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해초 모두의 레시피 3
김도연 지음 / 맛있는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다. 책을 다 읽자마자 너무 좋아서 아, 이건 몇 권 사서 선물해야겠다, 하고 가격을 확인한 순간 - 요즘 도서 정찰제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건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건지 어떤건지 몰라도 - 예상보다 책 가격이 쎘다. 너무 쎘다. 무려 19,800원. ......내가 요즘 책 시세를 모르는 건가? 






아 그런데, 


책 퀄러티가 좋기는 하다. 외모(표지)와 내용 전부.

나처럼 요리 좋아하고 특히 해초류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구매와 선물 욕구가 생기는 책이다.



일단 표지 디자인도 외피(? 전문 용어를 모릅니다)도 심플하니 예쁜데 그 안을 열어보면 만화같은 해초류 디자인이  나열되어 있어 책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요리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은 다른 요리책들과 비슷한데 대신 플레이팅 사진들이 일본 요리책들에서 자주 봤던 것처럼 고급지다. 사진에도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고 누가 찍었나 하고 확인하려는데 알고보니 그릇도 이도도자기 협찬이었다. (서울번드는 모릅니다 미안해요) 






현재 서점에서 넘쳐흐르는 요리 책들 사이에서 분명하게 차별화가 되어 있고, 게다가 분류화가 잘 되어 있다. 


* 해초류 요리- 감태, 미역, 미역 줄기, 꼬시래기, 톳, 곰피, 모듬해초, 파래, 다시마, 김.

* 요리 방법은 심플하고 간단하고 분명하게 분류 - 밥, 반찬, 일품요리, 국, 간식, 저장 음식. 


해초류 좋아하고 심플한 요리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딱이었다. 게다가 누구네처럼 요리책 내면서 다이어트니 뭐니 이런 면을 강조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감태를 아는 사람을 처음 봤다.  그래서 더 좋았다.  


나는 감태를 여태까지 그냥 밥에 김처럼 싸 먹거나 계란말이 할 때 안에 넣어서만 먹었는데, 저자는 다채롭게 감태 요리를 선보였더라. 다 따라해보고 싶다. 특히 감태페스토 아이디어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미안하지만 제일 의뭉스러웠던 건 감태크림홍합스튜였다. 뭐랄까, 이미 맛과 향이 강한 홍합과 생크림이 들어 간 음식에 감태를 넣는 건... 감태 낭비처럼 느껴졌다. 감태 아까워. 





저자가 나열한 해초류 중에 유일하게 모르는 해초류는 곰피였는데, 책에 곰피에 대한 레시피는 해초쌈밥이 유일했다. 곰피가 뭘까, 하고 봤더니 미역과 다시마 그 중간 느낌인 것 같더라. 그런데 시중에서 단한번도 곰피라는 걸 파는 걸 본 적이 없어서 - 저자가  보여준 미역이나 톳 레시피에 곰피를 (구할 수 있다면) 적용해도 될 것 같다. 


오 새로운 요리 재료를 알았다. 좋아.







감태 주먹밥도 해봐야지.




아래와 같은 요런 작은 요리 팁도 좋다.



똑같은 치킨스톡 1컵이라고 했을 때 치킨 스톡을 액상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모두 알려주어 편리하다. 요리책들 중에서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경우가 은근히 없다. 특히 치킨 스톡을 사용하는 경우 '그냥 치킨 스톡 1컵', 이러면 그냥 그동안은 내가 중간중간 계속해서 맛을 보면서 요리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가장 먼저 만들어 보고 싶은 음식은 해초샐러드와 톳만두국이다. 


한가지 만들기 망설여지는 레시피는 명란김이었다. 

뭐랄까 김에다가 명란을 그렇게 올려서 “앞뒤로” 구으면... 글쎄... 김 굽다가 명란이 그냥 다 떨어지거나 없어질 것 같아서.... 


책에서 나온 레시피 중 이미 많이 해 본 요리는 해초라면. 

저자는 라면에 숙주와 모듬해초를 넣었는데, 나는 라면을 먹을 때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미역을 넣는다. 옆에서 보면 면보다 미역이 더 많아 약간 괴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맛있다. 아주 맛있다.





