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순, 학교를 뒤집다 일공일삼 111
박상기 지음, 이영림 그림 / 비룡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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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순, 학교를 뒤집다>는 제목 그대로 조관순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 윤서의 이야기이다. 5학년인 윤서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책임감 강하고 똑부러지는 아이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지 18년째인데 주로 고학년을 가르친다. 올해는 6학년 담임이다. 그래서 윤서같은 아이가 얼마나 드문지(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겠지) 알고 있다. 친구 아영, 경훈이와 함께 학교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윤서를 보면 6학년들에게 뭐라 들을까 두근거리기도 한다. 윤서의 담임교사나 6학년 선배 강도형의 담임인 신규 여교사를 보면 괜시리 학교라는 곳을 이렇게 무력한 어른들만 가득한걸로 생각할까 노파심도 들고. (박상기 작가님이 교사라고 하니 분명 학교가 그렇지만은 않다는걸 아시겠지만)
어쨌든 윤서가 비폭력 시위를 주도해 결국 테라스나 운동장 사용에 대한 권리를 얻어내는 과정에 박수를 보냈다. 보통은 아이들이 담임교사에게 이르고, 선생님들이 회의를 통해 운동장 사용 요일을 정하는것이 일반적이던데 윤서네 학교는 슬프게도 그럴만한 선생님들이 안계셨다. 물론 주인공인 윤서에게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서였겠지만, 요즘 담임교사들이 윤서네반 선생님같이 하시지 않는데 싶고 어쩐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내 주변, 내가 만난 많은 교사들은 늘 노력하고 고생하고 사실 시달리고 있는데... 윤서네 학교는 교장선생님만 제대로 된 어른인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직업적 특성과 여러 경험들을 떠올리며 윤서와 엄마, 교장선생님만 괜찮은 사람인것 같은 내용에 살짝 반감이 들기도 했지만 분명 윤서와 이책은 매력이 있다. 별명 그대로 조관순인 윤서는 그 별명값을 해내고 책도 어린이책임에도 흥미진진하다.
특히 마지막부분은 스포가 될까 싶어 적진 않겠지만 내가 느꼈던 이 책에 대한 반감(5학년 아이들과 교장선생님만 너무 착하게 그려지고 나머지가 절대악인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며 이 책이 꽤 괜찮게 느껴졌다.
학교에 있다보면 어린이들의 세계가 때로는 더 무섭다. 어른들은 이제 사회화가 더 되었고, 지치기도 했고 남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안그런 미성숙한 인간도 있다만)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이기적이거나 남의 약점을 놀리고 비웃으면서 그게 잘못인지 모르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
사실 세상은 조관순을 원하면서 정작 자신은 조관순이 되길 주저한다. 또 나와 조관순이 한편이길 바라지 그녀가 나의 이익에 반하게 되면 그저 세상을 흔드는 나서기만 좋아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우린 좀 더 많은 조관순이 등장하길 허용적인 태도와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해야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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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트 햄스터 탈출기 봄볕어린이문학 35
방민경 지음, 윤정미 그림 / 봄볕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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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단비는 내 딸과 닮았다. 아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30년도 더 전의 아홉살즈음의 나와도 닮았다.
내 딸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데 단비만큼 강아지나 고양이, 햄스터를 키우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만큼 또 동물을 무서워해 아파트에서 만나는 반려동물을 보면 내 뒤로 숨었다. 가끔 가는 찻집엔 강아지가 한마리 있는데 그 강아지를 보고 싶어하는만큼 또 그곳에 가면 꼼짝도 못하고 올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단비처럼 강아지, 물고기 장난감을 사서 반려동물인 것처럼 가지고 놀았다. 나 역시 어릴 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할머니댁 마당에 키우던 목줄 묶인 믹스견 말고, 흰 털이 자르르한 그 시절 말로 '애완견'을 사고 싶었다. 엄마는 강아지 돌볼 사람도 없고 털 날린다고 싫다고 하셨고, 지금의 나는 우리집은 비어있는 시간이 많고 온 가족이 비염인 데다가 무언가를 돌볼 여력이 없어 반려동물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마치 단비엄마처럼.
단비가 별마트에 가서 햄찌랑을 구경하듯 딸아이도 새로 나온 동물장난감을 보고, 그곳에 있는 새들이나 물고기, 토끼, 햄스터를 오랫동안 본다. 아마도 단비처럼 사실은 꼬물거리거나 살아 펄떡이는 그것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겠지.
이 책의 뒷표지에 씌어진 것처럼 물고기 중 이 품종은 얼마니까 좋은거고 토끼는 내 용돈이면 살 수 있다는, 생명을 가격으로 매기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비가 햄스터들과 별마트에서 벌이는 작다면 작고 모험이라면 모험일 수 있는 에피소드는 참 재미있다.
마지막 단비엄마의 대사까지 어쩜 이렇게 재미난지!
어쩐지 다음에 마트에 가서는 작고 꼼지락거리는 햄스터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것 같다. 혹시 나에게 말걸며 또다른 모험을 떠나자고 할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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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와 마녀와 느티나무 소년 북멘토 가치동화 59
오진희 지음, 김혜원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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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셔츠를 입은 소녀가 두 팔을 벌리고 꽃과 푸른 나무들 속에 서 있는 모습의 책 표지는 보기만 해도 싱그럽고,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 궁금하다.


