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터호른 - 외로움이 나를 아름답게 한다
정보근 지음 / 시간여행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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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정보근

 

 

 

여행을 떠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일상을 떠났기에, 길을 가는 그 일 밖에 할것이 없기에 조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넓은 시야로 보게 된다.

내가 속해 있는 한정된 환경이 얼마나 작은지를 깨닫게 되고,

정말로 많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겪으면서 나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되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면 약간 센치해지기도 한다.

(센치하다는 말이 표준어가 아닌 것 같은 데 다른말 표현을 모르겠다.^^

헉~ 사전검색해보니 센티하다는 용어가 등재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오면 뭔가 기록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다녀온 여정을 적기도 하고, 그곳에서 보았던 풍광과 느낌을 적기도 하고, 또 가이드에게서 들었던 여러가지 자연과 문화에 대한 상식등을 서술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자신의 단상을 조금 더 깊게 적어내기도 하는것이 나름 여행 에세이가 아닐까?

 

이 책도 그러하다.

저자는 잦은 출장으로 세계곳곳을 다녔지만 정작 마음을 쉴 수 있는 여행을 다녀보지 못했다.

시간을 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스위스로 여행을 떠난다.

여정은 그리 길지 않다. 자세히는 나와있지 않지만 열흘을 넘기지는 않은 듯 하다.

혼자만의 배낭여행도 아니었던것 같다. 가이드가 있고, 일행이 있는듯한 표현으로 보아서...

 

저자는 스위스 곳곳을 다니면서 아마도 마터호른에 대한 인상이 가장 깊었나 보다.

 

초등학생 때 나는 마터호른을 처음 보았다. 거듭된 도전에도 정상을 정복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우연히 '굴뚝길'을 발견하면서 정상을 오른다는 어린이용 영화에서였다. 산ㅢ 모양이 너무나 기괴해서 나는 마터호른이 실제로 존재하는 산이 아니라 '영화속에 존재하는 산'이라고 생각했었다. '굴뚝길'은 마터호른을 스위스 쪽에서 등정할 때 정상 근처에 있는 절벽과 절벽 사이의 틈에 난 길이다.     (p96)

 

그래서 책 제목도 마터호른으로 정했나 보다.

그곳에서의 일출을 맞는 모습은 또 다른 경험이었으리라...

 

 

 

 

 

 

그러나 이 책은 너무나도 개인적인 그냥 여행의 기록일 뿐이다.

에세이라는 장르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우선 전체적인 흐름의 주제가 없다. 물론 여행에세이인데 무슨 주제가 필요할까마는, 그래도 책 전체를 가로지르는 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굳이 주제를 찾자면 스위스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

 

자신들의 자존을 위해 일관되고 치밀하게 생활합니다. 자신들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생활을 역사로 바꿉니다. 스위스는, 일상에서 환상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프롤로그 중)

 

여정의 기록도 그러하다. 먹은 음식에 대한 역사와 평가 느낌도 한곳에 모아 정리가 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시간의 순서대로 쓰다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면 적는식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른 곳의 이야기가 나오고...

마치 블로거들이 자신의 여행을 시간대별로 포스팅해놓은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잘 정리된 포스팅을...

그리고 사진도 글과 잘 맞지 않았다. 여행 에세이라서 글을 읽다 보면 저자가 조금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술한 부분에서 그에 대한 사진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전혀 그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예 사진이 없어서 글위주 였다면 모를까, 뜬금없이 나타나는 사진은 월 말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마무리 하는 부분도 그렇다. 자신이 호수의 물빛을 즐기는 동안 일행은 근처 교회를 구경하고 왔다가 끝이다. 일행과 상관없이 자신은 자연을 느끼며 여유를 즐긴것이지만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단상이 조금더 깊고 섬세해야 한다. 나름 길게는 표현해놓았지만 책으로 내기에는 너무 약하다.

