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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제삿날 ㅣ 학고재 대대손손 8
한미경 글, 이지선 그림 / 학고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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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한미경
그린이 이지선
우리나라의 고유 전통예절인 제사.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현세에 사는 우리들은 돌보아 주십사 기원하는 예의 한 형태이지요.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도 여러가지이고, 그것을 놓는 위치도 법칙이 있고,
그 절차 또한 은근 복잡합니다.
어떤 때는 그것을 다 따르다보면 제사 자체가 싫어질 때도 있지요.
그러나 제사에 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재료를 엄선해 풍성하게 올린 제사상음식일까요?
정해진 절차를 하나도 빼지 않고 지켜 올리는 제사 예식 일까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성 아닐까요?
비록 음식이 한두가지 빠져도
절차가 뒤죽박죽이어도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마음만 진실 하다면
그 제사는 올바른 제사가 아닐까요?
이런 제사의 참의미를 알려주는 그림책
<여우 제삿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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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아흔아홉마리 산다는 여우골에
백년은 좋이 묵은 여우가 살고 있었어.
이 여우, 콧대를 세우며 어찌나 잘난 체를 하던지
백년을 살았어도 친구 하나 없었어.
듬성듬성 그려진 풀밭에 오도카니 남겨진 여우의 모습이 외로움을 전해 줍니다.
빽빽하지 않은 풀밭의 모습이 더욱더 외로움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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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여우는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렸어.
여우는 폴짝폴짝 고개를 넘어 산신령을 찾아갔어.
"신령님, 내 몸이 달달 떨리는데 어찌 그런 것이오?"
"외로움이 깊어서 병이 생긴게지."
"그럼 어찌하면 되겠소?"
"누군가를 기억하며 정성껏 제사를 드리면 될터."
"제사? 제사가 무엇이오?"
"오늘 밤에 아랫마을 솟을 대문 집에 가 보아라."
전체적인 그림은 수채화가 주 이지만
꼴라쥬 기법을 같이 사용한 점이 특이합니다.
기본적인 무늬가 있는 종이를 붙이기도 했지만
특별히 그림을 따로 그려 오려 붙인 것들도 있네요.
어떤 것은 원색적으로 진하게, 또 어떤 것은 선만을 드러낸 기법으로
한 화면에 다양한 기법이 혼재해 있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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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밤에 되어 솟을 대문집으로 찾아갔어요.
제사 음식을 이리저리 예법에 따라 놓고 있는데,
향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눈이 따갑고 목이 메케해져서
여우는 그만 여우골로 돌아왔지요.
짧은 이 한장의 그림속에서
어동육서, 조율이시 등의 차례방법을 이야기 해주고 있네요.
아이들과 읽으며 쉽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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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눈썹달이 뜨는 날 감나무집에 찾아갔지요.
이번에는 숨을 참고 열심히 보아두었어요.
모두들 향을 피우고 술을 따른 뒤 절을 하는걸 보고는
여우는 제사음식을 날쌔게 훔쳐서 여우골로 돌아 왔어요.
지금은 대대로 내려오는 종손집에서나 행하는 제사의 모습입니다.
상당히 격식을 차려야 함을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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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훔친 음식으로 제사를 지냈답니다.
하지만 그래도 몸은 여전히 오슬오슬 떨렸어요.
여우는 산신령에게 따지러 갔지요.
"신령님은 순 엉터리요!"
"어허, 정성을 다하랬지, 누가 도둑질을 하랬느냐!
정성이란 꼭 모양새를 똑같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우가 사람의 모습에서 다시 여우로 변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운동감이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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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다시 보름날 효돌이네 집으로 갔어요.
효돌이와 아내는 붉은 팥 껍질을 하나하나 정성껏 까서 뽀얀 떡고물을 만들고
시루떡을 정성껏 찌어내었어요.
떡이 다 쪄지자 효돌이는 대문을 열어 놓고, 상을 셋이나 보았어.
"하나는 대문을 지켜주시는 수문대장 상이고,
하나는 부엌을 지켜주시는 조왕할머니 상이고,
하나는 떡 좋아하시던 우리 어머님 상이니, 아가야, 우리는 좀 참자꾸나."
앞서 있던 제사상과는 대조적으로
시루떡 하나 밖에 올려있지 않지요.
사실 제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팥은 귀신이 싫어하는 음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사상에 팥이 올라오는 것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요?
그런데도 시루팥떡을 상에 올린것은 어머니가 평소에 좋아하셨던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절차와 예법보다 더 중요한것이 마음과 정성이라는 주제가 확실해 지는 부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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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아기를 덥석 물고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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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가슴이 울렁거려 그대로 있을 수가 없어서
호랑이의 목덜미를 물기 시작했지요.
100년이나 살았던 여우.
그리고 평소에 콧대를 세우고 잘난척을 하던 여우.
그가 아기를 구해줄 의무는 전혀 없었어요.
100년을 살면서 그보다 더한 일을 본적이 없었을까요?
그런데도 여우의 가슴이 울렁거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마도 효돌이네의 정성이 여우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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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호랑이는 아기를 내려놓고 여우를 물고 사라졌어요.
그 뒤, 여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우의 몸이 오슬오슬 거리는 병은 나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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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효돌이네 제사상에는 시루떡이 두개가 올라있어요.
하나는 어머니꺼.
또 하나는 누구의 것일까요?
제사의 참의미를 알게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절차, 예법 모든것이 중요하지만
그 모든것을 뛰어넘는 것은 마음과 정성이지요.
그것이 없으면 다른 것은 아무 소용 없습니다.
이런 정성은 바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 됩니다.
과연 여우는 그 마음을 배웠을까요?
아이들과 읽으며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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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항상 하는 작업.
표지 전체를 펼쳐보기입니다.
전체 내용 중 중요 장면을 뽑아 놓았습니다.
왜 중요장면인지는 읽으면 아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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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속지 들여다 보기
꽃들과 꽃들사이에 전해지는 말이 있는 듯 합니다.
무슨 말인지도 책을 보시면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