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로드 - 걷고 만나고 사랑하라
KBS 희망로드대장정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을 대표하는 8명의 연기자가 지구촌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떠난 사랑의 기록『희망로드』. 8명의 스타가 ‘KBS 사랑의 리퀘스트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팀과 함께 8개국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랑을 실천했던 현장을 사진과 이야기로 담아냈다. - 책 소개 중에서

< 희망로드>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직접 쓴 후일담은 아니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프로그램 제작팀이 쓴 글이다. 불편한 동시대 현실을 영상으로 다룬 이상, 나름 보기 불편한 사진을 빼고 감상적으로 다가올 만한 사진과 글을 실었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그래도 다행이라 한숨을 쉬면서 앞으로 리퀘스트에 참여하자고 다짐한다…, 가 이 책이 의도하는 부분일까. 빤하든 말든 참여하지 못할 것도 없다, 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기아 사진을 신문에 실은 이유가 뭘까. 사진은 자비와 동정을 끌어내 모금 전화 버튼을 누르게 하고 독자에게 뿌듯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동시대인으로 할 도리를 했다’는 자기만족에 빠지는 순간, 제3세계 기아의 가장 큰 원인인 탐욕에 빠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아프리카 기아 사진을 실은 언론 역시 그 시스템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파괴의 주체가 구원자를 자처하는 아이러니의 반복에서 착취와 파괴의 고리는 계속 돌고 돈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책은 유엔 수치로 예를 든 기초 위생 시설 미비 26억 명, 수인성 질병으로 20초마다, 기아로 3초마다 어린이 한 명 사망 등 결론을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현재 음식물을 낭비하지는 않는지 혹은 잘못된 생활습관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와 별개로 그 아이들이 굶어 죽는 이유는 내가 먹다 남긴 쓰레기 때문이 아니다.

요사이 육류소비 증가, 기후변화, 바이오 에너지 급증 등 절대생산량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5대 메이저 곡물회사가 자유무역 시장에 뛰어든 뒤로 세계 기아인구가 8억5천만 명에서 10억 명으로 늘어났다는 통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식량 안보 얘기까지 도는 마당에 복잡한 속내와 구조를 보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 기아’로 연결하는 건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서나 다룰 내용이다.

아프리카까지 갈 것도 없이 코앞에 있는 북한 기아 문제에 대처하는 남한 입장이 어떤지 기사 검색을 해보라. 무작정 도와 될 일이 아니라는 상호주의 원칙에 동의한다면, <희망로드>가 참상이라 말하는 다이아몬드 이권을 두고 벌이는 내전의 원인과 과정을 모르고 손발이 잘리거나 마약에 취해 소년병, 소녀병으로 살인기계가 되는 상황을 무작정 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 어느 주에 사는 꼬맹이가 자가가 사는 주보다도 작은 나라가 갈라져서는 한쪽은 굶어 죽고, 한쪽은 비만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죽는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까 말이다. (북한 식량 지원은 북한 쌀 지원은 인도적 차원을 떠나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었다. 다만 요사이 작년 쌀 흉작으로 쌀값 상승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남북한 국내외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북한 기아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한국전쟁이 이데올로기 대리전이었듯이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지는 내전의 근본 원인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 지배와 무관하지 않다.

책에서는 밝히지 않지만 ‘희망로드’를 다른 해도 아닌 2010년에 벌인 이유가 있다. 찾아간 8개국이나 그 마을에 갑작스레 사정이 생겨서가 아니라 작년 11월에 열린 G20 서울정상회의 기념 특별기획물이라 그렇다. 결국 기아, 의료 등 빈민국 문제는 전 세계 무역 교역량 80%, GDP 90%를 차지하는 20개국이 나서야 풀릴 사항이지만 서울에서 열렸다고 해서 좋다고 박수를 쳐댔지만 정작 그 내용이 뭔지는 당시 뉴스를 봐도 잘 몰랐고 다시 찾아봐도 알쏭달쏭하다.

사진이나 몇 장 찍는 홍보대사보다 희망로드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한 발 더 나간 건 분명하고 그들이 일정 부분 지원한 내용이나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룬 소정의 결과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기획 의도를 순순히 동의할 수 없고 방송이든 책이든 불편한 이유는 G20 행사에서 보여주기 위한 행위에서 더도 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방송이라는 게 다 그렇지, 뭘 그리 따지나 싶다만, G20을 반대하는 국제 사회의 반발 이유 중에는 부채탕감이나 무상지원 등 국제 사회의 개도국 지원에는 인색하고 다국적 기업의 수탈 구조만 강화한다는 주장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일회성 돕기 프로그램은 예능 선을 넘지 않으려는 프로그램 ‘단비’ 정도가 솔직하다. 시청률 저조로 없어졌지만 예능 프로의 이유가 광고인만큼 두고 욕할 일은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이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불편하지만 <희망로드>는 속내가 더 보이니 두루 아쉽다.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정 반대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내가 해야 할 문제 제기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단계를 넘어서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행복과 나눔의 기쁨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전한다’는 책 소개까지 이르면 적반하장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탈 구조를 다룬 책을 먼저 읽길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출신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를 권한다. 더불어 <희망로드> 정가의 채 10%가 되지 않을 인세를 후원한다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직접 후원하는 게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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