 

결론은 블로그에 올려 남들이 재미있게 읽을만한 거리는 될지 모르지만 여행에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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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에 선생님이 된 바르티
바르티 쿠마리 지음, 이주영 옮김 / 을파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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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바르티 쿠마리

 

 

 

기차가 멈춘 순간 누군가 나를 철로 옆에 내려놓고 간 모양이다. 한밤중에 버려졌다고 하니 누군가 나를 일부러 버린게 분명하다. 특히 나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날 버린 사람이 경찰에 잡힌 것도 아니니까.

내가 여자아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여서 그랬던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p21)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굶주림에, 가난에, 극심한 가뭄과 엄청난 지진과 해일의 자연재해로, 또는 전쟁의 피해로, 그리고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차별로 인해서 말이다.

다른 고통들은 같은 시간대와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에게 동일하게 오는 것이지만 차별은 나와 네가 다르지 않은데 어쩔수 없이 받아야만 하는 불평등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런것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별에 따른 차별...

 

바르티는 기차철로에 버려진채 발견되어졌다.

착한 부모님을 만나 막내딸로 자라게 된 바르티는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그러나 그 마을에 있는 학교는 단 하나, 선생님은 툭하면 술을 먹고 아이들을 위협하며 계속 같은것만 외우게 한다. 다른 학교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고, 바르티 가족은 가장 낮은 계급인 불가촉천민이기에 아무곳으로 갈수도 없다.

우연한 기회에 아빠의 브라만계급 주인에게서 책을 얻은 바르티는 스스로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을때는 망고나무아래에서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다. 아이들은 바르티의 수업을 즐거워하고 바르티도 가르치는 일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서서히 마을의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의 책임을 느꼈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한다기보다 아이들이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나는 지식이 있으면 부모님 세대처럼 고달픈 인생을 살지 않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순간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카스트 제도가 문제였다. 카스트 제도대라면 우리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다. 그건 우리의 힘과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변하지 않는 현실은 부모님과 어른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려준 이야기이기도 했다.         (p87)

 

어느날 마을에 불이 나고 숨겨둔 돈을 찾으러 집으로 들어간 엄마는 끝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아빠는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학교도 집도 모두 불타버린다.

 

나는 또다시 엄마를 잃었다. 너무 괴롭고 절망스러워서 그만 심장이 터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벌써 두 번이나 엄마를 잃었다.

(p117)

 

모든 희망을 잃은 그곳에 기자들이 취재를 나오고, 바르티가 그동안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을 했다는 기사를 쓰기에 이른다.

바르티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바르티는 간디공립학교에 입학할수 있게 된다.

먼거리이지만 학교에 다니며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열두살 선생님 바르티.

 

 

 

얼마전에 읽은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에서도 나오지만 인도의 계급제도를 난 이해할수가 없다. 그런 이야기만 나오면 너무 화가 난다.

인도를 갔다와본 사람들은 인도가 너무 좋단다. 모든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그 종교성으로 인해 평안함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종교때문에 그들은 엄연한 차별을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피해의 최우선에 있는 것은 어린아이, 특히 여자아이들이다.

 

버스는 초등학생 한 명만 있다면, 그것도 여자아이라면 멈추는 법이 없었다.             (p179)

 

남자들은 여자들을 너무 쉽게 다루면서 또 그런 여자들을 경멸한다. 그들의 이중적 잣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인도사람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고 아무리 똑똑하다 할지라도  이런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발전이 절대 없으리라 생각한다.

 

바르티가 어느날 브라만계급의 주인님의 딸의 결혼식에 갔더니 그곳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네가 여기 있는 이유는 오직 접시를 닦기 위해서야, 알겠니? 지저분한 네가 닦은 접시인데도 주인님들이 그 접시에 음식을 담아 드시니 그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 자, 어서 일을 하든지 아니면 내 눈앞에서 사라져!           (p161)

 

계급이 높건 낮건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차별이 자리잡고 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는 계급제도...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바르티가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거라는 희망찬 메세지보다

어쩔수 없는 현실의 벽에 더 분개하고 속상했다.

 

 

<한우리 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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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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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은이   오야마 준코

 

 

 

 

고양이 변호사?

