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스릴러! 재밌었어요 ㅎㅎ

게토의 주인 - 23일 폐쇄구역
지미준 지음 / 포춘쿠키 / 2020년 8월

우화 스릴러답게 귀여움 속에 날카로운 비수를 숨기고 있던 소설이었습니다.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의 생생한 묘사에 귀여움이 폭발하다가도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시점부터는, 섬뜩한 잔인함이 공포스럽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귀여움을 받으며 자란 강아지 '덕근'이 버림받는 장면부터입니다.

배변과 굶주림도 꾹 참으며 엄마, 아빠를 기다리죠.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지만 결국 부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덕근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길냥 '칠백'이 진실을 알려주기 전까지

덕근은 돌멩이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자리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버려진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에 괴로웠지만

생존을 위해 칠백을 따라나서면서, 거리 생활을 배우게 됩니다.

개와 고양이의 우정이 훈훈하게 이어질 무렵,

목소리를 읽고 유기견이 된 '매미', 강제로 중성화 수술을 받은

칠백의 옛 친구냥, 투기견의 끔찍한 삶이 싫어서 도망친 '타이슨' 등

어느새 가족들이 수십 마리로 늘어나며 조직을 갖춥니다.

가족이라는 개념을 갖고 서로를 도우며 공원에서 평화롭게

살고자 노력하지만, 그들의 생존 방식은 인간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쓰레기봉투, 배설물 등등..)

덕근은 어떤한 사건을 계기로 인간에게 복수하기로 합니다.

반대로 칠백은 좀 더 신중하게 인간과의 공생을 언급하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두 파로 갈라서게 됩니다.

덕근 무리는 공원을 떠나 다른 곳에 아지트를 만들고

자신들의 계획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인간 두 마리를 사냥할 계획이다.

한 마리만 상대하기에는 우리 에너지가 너무 많이 남아.

표적은 변함없이 암컷이다.

지난번 감시 조가 이번에는 공격 조가 된다.

전리품은 마음대로 해도 좋다.

원하면 인간의 고기를 먹어도 좋다." _205p

게토란?

유대 교도를 강제로 격리한 일정한 거주구

또는 소수자 집단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지구

왜 제목에 '게토'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 결말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장난감처럼 가볍게 생각하며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동물들이 느끼는 공포와 소외감 그리고 슬픔이 얼마나 크고 아픈지ㅠ

그들의 입장이 되어 느껴보니 넘 먹먹하더라고요. 왜 버려!!

이 책은 단순하게 이러한 스토리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이 어디까지 철저하게 이기적이며,

또 다른 생명을 얼마나 쉽게 생각하고 잔인하게 처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요.

주인을 믿고 충직하게 따르던 반려동물의 잘못은 또 무엇이었을까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상황에 따라

'아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느꼈던 부분이 많았어요.ㅎ

반려동물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어서 오세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