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와 없어 ㅣ 그림책은 내 친구 68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2년 8월
평점 :
#협찬 #나와없어
⠀

나와 없어 (Moi et Rien)
키티 크라우더 / 이주희 옮김
논장
⠀
키티 크라우더의 <Moi et Rien>이 논장 출판사에서 <나와 없어>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키티 크라우더 작가하면 대체로 화사한 색감, 환상적인 내용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색이 매우 절제되어 있고, 톤도 차분합니다. 처음에 쓱 보았을 땐 작가의 데뷔작인 <나의 왕국>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첫 장면에서 주인공 라일라는 그녀의 상상친구, '없어'를 소개합니다.
⠀

여기, 있는 건 없어.
그래, 있는 건 나야. 없어와 나, 없어는 이름이 없어야.
없어는 나하고 같이, 내 곁에 살아.
⠀
엄마가 신으라고 한 장화를 신고, 아빠의 웃옷을 입은 라일라, 행복해 보입니다. 식탁에는 라일라를 돌봐주는 넬리스 아줌마와 걱정 많은 아빠, 그리고 라일라에게만 보이는 없어만 앉아서 함께 식사를 해요.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요?
⠀

없어에게 정원을 보여주는 라일라. 한때는 신기한 이름의 꽃들이 피어있었던 정원. 아빠는 어느 성에서 정원사로 일하지만, 집의 정원은 황폐하기 그지없습니다. 다음날 없어와 함께 헛간으로 간 라일라는 없어에게 엄마가 좋아했던 '히말라야푸른양귀비 꽃' 씨앗을 보여주며, 없어에게 엄마가 들려주었던 그 꽃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요. 그리고 드디어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
왜 나는 엄마와 함께 하늘나라로 떠나지 않았을까요?

⠀
왜 아빠가 걱정이 많은 지, 정원사인 아빠가 왜 자신의 정원을 돌보지 않았는지, 라일라가 왜 '없어'와만 대화하는지 한순간에 이해가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엄마의 죽음 이후의 상실감과 무력감을 아이도, 아빠도 겪고 있었던 거지요. 이 책은 소중한 이의 죽음이 불러오는 상실감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겪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

이후에 갑자기 사라진 없어. 그리고 어느 날 나타난 울새를 보고 초가을에 황폐해진 정원에 꽃씨를 심고 가꾸는 라일라. 이후 봄이 되자 정원에 나타난 라일락 나무. 왜 라일락일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라일락의 꽃말 중에 '사랑의 시작'이 있다고 하더군요. 라일라의 집에도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는 신호일까요?
⠀
없지만 있는 존재, <없어>
⠀
라일라의 엄마는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라일라도, 아빠도 모두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상실감과 무력감에 어쩔 줄을 몰라 하지요. 아빠와 달리 라일라에게는 상상친구 '없어'가 존재합니다. <없어>는 라일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합니다.

저는 상상친구 '없어'는 아이 내면에 살아있는 엄마의 사랑을 표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중한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무력감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이요.
⠀
죽음 이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
⠀
큰아들 테오도르가 서너 살 무렵일 때 죽음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더군요.(중략) 이런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에게도 꼭 질문을 해주라는 겁니다. "테오도르, 넌 죽은 뒤 세상이 어떤 모습일 것 같아?" p.58
⠀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에서 큰아들 테오도르에게 하신 질문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 그림책은 이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들려주는 그림책인 것 같았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을 다룬 책들은 만나봤지만, 나의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에게 다가올 상황은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
이 책을 보면서 저는 저와 부모님, 그리고 아이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언젠가는 찾아올 죽음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우리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내가 죽는다면, 내 아이에게 남겨질 기억은 뭐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요. 언젠가 순리대로 제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겠지요. 그날이 왔을 때, 저의 아이도 라일라처럼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림책이었습니다.
⠀
좋은 책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키티크라우더 #우정 #내면의유대 #상상친구 #죽음 #애도 #외로움 #자연 #치유 #가족 #상실 #마음 #사랑 #회복 #이주희옮김 #논장출판사 #논장그림책 #그림책은내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