고양이를 변호하는 변호사이란 말인가?

 

변호사 모모세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변호사이다. 그는 졸업후 유명로펌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그때 우연히 맡게 된 고양이 관련 사건을 승소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모모세. 그러나 그것을 계기로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에 관한 사건이 로펌에 끊이지 않게 되고 수지타산이 맞지않아 맡을수도 안 맡을 수도 없는 로펌의 입장에서 모모세를 독립하도록 종용하게된다.

5년전 독립한 뒤로 사무장 노로씨와 사무직원 나나에씨와 함께하는 사무실...

이곳은 고양이 열한마리도 함께하고 있다.

계속되는 고양이 관련 사건에 갈곳없는 고양이들을 맡아주던 것이 어느새 열한마리에 이르게 된것이다.

 

맞춤장인구두에서 신세대중저가 구두로 도약하기 시작하는 <신데렐라 구두>전 회장의 장례식장에서 운구차가 탈취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의 시신 몸값요구가 있자 세간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오코우치 사장은 조용히 변호사를 통해 일을 처리하고자 한다. 회사 담당변호사는 말려들기 싫어 모모세변호사를 소개해주고, 모모세 변호사는 특유의 치밀함과 따뜻함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러는 사이 부모님과 떨어져 어릴때부터 보호소에 자란 모모세변호사는 가정을 이루고 싶어 3년째 결혼 상담소에서 주선해주는 맞선을 본다. 그러나 30번째 퇴짜...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하며 체념을 하게 된다.

 

운구차를 탈취한 어리숙한 개그맨지망생인 기무라와 다무라는 관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 어쩔줄을 모른다. 우연히 만난 할머니에게 시체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할머니는 오히려 시신의 몸값을 올리자며 범행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과연 몸값을 받아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리저리 얽히고 섥힌듯한 사건이 하나씩 풀려가며 결국에는 모든게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어머니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듯 하지만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의 가업을 잘 끌어가고자 하는 오코우치 사장.

중학교 시절 자신의 어려움을 알고 도와주었던 그 마음을 지금도 잊지못해 남몰래 사랑을 키우고 있었던 다이후쿠 아코.

자신의 철학을 따라주지 않는 아들이 미워 집을 나왔지만 그래도 구두에 대한 사랑을 가진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주어버리는 어머니 미치요 여사...

그 외의 모든 인물들이 모모세 변호사를 중심으로 잘 엮어져 가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추리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긴박함이나 안타까움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 속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결국 자신의 방식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방식으로 바뀌게 되긴 하지만...

그 안에서 모모세변호사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삶의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보호시설에서 자란것은 잘못이 아니다. 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p159)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어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한 발상이 생겨날 거야.   (p11)

 

엄마가 해주신 이말은 사실 일이 잘 안풀려 슬플때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라는 의미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으며 모모세 변호사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데 성공한다.

 

 

이 소설은 애초에 드라마를 위해 씌어졌기에 장면하나하나가 머리속에 그려지도록 묘사가 되어 있고, 장면을 넘어가는 방식도 마치 화면이 바뀌는 듯하다. 처음에는 장면들이 짧게 확확 바뀌어서 약간 산만한 듯 하지만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갖고 읽으니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장면변화와 빠른 사건진행에 비해 문학적인 코드는 조금 약한 듯 했다.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여러 말을 사용하기 보다는 몇마디의 설명과 행동묘사롤 대신하는경우가 많았다.

 

 

 

일본드라마로 방영된 포스터이다.

<네코벤-고양이 변호사>라는 제목이다. 모모세변호사의 오래된 안경과 곱슬한 머리가 잘 표현된것 같아 보인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권순분여사납치사건>이란 영화가 생각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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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 노재희 소설집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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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노재희

 

 

<너의 고독속으로 달아나라>

제목 부터 나의 마음을 약간 무겁게 하였다. 많이 침울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표지도 왠지 섬뜩함을 가져오는 듯 했다.

그런데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전체적인 고독감이 전해내려오기는 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만한 그정도의 고독감이었다.