초록이가 겪고 있는 상황은 예전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일련의 사건이 떠오르며 나와 주변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견뎠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외로울 수 있는 초록이는 할아버지 댁에 보내지게 되는데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않고 원래 있던 곳만 그리워하며 그곳에서도 외로움은 커져만 간다.


그렇지만 그 곳에서 마녀 아주머니도 만나고, 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 같지만 "선생님"의 역할이 되어주기도 하는 느티나무 소년을 만나며 초록이는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지고, 이름 없는 들꽃에게도 관심을 갖고 동네 나무와 풀 하나 하나의 의미를 알고 소중히 여기게 된다.


책에서는 예쁜 삽화와 함께 마녀 아주머니가 풀꽃들의 이름과 특성을 정리해 놓은 부분들이 나오는데 나도 주변의 식물들을 관찰해보고 그 이름을 알고 싶어졌다. 벌써 20년도 더 예전이지만 대학교 때 교수님이 주변의 꽃들을 사진찍고 이름과 특성을 정리하라는 과제를 내 주셨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꽃들의 이름이 생각보다 너무 귀엽기도 하고, 혹은 단순하거나 그 특징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들이 있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요즈음은 나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길가에 피어 있는 꽃 한송이, 풀 한 포기에 관심을 두고 예쁘게 지켜봐주지 못했다. 기껏해야 민들레, 철쭉, 벚꽃과 같이 화려하거나 누구나 아는 꽃이 피어 있어야 봄이구나, 하고 지나갔다.


이 책을 많은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초록초록한 풀과 진한 연둣빛의 나뭇잎, 그리고 나름대로 계절을 알리며 작게 혹은 크게 피어난 꽃들에 관심을 갖고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하늘을 쳐다보고 아이들이 웃었으면 좋겠다.


많은 아이들이 휴대폰 안의 작은 화면에 울고 웃고, 욕설이나 유행어를 사용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모른다, 혹은 오글거린다는 말로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고 또 자연을 느끼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안타깝다.


