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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옥수동 타이거스
최지운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지은이 최지운
오호장군이라 함은 3세기 초 중국 삼국시대에 한중왕 유비 휘하에 있던 다섯명의 용맹스러운 장수들을 말한다. 관우, 장비, 조운, 황추, 마초가 그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용공고에서 싸움울 가장 잘했던 다섯명이 뭉쳐 결성한 서클이다. 성혁, 재덕, 규태 지선, 현승이 그들이다.
이들은 폭력서클이기는 하지만 주위의 아이들에게서 현금을 갈취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다만 주위의 학교들이 자신의 학교학생들을 괴롭힐때만 나서서 폭력을 행사해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위 학교의 다른 폭력서클과 싸움이 붙게 되고 여러차례의 결전 끝에 오호장군은 주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곳은 전부터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살던곳. 용공고는 그들의 아이들이 현실적 벽에 부딪혀 인문계고를 가지 못할때 그들을 받아줌으로서 함께 한 학교이다. 그러나 이곳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특목고가 생기고, 그 곳 주민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 부지를 찾다가 결국 용공고의 폐교를 위한 정치적 경제적 압력을 하기 시작한다. 끈질긴 공방끝에 결국 용공고는 폐교되기에 이르고, 중앙외고의 폭력서클 캡틴파이브와의 결전을 끝으로 오호장군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후에 한 작가가 수집하고, 취재한 것을 토대로 소설을 쓰게된다는 소재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인터뷰와 기록들, 그리고 사건과 사건을 이어가는 편집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리더 성혁은 아버지 회사의 부도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용공고까지 오게된 아이.
자칫 자신을 찾아온 짓궂은 운명에 눌려 비뚤어질 수도 있는 시기였다. 그는 괴로움과 슬픔에 젖어 방황을 일삼는 잘못을 범하지 않았다. (p45)
그는 빨간 막장갑만을 끼고 상대를 제압하며 360도 발차기가 특기다.
재덕은 할머니와 두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싸움이 없는 날이면 일찍 귀가해 빨래와 설거지, 요리와 청소를 다 해 놓는 만능 주부였고 금남시장 어귀에 노점을 펴놓으신 할머니늬 생선장사를 돕는 효성 깊은 손자이기도 했다. 유일한 불효라면 공부에 도통 흥미가 없어 할머니의 소원인 대학 진학이 요원해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p50)
배관용 쇠파이프를 주무기로 한 어퍼스윙이 특기다.
규태는 분명 용공고학생이지만 나이는 서른이다. 그는 한때 조직폭력배의 넘버쓰리였으나,단속에 의해 검거되 교도소에서 6년이란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부끄러운지를 깨닫고 출소후 용공고에 들어온것이다.
규태는 자신의 소박한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졸업후 결혼을 약속한, 자신의 국어 선생님이기도 한 애인이 있고 졸업잘만 따면 정비사로 받아주겠다는 제의를 한 정비소도 여럿 생겼다. (p58)
렌치 끝에 강줄로 스패너를 매단 무기를 사용한다.
지선은 오호장군의 홍일점이다. 그녀는 빼어난 외모와 성숙한 몸매를 지니고 있어 청담동읭 고급요정에서 일을 한다. 그녀가 그렇게 번돈으로 오호장군들의 밥값이나 밀린 납부금을 내준다.
그들에게 돈을 쓸 때만 지선은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느꼈다. (p63)
그녀는 T자 를 휘두르며 공격한다.
현승은 얼핏보면 왜 오호장군의 멤버인지 알수가 없다. 그의 집은 어느정도 살고 있고, 실업계 특별전형을 통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위해 대학진학반에 다니고 있다.
"넌 왜 우리랑 노냐? 우리하고 어울리는 게 창피하지 않냐?"