여기 나온 요리 다 한번씩 따라해보고 싶다. 


음... 아니, 잠깐. 

실제로 다 하나씩 따라해서 블로그에 올릴 계획이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든다. 


튀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감태말이튀김이나 톳멘보샤같은 음식은 그닥 당기지 않지만, 그래도 따라하겠다고 결심했으니 한번 해봐야지. 요리가 41가지니까(40가지라고 써 있는데 내가 아무리 다시 세어봐도 41가지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다 한번씩 만들어 볼 수 있겠지? 






추신:

개인적으로 저자가 목이버섯으로 피클을 만들어 먹어서 톳피클도 만들었다는데, 목이버섯으로 어떤 피클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추추신:

요리하는 사진에 저자가 입고 있는 옷들이랑 앞치마들이 다 내 스타일이라 사고 싶더라.


추추추신:

저자는 외국 여행을 할 때 쿠킹 클래스를 듣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외국 여행가면 꼭 그 나라 도서관이랑 영화관 가는 거랑 비슷한 건가. 미대에 들어가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주얼리 회사를 다니다가 케이터링 전문가가 된 과정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연으로부터의 사색 - 피지스 인문학
이원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한 이유는 얼마 전 귀농귀촌의 일환으로 농촌 일을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는 귀농과 귀촌의 차이도 모를 정도로 “도시 촌년”이라 여행으로 산과 바다를 가는 것과 일로써 자연을 체험하는 건 분명 다르다는 걸 -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막연히 이러이러하겠지, 하는 얄팍한 추측이 전부였다. 그러나 농촌 일을 하게 되면서 칼 자르듯 나눠질 듯 한  두 개의 자연 체험은 분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교집합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그 교집합이 되는 감성을 이 책을 통해서 공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다. 책 소개와 목차를 보고 “자연으로부터의 사색”을 담은 체험 에세이인 줄 알았으나 이 책은 저자가 선택한 30개의 자연 대상에 대한 논술집에 가까웠다. 




서문과 1부, 2부와 끝맺음 글 이렇게 총 4가지 부분을 약 380여 페이지에 다루고 있다. 


1부는 약 25페이지로, 저자가 밝히듯이 “자연 사색에 대한 총론이다. 왜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연성을 강조했다”.


2부는 저자가 선택한 자연 대상 30개 - 꽃, 나무, 산, 물, 새, 불 등 - 에 대한 “본격적인 서술이다. 신화, 우화, 문학, 철학 등에 나타난 자연 담론과 해석을 밑감 삼아 대상물질에서 발굴한 정신과 의미를 집결해 논술의 보폭을 맞췄다”라고 설명한다. 30개의 자연 대상을 각각 약 20페이지 정도의 글을 써서 묶어 냈다.







1부에서 저자는 자신이 이 책을 쓰려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관성적인 생각을 단절하고 새로운 자세로 삶의 방식을 전환하려면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연은 본성이고 인간의 모태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말로 하면 규범이나 관습인 노모스(nomos)는 있는 그대로의 참된 것 즉 자연이라는 뜻인 피지스(physis)에서 끌어왔다. 오늘날 삶이 피로하게 된 데는 근원인 피지스를 무시해서 그렇다. 한마디로 인간이 자연을 저버리고 제 욕망추구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참된 삶의 즐거움을 맛보기는 어렵다. 자연으로부터 멀리 벗어났다는 말은 그 만큼 ‘내 안에 있는 진실’로부터 달아났음을 의미한다.”


조금 더 앞선 부분에서는 “자연은 인간이 자행한 흑역사라고 했듯이, 인류의 역사는 자연의 학대와 무차별적인 살해의 역사다. 그 결과는 재난과 인간성 파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깨달아야 한다. 지구에서 인간 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간만이 독존적 종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자연이 있기에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자연이 인간 바깥에 존재하는 객관적 타자가 결코 아님을 잘 모른다”라며 인간의 무지를 지적하며 자연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나열한 30개의 자연 대상 중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분야는 “불”이었다. 빨간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불에 대한 신화나 종교 등에서 나타나는 상징성에 관심이 많아 혼자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했던 터라 저자가 불에 대해 무얼 알려주는지 궁금했다. 