초록이처럼, 당신과 내 마음에도 진한 초록빛 물이 들어 오늘을 좀 더 풍성하게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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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소방관 오케이 1 - 구름 문방구를 지켜라 사고뭉치 소방관 오케이 1
강효미 지음, 김경희 그림 / 길벗스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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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둔 자녀라면 익숙한<똥볶이 할멈>의 작가 강효미 선생님의 신간.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딸아이도 그 책만큼은 잘 읽었을만큼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니만큼 기대를 하게 되었다.
결론은, 2권도 어서 읽고 싶다!
"오케이"라고 하는 조금은 어리숙하고 똑똑하지 않은 소방관과 비둘기 "루이"의 활약이 참 재미있다. 이름이 오케이인것도 신선한데, 하는 행동은 Not Okay인 주인공과 너무나도 똑똑한 루이의 조합은 어린이들이 홀딱 반할만 하다.
게다가 오케이의 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면서도, 오케이가 그럼에도 아니 그랬기에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아이들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할것이다. 요즘 아이들은(아니 어른들도) 사실 남을 돕는다던가, 협동이나 배려같은 덕목보다는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하고 잘못된 것을 봐도 그냥 방관하고 지나가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케이를 보고 있으면 처음엔 답답하다가도 그의 착한 마음씨에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구름 문방구 에피소드는 내 어린 시절 문방구를 떠올리며 그 때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다행히 우리 동네 초등학교 앞에는 하나뿐이지만 문방구가 있고, 여기가 아이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그래서 우리 딸도 인터넷으로 사면 더 저렴하지만 열심히 문방구에 드나들며 내가 보기엔 쓸데없지만 그 아이에겐 소중한 것들을 용돈으로 사곤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이 책은, 읽으면서 나도 즐겁고 구름시에 가서 오케이를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책이다.
나도, 딸아이도, 주변의 사람들 모두 오케이를 만나면 행복해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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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절대 사절 노노 식당 꿈터 어린이 47
한수언 지음 / 꿈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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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전혀 흥미가 없는 초 3 딸아이가 무척 재밌다고 한 <어른 절대 사절 노노식당>은 어린이들이 책읽기에 대한 부담은 노노, 유익하고 즐겁게 읽으면서 요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꽤 괜찮은 책이다.
우리 나라 걸그룹의 팬인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영웅, 현아, 시은 등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고 지구의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만 노키즈존 식당에 발을 돌리게 된다. 노키즈존이 아니어도 번잡한 식당에서는 어린이손님만 오자 사장님은 다음에 오라고 하시며 (사실 이 부분은 어린이의 잘못은 아니지만 안전문제도 있으니 사장님 마음이 이해는 간다. 다쳤을 경우 무조건 식당에 책임을 묻는 부모도 많으니까) 시각장애인 안내견도 개는 출입금지라며 식당에 못 들어오게 하기도 한다.
그러자 외계인은 아이들을 위해 멋진 팝업스토어를 열게 되는데 이 곳은 어른들은 들어 오지 못하는 흥미진진하고 맛있는 식당이다. 그런데 탐욕스러운 일부 어른들이 들어와서 음식을 달라고 요구하고, 또 노키즈존 식당인 봉봉키친 사장님도 마찬가지로 들어와서 뻔뻔하게 음식을 달라고 한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그리고 용감하고 씩씩한 어린이들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우리딸은 해피엔딩이라며 좋아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며 카페나 식당을 갈때, 전체 노키즈존이나 몇층이상은 노키즈존이라는 곳을 본 적이 있다. 그럴 때면 사실 작가의 말대로 이 어른들도 분명 어린이였던 적이 있을텐데, 또 식당에서는 몰상식하고 교양없는 어른도 분명 있는데 어린이에게만 적대감을 드러내며 아예 들어오는것조차 막는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지는것이 안타까웠다.
사실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장난을 치고 어쩌면 위험한것들, 조심해야 하는것들을 잘 모르고 배워나가는 중일 것이다. 더 문제는 그것을 놔두고 방치하는 보호자가 아닐까 싶다. 많은 부모들이 예전에는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하거나 장난을 치면 엄하게 혼냈고, 다른 테이블의 어른도 그것을 제지할 수 있는 사회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새는 친구같은 부모가 된다며 아이를 훈육하지 않는 부모가 많아 이 또한 문제이니 말이다.
무조건 아이는 안돼, 애엄마는 안돼 이것이 아니라 일부의 문제인데 그 전체를 다 안된다고 그냥 막아버리는건 너무 무자비하고도 말도 안되는 사회적 폭력이자 차별이 아닐까.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 한명 한명도 좀 더 예절과 염치를 아는 구성원이 되었으면 더욱 좋겠다.
그래야 우리 주변에 노노식당과 같은 곳들이 더 많아지고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될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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