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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6월
평점 :
암자 답사기라고 해서 산중 암자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물이나 기념물로 지정된 다양한 문화유산과 수려한 강산에 얽힌 재밌는
전설과 저자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코로나로 답답하던 차에, 여행을 떠나는 설렘까지!
도보 여행가인 저자를 따라 숨겨진 암자를 찾는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보니, 고즈넉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산에 가본 지 넘 오래 전이라 ㅠ
산에 가면 항상 암자나 절을 돌아보는 편인데
이 책에 나온 곳은 한 군데도 못 가봐서 더 흥미로웠어요.
경북 안동시에 있는 영산암을 시작으로 백제, 신라의 역사도 등장하고
원효와 의상, 찬란한 해돋이가 멋진 남해 금산의 바다, 풍수지리 명당 터도
나오고 다 소개하기도 벅찬 곳이 많았습니다.
암자나 보물들의 사진도 좋았지만 저는 전해내려오는 전설이나
명칭의 유례에 푹 빠져서 봤어요. 의상 대사가 99일 만에
도를 깨우칠 때 하늘에서 큰 등을 비춰주었다고 해서 '청등사'라던가
석불사의 연동리 석불좌상이 임진 왜란에 도술을 부린다고 하자
왜장이 부처의 목을 쳤는데, 다른 머리를 올리고 나서도 나라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땀을 흘린다거나 (IMF 때도 많이 흘렸다고;;)
율곡사의 대웅전을 지을 때 목공이 못을 쓰지 않고 나무만 깎자
그를 의심한 스님이 한 토막을 숨겨서, 목공이 정성이 부족함을
탓하며 절을 떠날 뻔했다는 전설 등등 신기했어요.
흥국사에 지극 정성으로 염불을 하던 과부에게 산신령이 나타나서
아이를 점지해 주었는데, 전생의 토끼의 업보를 다 벗지 못해
꼬리가 달려서 태어난 = 산토끼이자 산신령의 아들이라는
기묘한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재밌게 본 내용을 다 소개하고 싶은데 너무 많네요ᄒᄒ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임진왜란 등 전란에 소실되어 없어지고,
부서지거나 사라진 귀중한 문화재가 너무 많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무리 보수를 한들, 그 시대의 그대로를 따라갈 수도 없거니와
보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방치된 곳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저자의 심정에 깊이 공감했어요.
그나마 이렇게 소중한 자료 겸 책으로 나와줘서 다행입니다.
운치 가득한 암자를 방구석에서 직접 가본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힐링용, 책선물로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