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
레오니 비쇼프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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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닌_거짓의바다에서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

레오니 비쇼프 지음 / 윤예니 옮김

바람북스

2021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야수상 수상작

아나이스 닌이라는 여성 예술가가 남긴, 열한 살부터 죽기 전까지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일기 중에서 1930년대 초반을 다뤘습니다. 작가 레오니 비쇼프가 1930년대 초반을 택한 이유는 20대 후반의 나이, 예술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자신만의 표현 방식과 정체성을 찾는 아나이스 닌의 모습이 자신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이 좋았어요. 색감도,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연출도 정말 좋았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각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그래픽 노블

1903년 프랑스에서 작곡가인 아버지와 성악가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태생의 미국 소설가, 아나이스 닌. 은행가인 남편 휴고를 따라 프랑스에 온 그녀는 억양이 독특하다는 말에 이렇게 대꾸한다.

덴마크와 쿠바 혼혈 어머니, 스페인과 쿠바 혼혈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뉴욕에서 자랐답니다. p.12


복잡해 보이는 혈연은 둘째치고, 프랑스와 뉴욕을 오가며 자란 아나이스 닌. 그녀는 가족을 떠나버린 아버지에게 1914년, 열한 살의 나이에 편지글 형식의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는 차분하고 정숙한 겉모습 안에 숨겨진 욕망들에 관해 고뇌하는 모습이 나온다. 스페인 춤을 배우다가 무대에 설 것을 권유받은 아나이스 닌은 단칼에 거절하지만 마음껏 추고 싶은 마음에 왜 따르지 못하는지 고민한다.

무대에 서는 게 왜 꺼려질까? 휴고나 은행 문제가 아니다. 가톨릭 문화의 영향이리라... 자신을 드러내는 여자는 창녀다. 하지만 미랄레스(춤 선생님)가 맞다. 플라멩코의 관능성은 신비로움, 성스러움과 통한다. 아직 체험하지 못했지만 내 안에 있는 관능성도 마찬가지다. p.21


1930년대에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게 낯선 시대였다. 순종적이고, 정숙한 여성이 이상적인 여성으로 평가받던 시대. 끊임없이 초고를 쓰지만 출판사에 투고할 용기는 없었던 아나이스 닌은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헨리 밀러와 부인 준과 만남을 갖기 시작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다. 당시 이미 작가로 자리 잡았던 헨리가 아나이스 닌의 글에 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하자, 그녀가 발끈하며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당신은 다른 진실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요. 제 글을 읽은 남자들은 모두 제 글쓰기를 바꾸려 했죠. 남자처럼 글 쓰는 데는 흥미 없어요. p.70



이 작품에서는 어찌 보면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장면들이 나온다. 휴고와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남성들, 심지어 친부와도 관계를 맺는 장면이 나온다. 친부와의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데, 아마도 이는 왜 아나이스 닌이 이토록 불안정하고, 격렬한 내면의 갈등을 겪는지를 푸는 열쇠와도 같기 때문인 듯싶었다.

아버지는 훨씬 자유롭고 용감하다.

내 평생 찾아 헤맨 남자, 내 어린 시절에 화인을 찍은 남자, 

내 뇌리를 떠나지 않은 남자...

난 산산조각 난 채 죽어간다. p.152~153



그녀는 가장 날것의 욕망(근친상간은 욕망이라기 보다 가스라이팅이라고 봐야겠지만)을 체험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 여성이었다. 욕망은 결코 도덕적이지 않다. 어찌 보면 가장 파괴적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불살라 내면을 탐구했던 아나이스 닌. 그녀의 삶이, 그녀의 작품이 궁금해졌던 그래픽 노블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삶을 살고, 내 존재의 무수한 측면을 탐구하고,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해 살 것이다. 아름다움과 사랑과 창작을 위해. p.181


좋은 책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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