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에 선 조선 여성
한국고전여성문학회 엮음 / 소명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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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만 보던, 다양한 계층의 근대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녀들이 바라보는 근대적 세상과 삶의 시선이 진지하게 담겨 있는 책입니다.

솔직히 호기심이 발동해서 읽게 되었는데요, 여성이 기록한 여성의 삶과

기생들, 음반 속에 등장하는 기생 문화 그리고 '춘향'과 '설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해석되었는지 넘 궁금했어요.



<병인양란록>을 시작으로 여성이 쓴 기록에서는 전쟁 중에 벌어진 여성의

무차별 학대와 성폭행의 책임이 마치 여성에게 있고, 치욕을 벗는 길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길만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야기기 나와서 슬펐습니다.

양반 가문의 나주임 씨부터 일반 여인에 이르기까지 각별한 사연이 나왔어요.


아픈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경성유록>이라는 강릉김 씨 부인이의 여행기도

나오는데 20세기 초 여성의 교육 시설에 대한 울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울 구경을 하며 새로운 것들에 놀라는 모습은 아련했어요.

근대 계몽기의 변화를 겪으며, 시국이나 여성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보입니다.



우리나라 이천만 동포의 일천만은 여자인데

여자계가 어두우면 나라 앞 길 어이할까.

나도 이 구경 아니하였더라면 세계가 무엇인지

여자계가 무엇인지 동포가 무엇인지 몰랐을 터인데

구경한 효험으로 이것저것 아는 것 어찌 별 수 없다 하리오.


           - 제1부/ 여성이 기록한 여성의 삶 _120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못지 않았음을

알리는 과정이나 그녀들의 업적이 기록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점을 짚고

넘어가는 페이지에서는 역사적 의미의 재평가를 언급하고 있어 뭉클했습니다.



여성의 근대적 시선에서는 '기생'에 대해 나왔어요.

관기, 삼패, 예인과 창기의 구분을 어떻게 했는지부터, 언제든지 돈으로 사랑을

사고 팔수 있는 존재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진심을 다하고자 했던 로맨스.


유일하게 사람대접을 받을 때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뒷바라지하다가 목숨을 버렸거나 조신하게 아이를 키우며 훌륭하게 양육하는

모습을 보일 때였다고 합니다. 항상 자신이 죄인이라는 짐이 죽을 때까지

무겁게 따라다니니 '착한 여자 콤플렉스' 였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없는 병을 있다 하고 의원들이 검사할 때 부끄러워 몸 떨어도 매인 목숨

할 수 없어 생전 수치 당코 보니 누구에다 설원할까 애고애고 내 팔자야

연회중에 참례하면 관기에게 압제받아 부득자유하는 모양 노례비와

일반되니 창녀 명색 일반으로 등분 어찌 판이한고 애고애고 내 팔자야


                       - 시사평론 <대한매일신보> 1908. 8. 5


엄연한 구분이 있었음에도 모두 매음녀로 취급되어 집단적으로 반발하며

억울함을 소호해보지만 그 시대 언론에서는 찬동하는 글을 보였다고 해요.




3부에는 <홍도야 우지마라>,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작품의 주제와

여러 가지로 여성 이미지가 변화되어 온 <춘향전>, <해와 달>, <선녀와 나무꾼>,

<아랑설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기생'의 실제 모습이나 필체 그대로 실린 '편지' 사진들도

곳곳에 등장해서 좋았어요. 또한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도표와 자세한 주석은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한국고전여성문학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서 기획된 책답게

전란을 거쳐 왕조와 식민지까지의 역사적 흐름을 타고

양반에서부터 하층까지의 '조선 여성' 삶과 생각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반갑고도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재밌게 봤지만 많은 생각이 드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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