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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에 선생님이 된 바르티
바르티 쿠마리 지음, 이주영 옮김 / 을파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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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바르티 쿠마리
기차가 멈춘 순간 누군가 나를 철로 옆에 내려놓고 간 모양이다. 한밤중에 버려졌다고 하니 누군가 나를 일부러 버린게 분명하다. 특히 나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날 버린 사람이 경찰에 잡힌 것도 아니니까.
내가 여자아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여서 그랬던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p21)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굶주림에, 가난에, 극심한 가뭄과 엄청난 지진과 해일의 자연재해로, 또는 전쟁의 피해로, 그리고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차별로 인해서 말이다.
다른 고통들은 같은 시간대와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에게 동일하게 오는 것이지만 차별은 나와 네가 다르지 않은데 어쩔수 없이 받아야만 하는 불평등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런것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별에 따른 차별...
바르티는 기차철로에 버려진채 발견되어졌다.
착한 부모님을 만나 막내딸로 자라게 된 바르티는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그러나 그 마을에 있는 학교는 단 하나, 선생님은 툭하면 술을 먹고 아이들을 위협하며 계속 같은것만 외우게 한다. 다른 학교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고, 바르티 가족은 가장 낮은 계급인 불가촉천민이기에 아무곳으로 갈수도 없다.
우연한 기회에 아빠의 브라만계급 주인에게서 책을 얻은 바르티는 스스로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을때는 망고나무아래에서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다. 아이들은 바르티의 수업을 즐거워하고 바르티도 가르치는 일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서서히 마을의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의 책임을 느꼈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한다기보다 아이들이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나는 지식이 있으면 부모님 세대처럼 고달픈 인생을 살지 않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순간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카스트 제도가 문제였다. 카스트 제도대라면 우리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다. 그건 우리의 힘과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변하지 않는 현실은 부모님과 어른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려준 이야기이기도 했다. (p87)
어느날 마을에 불이 나고 숨겨둔 돈을 찾으러 집으로 들어간 엄마는 끝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아빠는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학교도 집도 모두 불타버린다.
나는 또다시 엄마를 잃었다. 너무 괴롭고 절망스러워서 그만 심장이 터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벌써 두 번이나 엄마를 잃었다.
(p117)
모든 희망을 잃은 그곳에 기자들이 취재를 나오고, 바르티가 그동안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을 했다는 기사를 쓰기에 이른다.
바르티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바르티는 간디공립학교에 입학할수 있게 된다.
먼거리이지만 학교에 다니며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열두살 선생님 바르티.
얼마전에 읽은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에서도 나오지만 인도의 계급제도를 난 이해할수가 없다. 그런 이야기만 나오면 너무 화가 난다.
인도를 갔다와본 사람들은 인도가 너무 좋단다. 모든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그 종교성으로 인해 평안함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종교때문에 그들은 엄연한 차별을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피해의 최우선에 있는 것은 어린아이, 특히 여자아이들이다.
버스는 초등학생 한 명만 있다면, 그것도 여자아이라면 멈추는 법이 없었다. (p179)
남자들은 여자들을 너무 쉽게 다루면서 또 그런 여자들을 경멸한다. 그들의 이중적 잣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인도사람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고 아무리 똑똑하다 할지라도 이런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발전이 절대 없으리라 생각한다.
바르티가 어느날 브라만계급의 주인님의 딸의 결혼식에 갔더니 그곳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네가 여기 있는 이유는 오직 접시를 닦기 위해서야, 알겠니? 지저분한 네가 닦은 접시인데도 주인님들이 그 접시에 음식을 담아 드시니 그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 자, 어서 일을 하든지 아니면 내 눈앞에서 사라져! (p161)
계급이 높건 낮건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차별이 자리잡고 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는 계급제도...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바르티가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거라는 희망찬 메세지보다
어쩔수 없는 현실의 벽에 더 분개하고 속상했다.
<한우리 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