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도둑 - 이청준의 흙으로 빚은 동화
이청준 지음, 우승우 그림 / 디새집(열림원) / 2003년 12월
품절


"그것은 진짜 즐거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많이 먹게 되면 무엇을 기억하는 힘이 차츰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제 있었던 일과 생각 속의 일들이 뒤섞이는 일이 생기게 된다. 요즘 이야기 중에 자꾸 실제의 일에서 옛날 기억 속으로만 빠져들어 가시려는 것을 보면 할아버지께도 차츰 그런 일이 생기시는 것 같다. 할아버진 아마 나이를 더해가실수록 그런 현상도 더해가실 게다. 그래서 나중엔 아예 실제 일과 기억 속의 일을 구분하지 못하시는 때가 올 수도 있다.할아버지께서 영영 옛날 기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시면, 그런 이야기 속엔 참다운 즐거움도 온전한 삶도 얻을 수 없는 거다. 우린 힘을 합쳐 그걸 막아드려야 한다. 할아버지께서 더 이상 남의기억을 자신의 일로 말씀하시는 것을 말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이다. 아빠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만류하고 드는 것은 그 때문이야." <이야기 서리꾼> 중-121~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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