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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와 마녀와 느티나무 소년 ㅣ 북멘토 가치동화 59
오진희 지음, 김혜원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4월
평점 :
빨간 셔츠를 입은 소녀가 두 팔을 벌리고 꽃과 푸른 나무들 속에 서 있는 모습의 책 표지는 보기만 해도 싱그럽고,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 궁금하다.
초록이가 겪고 있는 상황은 예전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일련의 사건이 떠오르며 나와 주변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견뎠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외로울 수 있는 초록이는 할아버지 댁에 보내지게 되는데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않고 원래 있던 곳만 그리워하며 그곳에서도 외로움은 커져만 간다.
그렇지만 그 곳에서 마녀 아주머니도 만나고, 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 같지만 "선생님"의 역할이 되어주기도 하는 느티나무 소년을 만나며 초록이는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지고, 이름 없는 들꽃에게도 관심을 갖고 동네 나무와 풀 하나 하나의 의미를 알고 소중히 여기게 된다.
책에서는 예쁜 삽화와 함께 마녀 아주머니가 풀꽃들의 이름과 특성을 정리해 놓은 부분들이 나오는데 나도 주변의 식물들을 관찰해보고 그 이름을 알고 싶어졌다. 벌써 20년도 더 예전이지만 대학교 때 교수님이 주변의 꽃들을 사진찍고 이름과 특성을 정리하라는 과제를 내 주셨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꽃들의 이름이 생각보다 너무 귀엽기도 하고, 혹은 단순하거나 그 특징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들이 있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요즈음은 나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길가에 피어 있는 꽃 한송이, 풀 한 포기에 관심을 두고 예쁘게 지켜봐주지 못했다. 기껏해야 민들레, 철쭉, 벚꽃과 같이 화려하거나 누구나 아는 꽃이 피어 있어야 봄이구나, 하고 지나갔다.
이 책을 많은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초록초록한 풀과 진한 연둣빛의 나뭇잎, 그리고 나름대로 계절을 알리며 작게 혹은 크게 피어난 꽃들에 관심을 갖고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하늘을 쳐다보고 아이들이 웃었으면 좋겠다.
많은 아이들이 휴대폰 안의 작은 화면에 울고 웃고, 욕설이나 유행어를 사용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모른다, 혹은 오글거린다는 말로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고 또 자연을 느끼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안타깝다.
초록이처럼, 당신과 내 마음에도 진한 초록빛 물이 들어 오늘을 좀 더 풍성하게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