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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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5번 갔었다.

도쿄, 오사카, 교토. 



그 중 교토가 가장 좋았다. 처음은 친구와 가고 그 다음은 혼자 갔는데 그 이유는 같이 갔던 친구가 교토가 심심하다며 내내 짜증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친구와 반대로 나는 도쿄가 별로였으니, 사실 처음부터 우리는 잘못된 여행 파트너였던 셈이다.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다. 



홀로 2박3일을 여행한 교토는 좋았다. 하루종일 걸어다니고 자판기 커피와 녹차와 우롱차를 마시고, 그리고 또 하루종일 걸었다. 일어를 못하는데도 혼자 돌아다니는 일이 걱정 안되고 오히려 편안했다. 잘 먹고 매우 푹 잤다. 그래서 그때 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 여기서 살고 싶다.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



<한 달의 교토>를 읽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일본어 번역가라는 한국 작가의 교토 한 달 살기를 다루고 있다. 산듯한 표지에서부터 교토 느낌이 물씬한 <한 달의 교토>는  작가의 한 달 살기 글들이 실려있다.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서 출간했다고 하는데, 친한 친구나 동생이 쓴 일기를 읽는 것 같다. 






목차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한 달동안 어디를 무슨 마음으로 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교토 여행이나 관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선택적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하루의 일과와 관광지가 끝나는 마지막 페이지에는 해당 장소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함께 쉽게 익힐 수 있는 일본어 단어들이 추가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에피소드는 다도 체험과 긴츠기였다. 



다도는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영화 <일일시호일>을 보면서 더 좋아하게 됐다. 한번 배워보고 싶고 체험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다도에 대한 작가의 체험기가 반가웠다. 20분, 40분, 60분 코스가 있던데 작가가 선택한 코스는 40분 코스였다. 체험이 끝나고 ‘다도를 할 때 차에 설탕을 넣어도 되냐’는 작가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읽다가 웃음이 나왔다. 카자흐스탄에서 뜨거운 녹차에 각설탕을 3개씩 넣어 마시는 현지인들을 보고 같은 질문을 했던 때가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다도를 하는 게아니었지만 당시 그 질문에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의 표정은...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바보같은 질문”을 했다고 하는데 아니요, 사람들 반응을 보면 나야 말로 “바보같은 질문”을 한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다도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이야기가 짧게 느껴졌다. 40분 코스가 이렇게 진행되면 20분이나 60분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했고, 더 길게 배울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내가 만약 작가처럼 한달동안 교토에 살았다면 나는 그 한달을 다도를 배우는 데 온몸을(?) 던졌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건 긴츠기, 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긴츠기가 무엇인지 몰랐다. 명사인지 동사인지도 몰랐는데, “긴츠기용이에요. 이것들로 직접 긴츠기를 하는거죠”라고 표현하더라. 그럼.. 명사? 명사 맞지? 한마디로 깨진 그릇을 이어 붙여 사용하는 그릇을 긴츠기라고 부르는 거였다. 



작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긴츠기는 금 금자에 이을 계자를 쓴다. 일본 사람들은 예로부터 물건을 오래 쓰려고 노력했고, 물건이 고장 나거나 흠집이 나도 새로 구입하기보다는 고쳐 썼다고 한다. 심지어 깨진 그릇조차도 말이다! (...) 일본 사람들은 그릇이 깨지면 깨진 부분을 옻 등으로 이어 붙인 다음, 금 같은 금속의 가루로 색칠해서 수리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긴츠기다.”



긴츠기 체험 키트도 시중에 판다고 하는데, 멀쩡한 도자기를 깨뜨려서 그 다음에 이 키트로 긴츠키 체험을 한다고 한다. ...작가 말대로 “진정한 본말전도”다. 그런데 난 왜 이런 거에 이렇게 관심이 가지? 작가가 긴츠키 키트를 직접 사서 한번 해보는 글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교토 관광지(그리고 근교 오쓰 비와코 호수)에 대한 글들보다는 사실 작가가 한 달 살면서 경험했던 현지 생활 소소 에피소드들에 더 관심이 갔다. 예를 들어 쓰레기 분리 수거와 관련해 경비 아저씨와의 대화라든가, 자전거 대여를 하려는데 날씨가 좋아 사람들이 다 빌려가 못 탄 이야기(한번에 24시간 대여라니?), 버스 정기권과 같은 실생활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다. 작가가 교토에 한달간 살면서 어떤 집을 얼마에 어떻게 계약해서 어떻게 지냈는지, 왜 부모님이 오셨을 때 그 집에서 안 있고 따로 에어비엔비로 다다미 방이 있는 숙소로 했는지(책에서는 부모님께 다다미방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라고 했지만, 혹시 현지 숙소 계약 때 추가 인원은 안되는 조건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했다), 분리 수거 날이라든가 여행자 보험이라든가, 한 달간 교토에 살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될 숙소와 보험, 그리고 그 계약과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외국에서 근무했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이 집 계약이었다. 좋은 집주인도 있었고 그 반대도 있었다. 나는 영어는 하지만 러시아어는 못 했기 때문에 영어 근무처에서는 집 계약이 훨씬 수월했지만 역시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고, 러시아어는 못하는 데다가 문화 차이가 커서 - 이 사람들은 집 계약서라는 걸 아예 무시하고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자라며 현지 가격보다 몇 배 사기를 치려고 했다 -  집 계약을 다 하고 짐도 다 옮겼는데 갑자기 모레에 나가라는 소리까지 들어 현지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다. 일본은, 특히 교토는 이런 집 계약이나 조건이, 비용이 너무 궁금했다. 나중에 작가가 개정판이나 일본 여행 책을 추가로 출간한다면 이 부분을 고려해주면 좋겠다. 




여담으로, 글 중간중간 작가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번역 일이 많아 바빴다고 하는데 - 오, 부러워라. 코로나 여파에도 상관없이 일이 많이 들어온다니, 나도 다시 통번역 일을 시작해 볼까 싶다. ...그런데 어쩐지 옛날 옛적에 일했던 회사들은 지금도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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