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백화처럼 소복수북 쌓이는 밤,
됫병으로 사 두고 데워 먹는 백화수복은 또 어떻고,
백화수복은 이름도 터무니없게 아름답다.
주문같고 기도 같고 축복같아,
백화수복 수복강녕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술과 시와 나와 나타샤와 흰 막걸리
_허은실)

다시 고백하자면 나는 술이 좋다.
구체적으로는 술을 마실때의 기분이.
정확히는 연분홍 빛깔의 적당한 취기와 몽롱이.
영롱보다 몽롱
또롱또롱보다 헤롱헤롱이 좋다.
(그러다 고롱고롱 메롱메롱이 된다) - P29

술은 책과 비슷한 데가 있어서 한 병을 사면 다른 한 병을 또 사게 된다. - P62

혼자 술 마시는 여자들, 혼자 우는 여자들,
서성거리는 여자들, 중얼거리는 여자들,
욕을 하는 여자들, 심장이 터지게 달리는 여자들,
두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들, 엑셀을 밟으며 소리를 지르는 여자들,
눈알이 번뜩이는 여자들, 그 여자 정신이 아주 나가 버렸네. 그런 여자들을 나는 알지.

친애하는 나의 자매들.
누구도 알아 주지 않고 아무도 안아 주지 않을지라도
술은 그대들을 안아 주기를.
이 밤 안전하게 취해 있기를.
내내 안녕히, 안녕하기를.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