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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게 잘못일까 ㅣ 봄볕 청소년 9
조 코터릴 지음, 이은주 옮김 / 봄볕 / 2021년 7월
평점 :
사람을 볼 때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봐야 한다고들 말한다. 겉모습은 겉모습일 뿐,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말투에, 행동에, 습관에 드러난다고. 하지만 인간이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은 눈이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가장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에 따른 통념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시대와 사회 따라 다르지만,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는 외모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특정하는 경우가 많다. 뚱뚱한 사람은 느긋하고 둥글둥글해서 상처를 덜 받는다든가, 너무 마른 사람은 예민해서 상대하기 피곤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외모로 인한 선입견을 어른과 아이 중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을까? 당연히 어른이 더 확고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아이들은 그저 어른과 사회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그 이미지들을 수용했을 뿐이다. 이런 이미지는 웹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에서는 훨씬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인공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악역이나 남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역할은 비슷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들은 뚱뚱하거나 눈이 작거나 키가 작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그려진다. 그렇지 않고 주인공처럼 ‘예쁘게’ 그려지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이런 댓글은 단다. ‘작가님은 못 생긴걸 못 그리죠?’, ‘나쁜 놈들까지 이렇게 예쁘게 그리다니...’
문제는 이런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만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카페에서, 학교에서 대놓고 드러나거나 은근하게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뚱뚱한 게 잘못일까?>의 주인공 젤리도 뚱뚱한 자신의 몸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뜯어보고 평가를 내리기 전에 자기의 말을 듣고 웃어넘길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젤리의 속마음. 다만 비밀 공책에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한다. 가족에게만이라도 솔직한 자기 마음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엄마의 남자친구는 젤리의 몸집을 지적하고, 할아버지는 많은 부분에 선입견과 편견을 가진 채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말을 내뱉는다. 젤리의 엄마 역시 젤리와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젤리의 마음을 보듬어줄 여유가 없다. 엄마의 새 남자친구 레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남들에게 진짜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현실에서는 레넌처럼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뚱뚱한 게 잘못일까?>를 읽으면서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는 레넌 같은 사람이 있었을까? 혹은 나도 레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이 흘러흘러 내가 누군가에게 레넌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항상 가면만 쓰지 말고 너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젤리가 비밀 공책에 드러내는 자신의 속마음을 읽다 보면 중,고등학교 때 썼던 비밀 일기가 떠오른다. 남들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내 속마음을 써놓고, 아무도 보지 못하게 꼭꼭 숨겨놓긴 했지만 누군가가 읽어주긴 바라기도 했던 나의 비밀 일기. 그때의 내가, 나에게, 레넌 같은 사람이 되어주었다면 나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우리 모두에게 아직은 레넌이 필요한 사회인 것 같다. 그렇다면 레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가면을 쓰고 기다릴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레넌이 되어 손을 내밀어줘도 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