저자가 불에 대해 이야기하는 20여 페이지를 간략하게 줄이면 다음과 같다.






불은 “생명과 문명의 씨앗, 정화와 재생”을 상징한다는 것.


자연의 불은 제1의 불,

전기로 발생하는 제2의 불,

원자력 시대는 제3의 불이라는 것.


문명의 역사는 불의 역사라는 것. 




“어둠의 철학자로 불리는 헤라클레이토스는(이 철학자가 누구인지, 왜 “어둠의 철학자”로 불리는지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찾지 못했다) 불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가 불을 만물의 근원이라고 본 이유는 불은 물처럼 창조와 파괴의 두 힘을 동시에 지녔기 때문이다”, 라며 불을 물과 같은 성질의 자연임을 강조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의 또다른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에 따르면 (또 이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우주는 필리아philia와 네이코스neikos라는 두 힘으로 운행”되는데, 이러한 원리가 “우주 패권을 장악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필리아는 사랑이고 네이코스는 파괴인데, 이런 모순적인 대립이 모든 신화나 종교에서 우주의 운행 법칙으로 나오며 그 필연적인 힘의 대결이 불을 생성한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물질이다”라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골 체험 에세이로 기대했었던 나에게는 너무 다른 내용들이라 당황스러웠다. 저자가 독자층을 어디로 겨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대한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썼어도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단 하나의 정보도 생각도 의미도 책에서 배제시키고 싶지 않았던 저자의 마음 또한 이해한다.



추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단란한 책 겉표지는 그래도 어떻게 수긍은 하겠는데, 그 단란한 겉표지가 유일한 칼라 프린트라는 건... 책 내부는 모두 빡빡한 흑백이다. 심지어 목차에도 제목에도 칼라는 없다. “자연으로부터의 사색”이라면서 사진 한 장도 없는 부분 역시 아쉽다.






추신2:

이 책이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2020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간했다는 설명을 읽었다. 요즘 지자체에서 책과 관련된 분야로 이런 지원 사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한 친구가, 가까운 동생이 교토에 한달 살면서 들려주는 친근한 이야기였습니다. 옆에서 함께 일기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는 5번 갔었다.

도쿄, 오사카, 교토. 



그 중 교토가 가장 좋았다. 처음은 친구와 가고 그 다음은 혼자 갔는데 그 이유는 같이 갔던 친구가 교토가 심심하다며 내내 짜증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친구와 반대로 나는 도쿄가 별로였으니, 사실 처음부터 우리는 잘못된 여행 파트너였던 셈이다.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다. 



홀로 2박3일을 여행한 교토는 좋았다. 하루종일 걸어다니고 자판기 커피와 녹차와 우롱차를 마시고, 그리고 또 하루종일 걸었다. 일어를 못하는데도 혼자 돌아다니는 일이 걱정 안되고 오히려 편안했다. 잘 먹고 매우 푹 잤다. 그래서 그때 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 여기서 살고 싶다.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



<한 달의 교토>를 읽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일본어 번역가라는 한국 작가의 교토 한 달 살기를 다루고 있다. 산듯한 표지에서부터 교토 느낌이 물씬한 <한 달의 교토>는  작가의 한 달 살기 글들이 실려있다.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서 출간했다고 하는데, 친한 친구나 동생이 쓴 일기를 읽는 것 같다. 






목차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한 달동안 어디를 무슨 마음으로 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교토 여행이나 관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선택적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하루의 일과와 관광지가 끝나는 마지막 페이지에는 해당 장소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함께 쉽게 익힐 수 있는 일본어 단어들이 추가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에피소드는 다도 체험과 긴츠기였다. 



