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마트 햄스터 탈출기 ㅣ 봄볕어린이문학 35
방민경 지음, 윤정미 그림 / 봄볕 / 2024년 2월
평점 :
초등학교 2학년인 단비는 내 딸과 닮았다. 아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30년도 더 전의 아홉살즈음의 나와도 닮았다.
내 딸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데 단비만큼 강아지나 고양이, 햄스터를 키우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만큼 또 동물을 무서워해 아파트에서 만나는 반려동물을 보면 내 뒤로 숨었다. 가끔 가는 찻집엔 강아지가 한마리 있는데 그 강아지를 보고 싶어하는만큼 또 그곳에 가면 꼼짝도 못하고 올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단비처럼 강아지, 물고기 장난감을 사서 반려동물인 것처럼 가지고 놀았다. 나 역시 어릴 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할머니댁 마당에 키우던 목줄 묶인 믹스견 말고, 흰 털이 자르르한 그 시절 말로 '애완견'을 사고 싶었다. 엄마는 강아지 돌볼 사람도 없고 털 날린다고 싫다고 하셨고, 지금의 나는 우리집은 비어있는 시간이 많고 온 가족이 비염인 데다가 무언가를 돌볼 여력이 없어 반려동물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마치 단비엄마처럼.
단비가 별마트에 가서 햄찌랑을 구경하듯 딸아이도 새로 나온 동물장난감을 보고, 그곳에 있는 새들이나 물고기, 토끼, 햄스터를 오랫동안 본다. 아마도 단비처럼 사실은 꼬물거리거나 살아 펄떡이는 그것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겠지.
이 책의 뒷표지에 씌어진 것처럼 물고기 중 이 품종은 얼마니까 좋은거고 토끼는 내 용돈이면 살 수 있다는, 생명을 가격으로 매기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비가 햄스터들과 별마트에서 벌이는 작다면 작고 모험이라면 모험일 수 있는 에피소드는 참 재미있다.
마지막 단비엄마의 대사까지 어쩜 이렇게 재미난지!
어쩐지 다음에 마트에 가서는 작고 꼼지락거리는 햄스터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것 같다. 혹시 나에게 말걸며 또다른 모험을 떠나자고 할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