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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평점 :
중후반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충격적인 내용이 나와서 매우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예술인가 범죄인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모자라 대놓고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죄'를 짓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문장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어린이 성매매와 아동 포르노에 관한 것이다.
12살의 멜리사와 삼촌이 등장하는 장면은 매회 조마조마하다.
과연 이 당돌한 여자아이의 유혹에 삼촌의 흔들리는 마음이 선을 넘지는 않을까.
되돌릴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 책의 시작은 타살 당한 부인의 남편이 '자신이 죽였다'며 자백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남편은 사건 시간 다른 곳에 있었음이 증명되며,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유력하거나, 심증이 있다거나, 충분한 동기를 가진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미술품 딜러 '잭슨'과 사립탐정 '호건'은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악한 모습도 알게 된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그런 것들을 정말 믿고 있는데, 하지만 소호는
전직 해병의 정서에 맞게 설계되지 않았다. 딜러라면 누구나 자신의 상품이
절반은 물건이고 절반은 신비함이라는 것을 안다.
작품을 팔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두려움에 떨게 해야 한다.
- 로어 맨해튼 아트 페스티벌 _184
그러나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아동범죄 과정이 리얼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끔찍한 시선이나
노골적인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예술이고 뭐고 그냥 범죄를 보듯이 책장을 넘겨야 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에는 금지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은 것일까.
뉴욕 미술계의 숨겨진 이면은 타락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물론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말이다.
폴은 내게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한스 벨머 작품에 등장하는 성인 여자 등신대 인형은
머리도 없이 계단에 묶이거나 처박혀 있거나 뒤집힌 채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자신의 연인을 묘사한 그의 작품들은 나치에게 멸시 받았고, 지옥에서 온 열어보지 않은
선물처럼 반으로 접힌 채 살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끈으로 꽉 얽매여졌다.
그는 결국 자살했다.
- 발튀스 클럽 _199
잔잔한 스릴러를 생각했다면 다시금 생각해보길 바란다.
결코 편안하게 추리하는 맛을 즐기기엔 넘어야 할 금기의 선이 많다.
다양한 방면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