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탄생 - 만화로 보는 패션 디자이너 히스토리
강민지 지음 / 루비박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패션의 탄생 (루비박스, 2011년)

#강민지

#만화로그려진인문서

#먼나라이웃나라패션편

#얇고넓은지식을원하는일반독자

목차

1. 티에리 에르메스, 2. 루이 뷔통, 3. 토마스 버버리, 4. 구찌오 구찌, 5. 살바토레 페라가모, 6. 가브리엘 샤넬, 7. 크리스찬 디올, 8.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9. 위베르 드 지방시, 10. 이브 생 로랑, 11. 미우치아 프라다, 12. 메리 퀀트, 13. 조르지오 아르마니, 14. 칼 라거펠드, 15. 랄프 로렌, 16. 비비안 웨스트우드, 17. 캘빈 클라인, 18. 질 샌더, 19. 폴 스미스, 20. 지아니 베르사체, 21. 장 폴 고티에, 22. 돌체 앤 가바나, 23. 존 갈리아노, 24. 톰 포드, 25. 마크 제이콥스, 26. 알렉산더 맥퀸

감상

1. '블링 블링하고 산뜻한 표지'는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선뜻 집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최근에 출시된 교양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된 (2011년) 책인지라 놀랐습니다.

2. 개인적으로 인문서를 다독하는 편은 아니니 평가할 만한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라는 결론을 쉬이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이패션'의 대표적인 여러 브랜드의 역사를 알기 쉽게 소개해 주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지식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보편적이고 쉽게 읽히는 교양서 혹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3. 대표적인 만화로 씌여진 인문학 도서인 '먼 나라 이웃나라'와 비슷한 장, 단점이 있습니다. 깊숙한 이해력 보다 해당 브랜드나 창립자에 대한 선입견, 고정관념을 통해 흥미를 자아내는 경우가 있었고, 독자들에게 흥미를 심어준다는 명분으로 특정 요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해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100년여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들을 416쪽의 N/1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네요.

4. 패션에 이해도가 높은 독자들이나 심오한 전문서적을 원하는 분들에는 비추입니다. 반면, 패션에 문외한이지만 얇고 넓은 지식을 원하는 일반 독자들, 혹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중,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인 것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잃어버린 도시 (홍익출판사, 2017년)

원 제 The Lost City of Z (2009년)

#데이비드그랜

#박지영

#어른이용잃어버린세계

#퍼시포셋

저도 어린 시절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를 읽었습니다. 청소년 도서로 읽었지만 가독성 좋은 스토리나, 파격적인 이미지로 인해 성인이 된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히 각인된 소설입니다. '잃어버린 세계' 또한 이 책의 주인공인 '퍼시 포셉' 박사를 바탕으로 창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은 아마존 탐험에 평생을 바친 전설의 모험가 '퍼시 포셉'에 관한 책입니다. '퍼시 포셉'의 시선에서 아마존 탐험을 떠나는 이야기와, '퍼시 포셉'의 행적을 쫓는 작가의 여정이 번갈아가며 그려집니다. '퍼시 포셉'의 시선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거하여 씌인 소설적 사실로, 따라서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논픽션도 아닌 독특한 진행 방식을 취합니다.

독자가 어떤 방식의 재미를 추구하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만한 책입니다. 극적인 기승전결로 장르문학의 정수를 담았다거나 문학적으로 뛰어난 품격을 지닌 소설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니올시다.'에 해당합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과 허구를 통해 미스터리의 원류를 찾아가는 이런 유의 책이 적성에 맞았던 것 같네요. 책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함과 불굴의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 적당히 섞여 우러나는'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른이용 '잃어버린 세계' 혹은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 '아문센 이야기'를 읽는 것과 유사한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미스터리하고 흥미로운 사건을 다루는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을 소설로 풀어놓은 느낌같기도 하고요.

+ Fact

작 중 뛰어난 모험가로, 대범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퍼시 포셋(Percy Fawcett) '은 논쟁이 많은 위인입니다. 이 책은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과장과 왜곡을 지적당했습니다. 여러 저널에서 '퍼시 포셉' 이 인종 차별주의자에 학술적 기반이 없는 무모한 모험가라는 요지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와일드 시드 (비채, 2019)

원 제 Wild Seed (1980년)

#옥타비아버틀러

#조호근

#Patternistseries0편

#완성형판타지

2011년 '야생종'이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번역 후 절판되었던 소설이, 복각되어 재출간된 경우입니다. 무려 1980년에 씌여진 소설이지만, 진심으로 뛰어난 소설입니다. 다소 거친 도입부를 지나, 뒷부분으로 진행될수록 점점 더 뛰어난 소설이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순서상으로는 'Patternist series' 의 4번째 소설이지만, 시리즈의 연대기 상으로는 초기 1편에 해당하는 소설인데요, '이와 비슷한 소설이 4편이나 더 있다니!' 같은 감탄과 동시에, '생존한 장르 문학 소설가들이 아직까지 사소한 주제에 목메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의문, '장르문학은 발전하고 있는가' 같은 해묵은 의문이 연달아서 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감상은, 온다 리쿠, NK 제미신 같은 작가의 판타지 수작들에서 맛볼 수 있는 감상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넓고 자욱이 깔려있는 안개 같은 배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걷히고, 밀가루로 조각된 인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경화되어, 결국에는 아주 작은 배경, 아주 작은 특징까지 선명하게 각인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주요 소재 또한 같은 느낌입니다. 선악이 모호한 캐릭터의 삐쭉삐쭉함, 서로 다른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 모든 것을 뒤에서 관장하는 초인적 존재 같은 것들 말이죠. 또한 장르문학의 메이저 장르 편승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들이 이 소설 속에서 이미 적립되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치밀하게 짜인 구성', '상상력의 구현을 통한 가독성 획득', 때때로 '인물 간의 선문답을 통해 전달되는 심오한 주제의식', '현재 사회에 문제점에 대한 비유를 일삼는 주요 소재' 같은 면모는 완성형 판타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책의 대부분의 장점은 아직까지도 유효하여, 책을 읽는 내내 낡거나 퇴색된 장르의 소설을 읽는 느낌보다 현재 진행 중인 인문학적 문제를 고발하는 완성도 높은 판타지를 읽는 기분이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당대의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완독을 마친 후 드는 끊임없는 질문들은 곧, 나머지 'Patternist series' 에 대한 구매욕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나머지 시리즈는 번역전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소설을 시작으로 1970~1980년에 사이에 출간된 명작 SF나 명작 판타지를 여러 권 동시에 주문했습니다. 생존한 장르 문학 소설가들이 여전히 미숙한 이야기에 목메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 같은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카르테 3 - 시간의 풍경 아르테 오리지널 8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백지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의 카르테 3 -시간의 풍경 (아르테, 2018년) ‘신의 카르테’ 시리즈

