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에밀 아자르, 또는 로맹 가리.

 

  그의 많은 소설들 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좋다. 늘 복닥거리고 혼나가며 살았어도 서로 사랑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늙어가는 로자 아줌마를 보며 눈물 흘리는 모모의 상상은, 거꾸로 흘러가는 세계를 모모가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말들은 뒤로 달리고, 8층에서 떨어진 사람도 살아나서 창문으로 다시 들어온다. 그것은 정말로 모든 것이 거꾸로 된 세계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 거지 같은 생애에서 본 것 중 가장 멋진 것이었다. 한순간 나는 젊고 생기 있는 로자 아줌마의 튼튼한 다리를 보았다. 그리고 로자 아줌마를 보다 뒤로 가게 하여 더욱더 예쁘게 만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났다.”라고 말하던 모모.

 

  열네 살의 모모는 시간이 갈수록 늙어지는 로자 아줌마의 약한 모습 그대로를 진심을 품어준다. 다음 대목에서 그 진심이 표현된다. “그녀는 무척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밑에 오줌을 쌌으니 닦아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참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 모모의 순수한 사랑은 인종, 나이, 오물, 심지어 죽음까지 넘어선다. 때문에 극한의 고통에 떠는 로자 아줌마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수 있으며 그를 따뜻하게 품고 사랑해주기까지 한다.

 

  이 아이의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아름다움과 가치란 무슨 관계인지, 삶과 죽음에 있어서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정말이지 위대한 가치란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서 잠잠히 드러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세게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다. 세상과 아이에게, 사랑받지 못한 이들에게, 사랑하며 살지 않은 순간들이 미안해서 눈물이 나온다. 


  “사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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