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나뉘어라 - 2006년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정미경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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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우주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일어나 나무 덧창을 연다. 나무들은 정령처럼 그림자가 없다.
하얀 밤이여, 나뉘어라. 슬픔도 아닌것이,희한도 아닌것이,물이되어내 눈에서 밀려나온다. 밤은 그제야 출렁이듯 왜곡되며,둥금게 소용돌이친다.밤의 하얀폭이세로로쪼개지며,그틈으로 검붉게 질퍽이는 덩어리들이 뭉클뭉클밀려나온다.
-48쪽

널 위해서가아니야. 당신은 내 속에서, 마지막 보여주었던 그 모습처럼, 나의 피투성이 연인으로 남아있어야 해,지나고 보니 어떤 일도 일어날 수있는 게 인생이고 어떤 일도 견뎌내는 게 인간이더라. 뭘못 견디겠어. 오늘 밤 돌아가당신 파일을열어 하나하나딜리트키를 누르고 가려움도 딜리트 키를눌러버리고,그렇게견뎌볼까 봐.
차갑긴하겠지만마지막 보았던당신의 얼굴을 껴안고말야. 당신은 언제까지 나를 물어뜯으며, 나의 연인으로 남아 있어야 해. 피투성의 연인, 잔혹한 연인. 당신이 특별히 가혹한 사람이란 생각은안해. 모든연인은 더 사랑하는자에게 잔혹한 존재이니까.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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