저자는 소설 전체에서 인간이 근본적으로 느끼는 고독감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것들이 표현되는 방식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말이다.

 

제목이 들어 있는 첫 글인 <고독의 발명> 은 시인이 되고자 했지만 가장이라는 현실에 벽에 의해 사회구조속의 일부분으로 살아갈수 밖에 없는 한 시인지망생의 삶을 그려내었다. 그가 시를 쓰기 위해 하루의 고독의 분량을 채워가는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나 오히려 그런모습을 인정하는 아내의 모습은 고독 자체를 이해하는 저자의 아량같았다.

 

이제 그만 넋두리를 집어 치우고 돌아가고 싶었다. 오늘 하루치의 고독을 아직 처분하지 못했다.        (p45)

 

어린 손자를 보아주며 아들 집에서 사는 한 할머니의 자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은 <누구 무릎에 꽃이 피나>에서 표현되고 있다. 할머니는 어느날 자신의 무릎에 피어나는 꽃으로 인해 손자를 봐주지 않아도 되는 뜻밖의 자유를 누린다. 자신에게도 누리고 싶은 자신만의 시간과 삶이 있음을 자유를 통해 외치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늙고 병들긴 했지만 아직 정정하게 아이를 봐줄 수 있고 아들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고, 그래도 아직 자신이 쓸모이쓴ㄴ 인간이라는 사실에나 위안을 받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써도 꼭 무엇엔가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너무 쓸모 있기만 한 인생은 좀 피곤하다는 생각도.              (p115)

 

<시간의 속>은 우연한 기회에 싼 가격에 방을 구해 이사를 하게 된 주인공이 주인집 할아버지와 그의 치매에 걸린 아버지, 둘과의 동거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졸지에 치매 할아버지의 뒷수발까지 들게 된 주인공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곳을 나오게 되는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전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때 그집을 나온것은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 밥을 차려주고 똥을 치워주는 것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무서웠던 것 같다. 두 노인 사이에서 두 개의 노년을 사는 기분, 이상하게 겹으로 늙어버린 시간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나는 과거에 눌린채 살고 싶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오게 될 미래를 마주하며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고향집에도 역시 언젠가 오게 될 미래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었으니 어머니를 묻어줄 일이 나에게 남아 있었다. 물론 어머니는 아버지 옆에 심을 것이다.

(p205)

 

 

 

전체적인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다양한 직업과 지위, 환경과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여러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갈등하며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알수 없는 고독감을 배치해 놓았다.

그들은 아내로부터, 남편으로부터, 자식으로부터, 부모로부터 표현할 수 없는 고독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 고독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고독을 평가나 여과 없이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때로는 그 고독이 상상의 결정체인 환타지로 나타나기도 하고, 일상의 즐거운 해피엔딩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체념이나 인정등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마지막 저자의 말은 그녀가 소설을 쓴 나름의 목적을 말해주는 듯 싶었다.

 

어느날 퇴근길 건널목에서 보았다. 열일곱개의 고독이 푸른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그들 모두가 각자 자기만의 열망과 울분과 기억과 시간을 가득 안고 있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이상하게 코끝이 찡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아무도 몰라주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겁기도 하지만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그들이 저항하고 싶은 어떤 것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만의 고요한 눈을 탄생시키기를 희망해본다.          (p357)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읽으니 저자의 다양한 그렇지만 잔잔한 일상을 그린 사건들이 나름 빛을 발한다.

참으로 다양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이 있다.

잘썼다, 못썼다 식으로 말할수는 없겠다.

재미있다, 없다 라고도 표현이 어렵다.

하지만 꽤 소박하며 흥미로운 주제들 속에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내려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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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학교 - 캐나다 영 리더스 초이스 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0
고든 코먼 지음, 안지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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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고든 코먼

 

 

청소년 성장소설이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서도 학교폭력과 왕따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아, 이문제는 언제나 해결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이 <그래도 학교>임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영어 제목은 <Schooled>이다.)

