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 - 이청준 동화 파랑새 사과문고 56
이청준 지음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6년 6월
절판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할머니께선 우리 곁을 떠나시더라도 할머니의 모든 것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자꾸만 작아져 간 할머니의 모습 뿐, 그 속에 간직되어 있는 할머니의 영혼은 옛 육신의 집을 빠져 나가 어디선가 다시 새 아기의 모습을 얻어 예쁜 갓난아기로 다시 태어나게 된단다. 마치 나비의애벌레가 고치 속에서 고운 나비로 변하여 헌 고치를 벗고 날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더 작아지시는 걸 걱정스러워 할 일만은 아니란다. 할머니의 모습이 아주 작아져서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은 섭섭하고 슬픈 일이지만, 한편으론 기쁘고 다행스런 일일 수도 있잖겠니? 그것은 할머니의 영혼이 낡은 옛날의 모습을 벗고 나가 다른 새 갓난아기로 태어나실 준비의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26쪽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그 나이와 함께 지혜가 쌓이는 것은 은지도 전에 들어서 아는 일이겠지. 그런데 지혜가 마음 속에 가득 찬 어른이 되고 나면 그 지혜가 마음 속에서 삭아서 다른 사람에게로 흘러 넘치고 싶은 사랑이 된단다. 사람들은 그 사랑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착하고 좋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이고, 할머니께서 늘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눠주시고 ,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 주시고, 아픈 사람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시는것, 그 모두가 할머니의 맘 속에 가득한 사랑 때문에, 그 사랑이 흘러 넘쳐서 하시는 일들이란다. 그러니 할머니께서 은지를 위해 자신의 나이를 나눠주시고 지혜를 나눠 주시는 것도 다 은지에게로 흘러 넘치려는 할머니의 사랑 때문인 거지.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할머니는 자신의 키가 작아지고 몸집이 작아져서 점점 어린아기가 되어 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더 즐겁게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실 수가 있으신 거란다. 그러니 할머니께서 다시 어린아기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나시게 될 일이나 그 영혼이 다른 곳에서 새 아기로 태어나시게 될 일들도다그사랑때문에그렇게하실수밖에없는일이란다."-36~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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