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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 시모키타자와'입니다.
처음에는 뭔 제목이 이래,,, 라면서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입 속으로 몇번을 되내여 보니 종국에는 입에 착 달라 붙는게, 묘한 감칠맛이 있는 제목입니다. 독특하네요.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의 장편은 오랜만입니다. 단행본이라면 일년에도 한차례씩 꼬박꼬박 나오고 있지만,
'N.P.'와 '암리타'를 제외하면,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무안할 정도의 짧은 소설 일색이던, 그녀의 장편인지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단편보다는, 몇편의 장편 소설에 더욱 빛나는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기억 또한 선명했고요.
기대감과는 다르게 읽는 내내 소설속에 깊숙히 빠져 들수가 없었다는걸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우선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에게 제가 바라는 바라고 있던 '편견'이랄까요 그 점에서 시작을 해야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대부분 여성화자를 중심으로 한 사랑이야기입니다.
같은 시기의 삼대 여류 작가로 불리며, 비슷한 주제의 사랑이야기를 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그것과는 좀 차별이 되는데요.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이야기가 정돈되고 말끔한 느낌으로 포장된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라면,
'바나나'의 그것은 끈적끈적하고, 심연의 것을 끌어내는, '중독'같은 이미지와 맞닿아 있는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속의 인물들을 보면, 몇번이고 자살을 시도한다거나, 초월한 존재의 영향을 받는다는 비약이 심한 줄거리도 포함하고 있고,
근친과의 성행위나 불륜같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룰을 초월한 행위도 빈번히 등장함에도,
책의 얼개가 인과성을 잃는다고 느껴지거나, 전체적으로 원초적, 도색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기 보다는,
다른 소설들에 비해 뛰어난 설득력과 가독성을 가지고 있는 점은
바나나의 현실이 일관되게 비 현실적이고 또한 그녀의 사랑이 죽음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 저도 모르게 그런 면모를 기대하고 있었던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전혀 다른 소설이었습니다만,,,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사랑도 그리고 죽음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내내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는 '잃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것' 말이죠.
지금까지는 자신의 그리고 상대방의 죽음에도 초월하던 '바나나'의 인간들이 이제야 죽음을 아프다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지난 작품들에서는 마치 'dead holic' 처럼 죽음에 중독되었던 인간은 없고요,,,
삶에 대한 애착과 목적의식이 공고한 보통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 됩니다.
소설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삶은 어떤 죽음의 기운에도 잠식당하지 않습니다.
분명 그런 순간으로 빠질 수 장면장면이 빤히 보이는데 작가는 끝까지, 남겨진 삶에 집중합니다.
이것이 지난 소설의 감성보다는 현실적임은 확실하지만요,,,
하지만 '안녕 시모키타자와' 에서 바나나의 현실은 참신함이나 가독성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작가 스스로의 개성을 잃는 순간, 그리고 진짜 현실을 이야기 하는 순간,
허약한 서사를 메우던 그녀의 장점은 단숨에 사라져 버리고, 단지 밍숭맹숭한 글이 되고 맙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중독적인 감성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고도 '아,,,' 하면서 어두운것을 잔뜩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도 없고,
씁쓸한 의아함만이 남습니다.
바나나는 이번 소설을 통해 자신의 변신을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은 사라지고, '삶'이 남은 리얼한 생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평범한 이야기를
폄범한 문장 안에서
평범한 감성으로 서술하는 소설을
좋은 소설이나, 참신한 소설이나, 개성했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