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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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커스 (엘릭시르, 2016년)

원 제 王とサ-カス (2015년)

#요네자와호노부

#김선영

#따뜻하지는않아도흥미로운장르의변주

#해설집을보고풀어버린수학문제집

#가성비좋은

'왕과 서커스' 20대였으면, 참 좋아했을 소설입니다. 실존 사건인 '네팔의 왕실 살상 사건' 이 묘사되고, 그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네요. 국제적 이슈 속에서 사건의 진상에 점점 다가가는 타국의 기자, 간간이 느껴지는 저널리즘의 양면성에 대한 뾰족한 질문들,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 한편으로는 이야기를 유려하게 끌고 가는 간지나는 미스터리 소설이니까요. 따뜻하지는 않아도, 흥미로운 장르의 변주라고 생각했을 것 같네요.

하지만 10년간 쌓인 독서 취향 변화로 인해 깊숙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살이 없이 뼈대만으로 구성된 줄거리들도, 성기게 진행되는 인물이나 배경 묘사도, 탄탄하게 쌓아올린 수사보다는 갑작스러운 주인공의 깨달음이나 일부 경험에 의지한 사건 해결 같은 면모는 제가 추구하는 '소설의 즐거움'과는 접점이 적더군요. 결정적인 건, 너무 적은 단서가 사건의 해결에 결정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이겠네요. 마치 해설집을 보고 풀어가는 수학 문제집 같은 느낌이랄까요. 답은 알게 되었지만, 이해는 되지 않는 느낌 같은 겁니다. 작가가 작중에 섞여내려 했던 실존 사건과 가상의 살인사건의 개연성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름과 물같이 섞이지 않는 기분도 들더군요.

(이상하게도) 단점을 많이 열거했지만, 무자비하게 까일 정도로 '노잼' 소설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 집중해서 읽어 내릴만한, 읽는 시간이 비해 감동이 두터운 가성비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후한 평가를 내렸던, '요노자와 호노부'의 지난 소설을 다시 읽어 본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그저 취향의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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