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여행처럼 자신이 뿌리내렸던 곳과 이별하는 경험이다. 처음 뿌리를 내렸던 토양에서 나온 식물처럼 잠으로부터 멀어지고 , 남아있는 잠의 존재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탈탈 털린다. 혼란의 뿌리가 말초신경처럼외부로 드러난다. 

잠이란 궁극적으로는 중력과 결부되어발생하는 문제다. 잠은 당신을 대지로 끌어당겨 그곳에눕히고 땅에 파묻는다. 잠든 시간 동안 당신은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당신에게 휴식처와 자양분을 제공하는 터전과 재결합한다. - P27

불면을 연구한 한 학자는 "사랑도 수면처럼 측정 불가한 정도로 막대한 신뢰를 요구한다.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과 수면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좀 더 사적인 영역으로 옮겨 생각해보자. 불면증을 앓게 되면 우리는 사랑의 어두운 면과 마주한다. 바로 사랑하는 대상의 본질적 타자성이다. - P56

불면증과 사랑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다. 둘 다 바늘로찌르는듯한 부재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에 걸리면 망각, 즉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수면을통해 누리는 의식으로부터의 탈출을 갈망하게 되며 그 갈망속에서 우리는 물질세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재차 확인한다. 한편 사랑에 빠진 이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으면서 사랑의 서약을 맺는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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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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