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신비주의가 한 몫하네요 ㅎㅎ재밌음

3인칭 관찰자 시점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9월

다 읽은 감상은 한 마디로, 재밌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해서 제3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쭉 바라보는 건가 싶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ㅎㅎ 시선은 한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주인공 디모테오 신부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인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각각의 페이지가 짧기 때문에, 어느새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넘어가 있다.

자연스럽게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변하는 시점이지만,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시점이 없기 때문에 남주의 신비로움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수려한 외모에 학교 성적까지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디모테오 신부는 차도남이다.

그가 사제 서품을 받고 새로 부임한 심해성당은 어느새 팬클럽까지 생기고 만다.

성당 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버린 디모테오 신부 주변에는 그래서 항상 아이들이 많다.

조각같이 멋진 데다 젊은 사제의 인기는, 성당을 언제나 북적이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살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아이는 거의 집착에 가까울 만큼 디모테오 신부를 짝사랑하던 여자아이였다.

자연스럽게 신부에게 시선이 쏟아지고, 그 과정에서 믿을 수 없는 과거사가 밝혀지고 만다.

그것은 바로,

끔찍한 연쇄 살인마 강치수의 아들이라는 것.

과연 그의 피 속에는 아버지와 같은 살인자의 피가 흐르는 것일까.

의심과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때부터 나는 편견과 싸우며 읽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독실한 신앙 생화를 하는 디모테오 신부를 보면서도 일말의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중반쯤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또 다른 나의 편견을 보여줬다.

사이코패스는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으므로 그전에 격리를 시켜야 하는 존재인가.

사형이라는 제도를 부활 시켜서라도 다 죽여버려야 하는 존재인 것인가.

정녕 범죄자의 피는 자식을 통해 이어지는 것인가.

중반쯤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 마 교수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대중매체에 연쇄살인범의 아들, 디모테오 신부를 노출시키지만

욕을 하던 것도 잠시, 오히려 출중한 외모에 반한 시청자들이 동정을 하며 팬층까지 생기고 만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뛰어난 외모를 자랑한다. 아이돌 같은 얼굴과 

극도로 절제된 감정을 가진 금욕적인 사제의 모습은

상대가 가진 편견까지 무너뜨릴 만큼 치명적이다.

읽는 내내 내 안의 무언가와 끊임없는 논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다.

디모테오 신부의 강력한 매력 발산에 매료되어 판단력을 잃을까 봐 걱정할 만큼 말이다.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는 말에 납득이 갔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남자 디모테오 신부를 만나게 될 

다른 독자들의 시선은 나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오해와 편견, 그리고 어느덧 생겨난 애정 속에서

끝까지 누군가를 믿어줄 수 있었는지 말이다.

모든 것을 알고 난 지금,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무심코 지나친 부분을 찾는 재미가 분명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