑자기 주저앉아서 엉엉 소라 내어 울고, 멀쩡하게 걷다가도 뜨거운 불구덩이가 가슴에서 불쑥불쑥 치솟았어. 왜 내 결혼만 망했을까. 나만 망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숨겼어. 밖에서도, 집에서도. 망해서 괴롭다는 사실은 내 마음만 알고 있었지.

여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불완전함, 평범함, 대범하지 못함,

취약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고, 인정

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옳다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쓸모가 없는 존재 같고,

남들에게 거부당하고,

어딘가에 소속될 가치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낀다.

『 수치심 느끼는 사회』 브레네 브라운

두려웠어. 불완전한 결혼, 뒤틀리고 아픈 마음 품고 사는 결혼 생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내가 갖고 싶었던 '특별함,'완전함'이 완전히 내 손을 떠날 것 같았거든. 한심하고 멍청한 존재가 되고 말 거라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어. 아무도 수치심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나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불안에 떨며 산다고 했지.

편안히 취약해질수록 불안은 줄어든다.

수치심을 극복하길 위한 방법은 손을 내밀어 연대하는 것이다. 그 수치심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보편적 경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손을 내밀고 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어. 친구 앞에서도, 엄마 앞에서도 아무에게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그래서 글을 썼다. 내 모든 감정과 기억을 털어 글에 쏟아부었지. 쓰다 보니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말이 담긴 소중한 편지가 되었다. 글쓰기 모임도 하면서 함께 서로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었어.

결혼은 남녀를 막론하고 힘든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야 하고 노력해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여자도 너무나 힘들다. 밖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애보고, 집안일, 공부, 책 읽기까지 병원도 함께 해야 하는데, 모든 걸 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 기에 결혼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 생활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힘듦을 잊으려고 무한히도 애를 썼다. 물론 양육과 교육이 많았고, 투자도, 역사, 명작 등 방대하고 다양한 도서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했기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게 가능해졌다. 저자도 책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행위가 아픔, 슬픔, 고통을 이겨내는 최고의 오작교여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happyreader>

순종과 해방 사이- 순응과 침묵과 이해

그동안 배워온 인내, 침묵, 부드러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

'여자는 드세면 안 된다. 여자다워야 한다.' 라는 말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상에서 나는 자라왔잖아. 순응과 침묵과 이해.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혐오는 브레이크 없이 퍼져나가고, 차별은 일상이 되었던 거야. 침묵하는 여자를 여자답다고 칭송하고, 말하는 여자를 드세다고 깎아내리면서 말이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 이런 현상 때문에 여

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경청되지 않는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순종과 해방 사이 - 비슷한 삶

오랫만에 만난 지인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좋은 집에 연봉 많은 남편에 영어유치원 딸까지 비싼 골프 취미까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 하지만 나랑 비교하면 내가 참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했다. 다수를 따라 하다가 그것이 또 끝나면 다른 걸 쫓아가는 삶인 텅빈 강정 같았다. 내면이 채워져야 강인해지고 우뚝 설 수 있는 힘이 있을텐데 했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이 읽고 쓰는 행위였다. 읽을수록, 쓸 수록 희미했던 내가 선명해지는 것 같았어. 내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고, 내 머리로 사유하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다수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쏟는 에너지를 나에게 쏟으면 되니까.'라고 되뇌어 본다.

순종과 해방 사이- 전업주부의 삶

돈 벌지 않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잔인한 생각

휴직 그것도 무급휴직을 한 덕분에 완벽한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보게 됐잖아. 겪어보니 전업주부의 삶 역시 결고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전업주부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생각과 쉬지 않고 싸워야만 해. 불시에 수시로,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 존재 가치'에 대한 물음이 스스로 궁지로 몰아세우니깐 말이야. '돈 벌지 않는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인가?' 전업주부를 향한 세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도 했다.

나 역시 잦은 이사 와 아이들 전학과 어린이집과 유치원 옮기는 과장에서 자리가 없어 1년 이상을 집에서 엄마랑 보내는 과정도 있었고, 전학하면서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같이 얘기하고 들어주면서 이겨내기를 반복하며 잘 키웠다 생각했다. 잦은 이사로 학습지, 학원, 직장 구하기는 별 따기였고, 이사도 쉬웠던 게 관리비랑 인터넷만 처리하면 굳이 크게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난 집밥 해 먹으며 생활비 아껴보겠다고 노력했고, 물론 쇼핑 안 하고 레깅스와 롱 티셔츠로 살고, 배달 앱은 없고, 배달을 시키지 않는 삶을 살았다. 덕분에 엄마 음식을 잘 먹는 아이들이 되었다. 필요하면 치킨, 피자는 테이크 아웃 정도였다. 피자, 치킨은 아이들이 먹는 특별한 음식 어쩌다 먹는 것이었다.

