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8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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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있었던 사건일는지도 모르고, 지어낸 이야기일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옛날에 지혜로운 사람들, 많이 배운 학식 있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믿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이 이야기를 사랑하고 철석같이 믿은 사람들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단순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머리말> 中-13쪽

"그 좋은 머리 때문에 우린 그 여자를 잃어버렸어. 손금을 보고 또 그밖에 다른 점을 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결국에는 마녀로 낙인이 찍혔어. 법에 따라 약한 불에 천천히 굽혀 죽었지. 죽음을 아주 당당하게 받아들이던 그 할망구의 장한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고......주위에 모여들어 넋을 잃고 바라보는 구경꾼들한테 그 할망구는 저주하며 욕을 퍼붓더라고. 불길이 날름거리며 위로 치솟아 올라가 자기 얼굴을 핧고 몇오라기 되지 않는 머리카락을 삼키고 잿빛 머리통 주위에서 바삭바삭 하는 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말이야......사람들한테 욕을 퍼부었다고, 알겠어?......욕을 퍼붓고 있었던 말씀이야! 천년을 살아도 그렇게 가슴 후련한 욕지거리는 다시 듣지 못할 거야. 아, 그 여자와 함께 그녀의 욕 솜씨도 사라졌어. 지금도 천박하고 시시하게 흉내를 내는 것들이 남아 있지만, 그 할망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뭐야." <17. 푸푸 왕 1세> 中-214~215쪽

"내 이름은 요컬이라고 하지. 한때 농사를 지었는데 제법 잘 살았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도 있었고.... 한데 지금은 지위도 직업도 달라졌단 말씀이야. 아내와 자식들은 먼저 이 세상을 하직했어. 어쩌면 천국에 가 있거나, 아니면 어쩌면 지옥에ㅡ그 반대쪽에 있는 곳 말이야.ㅡ가 있을 테지. 하지만 내 가족이 더 이상 영국에 살지 않는 것에 대해 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네! 어디 한 곳 비난할 데가 없는 우리 어머니는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면서 연명을 하려고 하셨지. 그런데 어느 날 병자 하나가 죽었어. 의사들이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자 졸지에 우리 어머니는 마녀로 몰려 불에 타 돌아가셨어. 내 새끼들이 그 모습을 쳐다보면서 흐느끼더군. 그게 영국 법이야!...자, 다들 한 잔씩 들자고!...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축배를 들자고!...우리 어머니를 지옥 같은 영국에서 건져 준 자비로운 영국 법을 위하여 건배! 고마워, 고맙다고, 친구들. 나는 이 집 저 집 구걸하러 다녔지...나랑 아내랑 둘이서...물론 굶주린 자식들을 데리고 말이야...하지만 영국에서는 배고픈 것도 죄가 되거든...그래서 놈들은 우리 식구를 홀딱 벗기고는 매질을 해 대며 동네-217쪽

세 곳을 돌아다니더군. 자, 자비로운 영국 법을 위해서 다시 한 번 축배를 드세!...내 아내 메리는 매를 너무 맞아 피를 하도 많이 흘린 탓에 다행스럽게도 지옥에서 빨리 벗어난 거야. 이제 온갖 고생에서 해방되어 지금 가마터 자리에 묻혀 있어. 또 우리 아이들은...글쎄, 법에 따라 내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매질을 당하며 쫓겨 다니는 동안 굶어 죽었어. 얘들아, 마시라고...한 방울만 마셔...새 한 마리 죽이지 못했던 불쌍한 내 어린 것들을 위해서 한 방울 마시자고...난 다시 구걸하러 다녔지...빵 부스러기 하나 얻으려고 다니다가 마침내 노예로 팔렸지 뭐야...여기 뺨에 불로 지진 자국이 있다고. 지금은 때 때문에 더러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깨끗이 씻으면 불에 달군 인두로 붉게 '에스(S)'라는 글자를 새긴 자국이 보일 거야! 이건 노예란 뜻이라고! 알겠어? 그 말을 알고 있느냔 말이야! 영국 노예! ...지금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이 몸이 왕년에 노예였던 말씀이야. 얼마 뒤 난 주인집에서 도망쳤어. 만약 붙잡히는 날에는...이런 법이며 이런 법을 명령하는 이 땅에 하늘의 저주가 내릴지어다!...난 모가지가 날아가게 되겠지!" <17. 푸푸 왕 1세> 中-218쪽

"너도 저애 말을 들었지, 마저리?...저 애가 왕이라고 했어. 그게 정말일까?"

"그럼 정말이잖고, 프리시? 저 아이가 거짓말을 할까? 내 말 잘 들어, 프리시. 만약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거짓말이 되는 거야.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잘 생각해 봐. 정말이 아닌 것은 하나같이 거짓말이거든...그러니까 그건 정말일 수밖에 없는 거란 말이야." <18. 부랑자들과 어울린 왕자> 中-243~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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