 

캡 앤더슨은 레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캡과 레인 할머니는 혈육관계가 아닌 한 대안농장 공동체에 속한 가족이다.

그 공동체는 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였는데, 지금은 캡 한명만 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사는 캡은 교육 또한 레인할머니로부터 홈스쿨링을 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자두를 따러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8주간 입원을 하시게 된다. 그동안 캡은 돌봐줄 사람이 없어 전에 공동체 생활을 했던 도넬리 아줌마집으로 잠시 들어가게 되고, 주변에 있는 클래버리지 중학교에 다니게 된다.

 

캡에게 있어서 학교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었고, 학교의 아이들 또한 캡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손으로 염색한 옷에 풀뿌리로 엮은듯한 신발, 머리는 풀어헤치고 자유로운 영혼의 눈빛.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할 여러가지 조건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역시나 언제나 놀림을 당하며 식당에서는 작은 종이쪽지들이 캡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캡은 자신이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고, 그런 아이들의 의도도 알수 없었다. 놀림을 당하는 쪽이 당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니 오히려 가해자쪽이 약이 오른다고나 할까?

 

결국 이 모든일의 주동자 잭에 의해 학생회장에 선출된 캡.

학생회장이란 허울 좋은 이름뿐이고 모든일을 캡에게 시킴으로서 골탕먹이려는 방법이었다. 작년에도 이런 방법으로 한 학생을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나....난 애들 이름을 전혀 몰라."              (p45)

 

그러나 캡은 학생회장이라면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 모든 아이들에게 웃음을 산다.

그러던 어느날, 스쿨버스 운전사인 로드리고 아저씨가 갑자기 쓰러지게 되고 캡은 자신이 직접 스쿨버스를 몰고 병원으로 간다. 이일로 캡은 아이들에게서 영웅 대접을 받게 되고, 그때부터 캡을 괴롭히던 잭은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결국 캡의 친구였지만 돌아서게 된 휴를 꼬드겨 캡을 다치게 한다.

다친 몸으로 할머니와 농장으로 돌아간 캡.

그사이 영문을 모르는 학교 친구들은 캡이 죽은줄 알고 파티날 추모식을 열게되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러 온 캡을 만나게 된다.

 

"안 된다고 하셨는데, 와서 죄송해요. 파티를 정말 보고 싶었어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네요. 모두에게 작별인사도 못 하고 학교를 떠났어요. 그래서 지금 작별인사를 하려고요."

캡은 앞줄 오른쪽을 향했다.

"제이슨, 잘 지내. 트루지, 잘 지내. 레오, 잘 지내. 아리엘, 잘지내. 트레버, 잘 지내. 마이크, 잘지내."

캡이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알자 킥킥거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곧 멎었다.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캡은 첫번째 줄을 마치고, 두번째 줄은 반대쪽부터 시작했다. 주차장은 완벽한 침묵에 싸였다.  

 (p225)

 

캡은 학생회장으로서의 자신의 본분인 아이들 1100명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을 지켜내었다.

 

 

이 책이 학교폭력을 다룬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피해자인 캡에게는 내면의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피해자 답지 않았으며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도 모르고 지냈다. 다만 도시의 아이들은 조금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방식대로 적응하려고 했다고나 할까? 결국 그의 진심과 방법은 아이들에게 통하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학교폭력은 해결방법을 조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청소년 한사람 한사람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도 소중히 여길줄 알고, 내면의 힘이 큰 아이들은 외부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넘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캡을 괴롭히던 잭이 그의 강한 힘에 그만 눌려버리고 만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학교교육이 아님은 알 수 있다.

 

전에도 말했듯이 요즘 청소년 소설은 피해자가 무방비로 당하기 보다는 자신의 소리를 내는 방식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런 소리들이 점점 커지는 청소년 소설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개인적인 바램이다.

 

 

전체적인 소설 방식은 각 챕터마다 화자가 바뀌는 것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각 인물의 속마음을 더욱 자세히 알수 있었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수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간결하며 정확한 묘사로 깔끔했다.

읽는 내내 즐겁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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