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 노재희 소설집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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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노재희

 

 

<너의 고독속으로 달아나라>

제목 부터 나의 마음을 약간 무겁게 하였다. 많이 침울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표지도 왠지 섬뜩함을 가져오는 듯 했다.

그런데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전체적인 고독감이 전해내려오기는 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만한 그정도의 고독감이었다.

저자는 소설 전체에서 인간이 근본적으로 느끼는 고독감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것들이 표현되는 방식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말이다.

 

제목이 들어 있는 첫 글인 <고독의 발명> 은 시인이 되고자 했지만 가장이라는 현실에 벽에 의해 사회구조속의 일부분으로 살아갈수 밖에 없는 한 시인지망생의 삶을 그려내었다. 그가 시를 쓰기 위해 하루의 고독의 분량을 채워가는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나 오히려 그런모습을 인정하는 아내의 모습은 고독 자체를 이해하는 저자의 아량같았다.

 

이제 그만 넋두리를 집어 치우고 돌아가고 싶었다. 오늘 하루치의 고독을 아직 처분하지 못했다.        (p45)

 

어린 손자를 보아주며 아들 집에서 사는 한 할머니의 자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은 <누구 무릎에 꽃이 피나>에서 표현되고 있다. 할머니는 어느날 자신의 무릎에 피어나는 꽃으로 인해 손자를 봐주지 않아도 되는 뜻밖의 자유를 누린다. 자신에게도 누리고 싶은 자신만의 시간과 삶이 있음을 자유를 통해 외치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늙고 병들긴 했지만 아직 정정하게 아이를 봐줄 수 있고 아들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고, 그래도 아직 자신이 쓸모이쓴ㄴ 인간이라는 사실에나 위안을 받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써도 꼭 무엇엔가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너무 쓸모 있기만 한 인생은 좀 피곤하다는 생각도.              (p115)

 

<시간의 속>은 우연한 기회에 싼 가격에 방을 구해 이사를 하게 된 주인공이 주인집 할아버지와 그의 치매에 걸린 아버지, 둘과의 동거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졸지에 치매 할아버지의 뒷수발까지 들게 된 주인공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곳을 나오게 되는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전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때 그집을 나온것은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 밥을 차려주고 똥을 치워주는 것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무서웠던 것 같다. 두 노인 사이에서 두 개의 노년을 사는 기분, 이상하게 겹으로 늙어버린 시간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나는 과거에 눌린채 살고 싶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오게 될 미래를 마주하며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고향집에도 역시 언젠가 오게 될 미래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었으니 어머니를 묻어줄 일이 나에게 남아 있었다. 물론 어머니는 아버지 옆에 심을 것이다.

(p205)

 

 

 

전체적인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다양한 직업과 지위, 환경과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여러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있다. 그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갈등하며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알수 없는 고독감을 배치해 놓았다.

그들은 아내로부터, 남편으로부터, 자식으로부터, 부모로부터 표현할 수 없는 고독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 고독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고독을 평가나 여과 없이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때로는 그 고독이 상상의 결정체인 환타지로 나타나기도 하고, 일상의 즐거운 해피엔딩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체념이나 인정등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마지막 저자의 말은 그녀가 소설을 쓴 나름의 목적을 말해주는 듯 싶었다.

 

어느날 퇴근길 건널목에서 보았다. 열일곱개의 고독이 푸른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그들 모두가 각자 자기만의 열망과 울분과 기억과 시간을 가득 안고 있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이상하게 코끝이 찡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아무도 몰라주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겁기도 하지만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그들이 저항하고 싶은 어떤 것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만의 고요한 눈을 탄생시키기를 희망해본다.          (p357)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읽으니 저자의 다양한 그렇지만 잔잔한 일상을 그린 사건들이 나름 빛을 발한다.

참으로 다양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이 있다.

잘썼다, 못썼다 식으로 말할수는 없겠다.

재미있다, 없다 라고도 표현이 어렵다.

하지만 꽤 소박하며 흥미로운 주제들 속에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내려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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