다도는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영화 <일일시호일>을 보면서 더 좋아하게 됐다. 한번 배워보고 싶고 체험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다도에 대한 작가의 체험기가 반가웠다. 20분, 40분, 60분 코스가 있던데 작가가 선택한 코스는 40분 코스였다. 체험이 끝나고 ‘다도를 할 때 차에 설탕을 넣어도 되냐’는 작가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읽다가 웃음이 나왔다. 카자흐스탄에서 뜨거운 녹차에 각설탕을 3개씩 넣어 마시는 현지인들을 보고 같은 질문을 했던 때가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다도를 하는 게아니었지만 당시 그 질문에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의 표정은...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바보같은 질문”을 했다고 하는데 아니요, 사람들 반응을 보면 나야 말로 “바보같은 질문”을 한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다도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이야기가 짧게 느껴졌다. 40분 코스가 이렇게 진행되면 20분이나 60분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했고, 더 길게 배울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내가 만약 작가처럼 한달동안 교토에 살았다면 나는 그 한달을 다도를 배우는 데 온몸을(?) 던졌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건 긴츠기, 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긴츠기가 무엇인지 몰랐다. 명사인지 동사인지도 몰랐는데, “긴츠기용이에요. 이것들로 직접 긴츠기를 하는거죠”라고 표현하더라. 그럼.. 명사? 명사 맞지? 한마디로 깨진 그릇을 이어 붙여 사용하는 그릇을 긴츠기라고 부르는 거였다. 



작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긴츠기는 금 금자에 이을 계자를 쓴다. 일본 사람들은 예로부터 물건을 오래 쓰려고 노력했고, 물건이 고장 나거나 흠집이 나도 새로 구입하기보다는 고쳐 썼다고 한다. 심지어 깨진 그릇조차도 말이다! (...) 일본 사람들은 그릇이 깨지면 깨진 부분을 옻 등으로 이어 붙인 다음, 금 같은 금속의 가루로 색칠해서 수리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긴츠기다.”



긴츠기 체험 키트도 시중에 판다고 하는데, 멀쩡한 도자기를 깨뜨려서 그 다음에 이 키트로 긴츠키 체험을 한다고 한다. ...작가 말대로 “진정한 본말전도”다. 그런데 난 왜 이런 거에 이렇게 관심이 가지? 작가가 긴츠키 키트를 직접 사서 한번 해보는 글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교토 관광지(그리고 근교 오쓰 비와코 호수)에 대한 글들보다는 사실 작가가 한 달 살면서 경험했던 현지 생활 소소 에피소드들에 더 관심이 갔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 수거와 관련해 경비 아저씨와의 대화라든가, 자전거 대여를 하려는데 날씨가 좋아 사람들이 다 빌려가 못 탄 이야기(한번에 24시간 대여라니?), 버스 정기권과 같은 실생활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다. 작가가 교토에 한달간 살면서 어떤 집을 얼마에 어떻게 계약해서 어떻게 지냈는지, 왜 부모님이 오셨을 때 그 집에서 안 있고 따로 에어비엔비로 다다미 방이 있는 숙소로 했는지(책에서는 부모님께 다다미방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라고 했지만, 혹시 현지 숙소 계약 때 추가 인원은 안되는 조건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했다), 분리 수거 날이라든가 여행자 보험이라든가, 한 달간 교토에 살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될 숙소와 보험, 그리고 그 계약과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외국에서 근무했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이 집 계약이었다. 좋은 집주인도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다. 나는 영어는 하지만 러시아어는 못 했기 때문에 영어 근무처에서는 집 계약이 훨씬 수월했지만 역시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고, 러시아어는 못하는 데다가 문화 차이가 커서 - 이 사람들은 집 계약서라는 걸 아예 무시하고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자라며 현지 가격보다 몇 배 사기를 치려고 했다 -  집 계약을 다 하고 짐도 다 옮겼는데 갑자기 모레에 나가라는 소리까지 들어 현지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다. 일본은, 특히 교토는 이런 집 계약이나 조건이, 비용이 너무 궁금했다. 나중에 작가가 개정판이나 일본 여행 책을 추가로 출간한다면 이 부분을 고려해주면 좋겠다. 




여담으로, 글 중간중간 작가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번역 일이 많아 바빴다고 하는데 - 오, 부러워라. 코로나 여파에도 상관없이 일이 많이 들어온다니, 나도 다시 통번역 일을 시작해 볼까 싶다. ...그런데 어쩐지 옛날 옛적에 일했던 회사들은 지금도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구, 애인, 직장 동료, 심지어 가족에게서조차
내가 쓸모없고 가치없는 인간이라고 느껴지게 되는 하루를 보낸 날,
음식과 진정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공지역의 를 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