지금은 일을 하는 삶을 살지만 전업주부의 삶과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내가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이다.

난 전업주부이건 일하는 엄마이건 똑같게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전업주부가 쉬운 삶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하는 엄마의 삶도 녹록지 않으니 같이 응원했으며 면한다. <happyreader>

전업주부의 모든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가사 노동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한 최초의 방법이자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대체 모델'이다. 이 방법은 가정주부들이 하는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을 고용할 때 들어가는 비용으로 환산한다. (...) 1967년 체이스맨해튼 은행은 가정주부가 하는 열두 가지 임무에 근거하여 가정주부의 가치가 연간 8300달러 (오늘날 기준으로 하면 6만 달러라고) 확정했다. 보모, 요리사, 가정부, 영양사, 식품 구매사, 접시 딱이, 세탁부, 재봉사, 간호조무사, 정비사, 정원사, 운전기사 등이 가정부가 하는 일이다.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경제학에서는 돈으로 않는 노동을 일로 인정해 주지 않잖아.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재생산자'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재생산자는 자본주의의 두 축인 자본가와 노동자가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가사노동, 돌봄 노동, 등을 행하는 무보수 노동자, 기업의 이윤을 위해 계속 희생되는 자연환경, 계속해서 착취당하는 저개발 국가들이 포함된다고 한다.

재상산자 개념이 사회에 어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전업주부들이 위축되는 마음이 없이 스스로의 노동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몰랐을뻔한 이야기를 알게 돼서 얼만 기쁜지 모른다. 누군가 당연하듯이 '집에서 애 보는 게, 대단해?'라고 말하고, 뭐가 힘들어 징징대냐는 비아냥이 참 슬프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happyreader>


순종과 해방 사이-이다희 작가

순종과 해방 사이-'돈돈' 거리는 세상

나에게 돈이란

나에게 돈은 존재의 증명이나 권력이 아니라 '자유'를 뜻해.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한 자유, 내 모습대로 살아갈 자유.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자유. 그 모든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요즘 들어 절실히 느끼고 있다.

돈이란 중요한 거예요. 돈으로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좋은 차, 모피 코트, 하와이 여행이나 보석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독립, 자유, 품위, 배움, 시간같이 진짜로 소중한 걸 살 수 있으니까요.

《조개 줍는 아이들》 로자문드 필처

나 역시 돈이란 생계 수단이다. 아끼고. 아끼고 살아야 한다. 나가서 돈 주고 커피도 못 사 먹을 만큼 아끼며 산다. 커피는 온라인으로 제일 저렴한 거 사서 한 달 먹는다. 남들처럼 자유, 품위를 살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하 본다. <happyreader>

돈은 번다는 것은 자유를 버는 것이다.

돈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배척해야 할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나를 제한하던 울타리 한 줄이 사라지고 마음에 자유가 찾아왔어. 당장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향한 평안한 마음을 얻으니 마음에 날개라도 단 듯 자유로워. 열심히 돈을 좇아 마음껏 소중하고 귀한 것들을 누릴 거야.

마음은 벌써 백만장자야.

<happyreader 추천>

많은 엄마, 결혼을 앞둔 분들, 또 한참 아이를 키우는 전업 맘들과 워킹맘들에게 서로 해방이 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과연 단언합니다. 작가가 읽었던 책도 읽고 싶어서 바로 신청했어요. 주말 동안 읽어보려 합니다. 감동하며, 울고, 해방을 느끼는 순간을 느껴 본 책입니다.

이렇게 돈이 주는 위안을 다시 받으려면 얼마나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언젠가는 닿을 거라 믿음도 가져본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이 굉장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일만 했던 워킹맘은 고난과 역경을 가지고 늘 위축되어 있는 전업맘의 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다. 모른다. 내가 겪어 봤고, 그다지 성과가 없기에이다. 워킹맘의 고충과 고난 절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전업맘도 있기에 책을 통해 서로의 고충이 다르지 않다 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전업맘의 가치도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이라고 하니 서로 응원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건강하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엄마들이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해방을 느끼는 순간이다. <happyreader>


"잠시나마 내가 겪는 모든 것들이

이 책을 통해 해방되는

기쁨을 가져봤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다.

나는 멋진 엄마이다.

나는 멋진 여자이다.

근데 눈물이 난다."

happyreader



<책을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제가 직접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