"글쎄...초등학생 때 말이야, 머리맡에 알람시계를 놓고 자지 않으면 지각하기 일쑤였어. 창문이라고 하나 있는 건 허구한 날 옆집에 사는 아저씨의 큼지막한 트력 바퀴가 막아 버렸거든. 또 여름에는 텅 빈 집에 하루종일 외롭게 돌아가는 성풍기만 나를 반겼지." (p72)
금큐대를 이용한 공중 내려치기가 그의 특기다.
이들은 이제 각각 꽃미남 액션배우,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여배우, 프로게이머,,대형체인점의 횟집을 가진 젊은 사장, 카레이싱 팀 정비 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꽃같은 학창시절에 그렇게 싸움과 폭력에 매달렸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다만 그들이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일까?
다른 방법으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표출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폭력이라는 돌파구를 사용했을까?
그들도 이런 자신들의 현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아니, 부정 할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은 깡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싸움은 다르다. 적어도 사움의 세계에서는 예금 빵빵한 체크카드가 없다고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니다. 마음만 맞고 싸움만 잘하면 아버지가 청소부든 의원님이든, 사는 집이 궁궐이든 판잣집이든 상관없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전교 등수는 물론 인문계, 실업계 같은 구분도 필요없다. 오직 깡, 깡만이 중요할 뿐이다. 반드시 상대를 꺾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최강자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싸움의 세계였다. 이 세계료 말할 것 같으면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진리가 유일하게 통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p117)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아무리 애써도 벗어날 수 없는 꽉 막힌 현실. 그곳에서 자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살아갈 이유마저 사라지는 그들에게 깡만으로 살수 있는 폭력의 세계는 아무런 차별과 계급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깡만이 필요했을 뿐...
그들에게는 그들 자체로 보아주는 눈들이 필요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눈과 마음말이다.
사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다른 아이들과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할 때 실업계밖에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실업계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학생들 개인의 행동에 향할 것이 아니라 사회모순을 꼬집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꿈과 희망을 배워야 하는 학교에서 절망을 배우고 있습니다. (p80)
그래서 용공고의 한 선생의 발언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폭력서클을 통한 이야기를 썼을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그것도 단순히 몸으로 하는 싸움이 아닌 각종 무기를 사용하니, 책속의 표현중에도 싸움중에 다치고 피가 흩뿌려지는 장면들이 나온다. 나는 그러다 누가 죽기라도 하면 그들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 라는 생각에 마음편히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소설은 사실의 재연이기도 하지만 아,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은 그들이 아무리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앞길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로서는 쉽게 받아들일수 없음이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나를 아는 지인들은 내가 이 책을 쓴다고 했을 때 하나같이 그만둘 것을 종용하였다. 아무리 좋은 해석을 붙여도 그들은 학교 폭력 서클의 멤버에 불과하며 책을 쓰는 일은 그런 그들을 미화한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또래와 마찬가지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낸 평범한 청소년들에 불과하였다. 그들도 학교를 다니며 꿈을 키우고 미래를 그렸다. 어느 전설적인 폭력 서클의 일탈이나 만행을 듣는다는 편견보다는 평범한 고딩들의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 본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p10)
책 속 화자의 변으로 그런 마음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까?
그런데 오늘 신문에서 타워팰리스에 사는 학생들이 폭력서클을 만들어 주위 학생들에게서 현금과 스마트폰등을 갈취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책에서 중앙외고의 캡틴파이브는 작가의 허구라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그런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작가의 매서운 눈이 새삼 놀라웠다.
그나마 태워팰리스의 아이들은 자신이 풍족함에도 불구하고, 다른이들을 갈취했다니, 캡틴파이브만도 못한 졸렬한 아이들이란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소재가 좋고 사건의 구성, 편집 방식이 새로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작가의 첫작품인듯 한데, 이 정도로 매끄럽게 써 내려간것이 놀랍다.
다만 사실표현의 서술이 많아 아름답거나 눈에 띄는 문장은 없었다. 또한 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문장들도 없었고...
특이한 구성이 아니었다면 기억에 남지 않을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