원 제 神樣のカルテ3 (2012년)

#신의카르테3

#나쓰카와소스케

#의사출신작가

#끊어읽기좋은소설

#신의카르테외전

신의 카르테’ 시리즈 1편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착한 사람과 착한 사람이 모여 이루어진 병원에서 만들어가는 소소한 해피엔딩 각각이 따뜻하게 다가왔던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을 접한 후, 얼마 뒤 (일본 내) 영화 제작이 결정되었는데 자연스러운 경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적 전개가 용이한 인물 관계, 머릿속에서 쉬이 그려지는 영상화하기 좋은 장면을 내포한 소설입니다. 신슈 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현직 의사이자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가 레지던트 시절에 쓴 데뷔작이니 만큼 현장 의료진의 고민을 실제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겠습니다. 물론, 단점도 명확한 시리즈입니다. 1편보다는 2편, 3편으로 갈수록 현실과 거리가 있는 '포장된 낭만'을 추구하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커지더군요. 현직에서 의료에 종사하는 친구들한테 몇 번 추천해 주었는데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0편부터 카운트했을 시 4편에 해당하는 이번 소설은 중편 정도의 이야기가 여러 편 묶인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구성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 짧게 끊어 읽기 좋아, 책갈피를 꽂아놓고 책을 덮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금세 가독성이 살아나더군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주인공의 전면적인 등장보다는 새롭게 등장한 내과의에 관한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흘러갔으며, 이야기 각각은 비중 높은 조연들의 과거사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시리즈의 열혈팬이라면 슬쩍만 등장해도 회상이 가능한 몇몇 인물에 대한 언급은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의아할 만한 이야기로 비칠 수도 있겠더군요.

(아라시 멤버인 사쿠라이 쇼 주연의 영화는 벌써 2편이나 제작되었다고 하네요.) 이 소설의 초, 중반 흐름은 세 번째 영화화를 노리는 소설로 느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완전한 악인도 없고, 직장과 삶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살아가는 '덕후' 의사 이야기는 지난 0, 1,2 편과 너무나 유사해서 세계관 확장을 위한 준비 운동으로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긴장감 없이 흘러가던 이야기는 후반에 밋밋한 흐름을 찢어버리는 송곳 같은 '대사'가 연거푸 등장하면서, 상상에만 기반한 무근본 의료 소설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합니다. 그로 인해 작가가 어느 정도는 소설 속 세계관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드러운 흐름에 더불어 반전까지 선보이는 소설집입니다. 어설픈 히가시노 게이고 아류작보다 개성적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었고, 신의 카르테 시리즈 팬들을 위한 '디렉터스 컷'과 같은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왕과 서커스 (엘릭시르, 2016년)

원 제 王とサ-カス (2015년)

#요네자와호노부

#김선영

#따뜻하지는않아도흥미로운장르의변주

#해설집을보고풀어버린수학문제집

#가성비좋은

'왕과 서커스' 20대였으면, 참 좋아했을 소설입니다. 실존 사건인 '네팔의 왕실 살상 사건' 이 묘사되고, 그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네요. 국제적 이슈 속에서 사건의 진상에 점점 다가가는 타국의 기자, 간간이 느껴지는 저널리즘의 양면성에 대한 뾰족한 질문들,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 한편으로는 이야기를 유려하게 끌고 가는 간지나는 미스터리 소설이니까요. 따뜻하지는 않아도, 흥미로운 장르의 변주라고 생각했을 것 같네요.

하지만 10년간 쌓인 독서 취향 변화로 인해 깊숙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살이 없이 뼈대만으로 구성된 줄거리들도, 성기게 진행되는 인물이나 배경 묘사도, 탄탄하게 쌓아올린 수사보다는 갑작스러운 주인공의 깨달음이나 일부 경험에 의지한 사건 해결 같은 면모는 제가 추구하는 '소설의 즐거움'과는 접점이 적더군요. 결정적인 건, 너무 적은 단서가 사건의 해결에 결정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이겠네요. 마치 해설집을 보고 풀어가는 수학 문제집 같은 느낌이랄까요. 답은 알게 되었지만, 이해는 되지 않는 느낌 같은 겁니다. 작가가 작중에 섞여내려 했던 실존 사건과 가상의 살인사건의 개연성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름과 물같이 섞이지 않는 기분도 들더군요.

(이상하게도) 단점을 많이 열거했지만, 무자비하게 까일 정도로 '노잼' 소설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 집중해서 읽어 내릴만한, 읽는 시간이 비해 감동이 두터운 가성비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후한 평가를 내렸던, '요노자와 호노부'의 지난 소설을 다시 읽어 본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그저 취향의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