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즈가 보기에 예술은 각자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할 때 가장 활기차고 위험하다.자기 삶을 구제하는 일이 걸려 있기에 활기차면서 동시에 위험한 것이리라. p.18


파묵이 보기에 위대한 걸작은 모두 "세상에 중심부와 의미가 있다는 희망과 생생한 환상"을 준다. 소설 읽기의 행복감은 그런 인상에서 비롯된다. p.25

아주 간단히 말해보자. 햄릿과 맥베스와 코리올라누스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과 동시대인이다.더불어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인이다.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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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할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사회주의나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의 심장을 가볍게 만드는 것,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좀더 인간의 본질을 천착하는 것이다.혁명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다루고 싶다.저널리즘도 물론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거기서는 구체적 과녁만을 겨냥한다.나는 사람에 대해 더 넓은 시각에서 보고 싶다.(알렉시예비치)

내 생각에 사랑은 신이 준, 인간을 달래주고 위로해주는 선물이다.죽을 때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할 때가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했든 아니든 간에 사랑은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알렉시예비치 )

저자가 "나는 가끔 책이 없는 곳에 있을 때 기이한 해방감, 홀가분한 자유를 맛본다"고 적을 때도 완전 공감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공간만 하더라도 겨우 드나들 수 있는 통로만을 제외하곤 사방이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책에 파묻히다‘란 말이 언제부턴가 비유도 과장도 아니게 됐다. 저자의 표현으론 ‘책의 요새‘고 ‘책의 감옥‘이다. 분명 책이 없다면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줄 알면서도 나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책이 없는 방‘을 꿈꿀 때가 있다. 책으로 가득찬 방과 책이 없는 텅 빈 방...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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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3개월 26일
본격적인 면도가 시작된다. 원래 상태의 얼굴, 그러니까 수염이 나기 전의, 거품을 바르기 전의 얼굴로 되돌려놓는 게 관건이다. 조심스레 늘인 목에서부터 입술 가장자리까지 조심스럽게 올라온다. 다음엔 광대뼈, 뺨 그리고 턱을 차례로 거쳐 내려온다. 그중에서도 턱뼈 부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그 부위에는 각이 져서 살가죽이 잘 밀리는 데다 털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나 면도엔 쾌감이 있다.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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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란을 날려라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조지 오웰은 한 때 ‘시인’이었다. <엽란은 날려라>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로 시인 콤스톡의 가난 투쟁기를 다루고 있다. 버마의 식민지 경찰을 그만두고 파리와 런던에서 떠돌며 노숙자, 접시닦이, 빈민원 사람들을 그린 르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였다면, <엽란을 날려라>는 책방을 배경으로 한 가난한 시인의 돈과의 전쟁을 이야기한다.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고든은 시인이 되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돈으로 상징되는 자본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영혼을 지키며 시를 쓰고자 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그의 진짜 동기가 아니었다. 돈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모호하게나마 그는 일종의 돈 없는 은둔자가 되기를 고대했다.

돈을 정말로 경멸하더라도 하늘의 새처럼 어떻게든 살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든은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주머니 속 돈을 매 순간 만져본다. 맥주 한 잔 마실 돈, 한 끼 살 돈, 담배를 피울 돈. 그는 돈과의 투쟁을 감춘다. 로즈메리와 데이트 할 때, 비용은 절대 그녀가 내게 해선 안 된다. 상류층 친구와의 첫 술잔은 꼭 그가 사야한다. 돈을 증오하고 돈과의 사투를 벌이면 벌일수록 고든은 더욱 돈의 힘을 체감한다. 돈은 사랑도 좌지우지한다.

 

“돈은 모든 것과 관계가 있소.

내가 돈이 많다면 당신은 나를 더 많이 사랑할 거요.”

 

7개월 동안 고든은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굶주려가며 오로지 시를 쓰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버는 주당 2파운드는 집세와 끼니정도만 간신히 해결할 정도였다. 점점 무기력해져 가는 그에게 로즈메리의 임신소식이 들려온다. 그녀와 뱃속 아기가 그를 가난에서 구원해 줬던 게 아닐까. 고든은 다시 광고회사로 돌아가게 된다. 고든의 원고 뭉치는 배수관 물속으로 던져진다.

    

엽란은 중산층 가정에 두었던 식물이다. 안락함, 여자, 평범한 일상을 상징한다. 고든은 결국 결혼을 하고 가구를 사고 엽란을 창가에 가져다 놓으며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가게 된다.

“오 엽란이여, 네가 승리했다.”

 

오웰은 <목사의 딸>과 <엽란을 날려라> 두 소설을 두고 결코 쓰지 말아야 했던, ‘돈벌이만을 노리고 쓴 책’이라고 고백하며 더는 출간되기를 원치 않았다.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를 비판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노동계급을 바라보는 오웰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자발적 가난에 실패한 개인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웃다가 울다가 시인의 투쟁은 처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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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2파운드 정도만있어도 심각한 육체적 고생을 당하진 않는다. 육체적 고생을 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그것은 중요치 않다. 돈의 결핍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머리와 영혼이다. 정신의 죽음,정신적 불결함- 이런 것들은 수입이 어느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불가피하게 우리에게 닥치게된다. 신념,희망,돈.이 세가지 중에 성인만이 마지막 것 없이도 앞의 두 개를 가질 수 있다.

"그렇군요, 다시! 단추가 하나도 없네요. 
고든, 정말로 끔찍해요!"

"난 그런 거 없어도 상관없소. 
난 단추 따위보단 영혼을 가지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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