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와일드 시드 (비채, 2019)

원 제 Wild Seed (1980년)

#옥타비아버틀러

#조호근

#Patternistseries0편

#완성형판타지

2011년 '야생종'이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번역 후 절판되었던 소설이, 복각되어 재출간된 경우입니다. 무려 1980년에 씌여진 소설이지만, 진심으로 뛰어난 소설입니다. 다소 거친 도입부를 지나, 뒷부분으로 진행될수록 점점 더 뛰어난 소설이라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순서상으로는 'Patternist series' 의 4번째 소설이지만, 시리즈의 연대기 상으로는 초기 1편에 해당하는 소설인데요, '이와 비슷한 소설이 4편이나 더 있다니!' 같은 감탄과 동시에, '생존한 장르 문학 소설가들이 아직까지 사소한 주제에 목메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의문, '장르문학은 발전하고 있는가' 같은 해묵은 의문이 연달아서 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감상은, 온다 리쿠, NK 제미신 같은 작가의 판타지 수작들에서 맛볼 수 있는 감상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넓고 자욱이 깔려있는 안개 같은 배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걷히고, 밀가루로 조각된 인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경화되어, 결국에는 아주 작은 배경, 아주 작은 특징까지 선명하게 각인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주요 소재 또한 같은 느낌입니다. 선악이 모호한 캐릭터의 삐쭉삐쭉함, 서로 다른 초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 모든 것을 뒤에서 관장하는 초인적 존재 같은 것들 말이죠. 또한 장르문학의 메이저 장르 편승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들이 이 소설 속에서 이미 적립되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치밀하게 짜인 구성', '상상력의 구현을 통한 가독성 획득', 때때로 '인물 간의 선문답을 통해 전달되는 심오한 주제의식', '현재 사회에 문제점에 대한 비유를 일삼는 주요 소재' 같은 면모는 완성형 판타지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책의 대부분의 장점은 아직까지도 유효하여, 책을 읽는 내내 낡거나 퇴색된 장르의 소설을 읽는 느낌보다 현재 진행 중인 인문학적 문제를 고발하는 완성도 높은 판타지를 읽는 기분이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당대의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완독을 마친 후 드는 끊임없는 질문들은 곧, 나머지 'Patternist series' 에 대한 구매욕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나머지 시리즈는 번역전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소설을 시작으로 1970~1980년에 사이에 출간된 명작 SF나 명작 판타지를 여러 권 동시에 주문했습니다. 생존한 장르 문학 소설가들이 여전히 미숙한 이야기에 목메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 같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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