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내 손 밑에서, 내 압축기 안에서 희귀한책들이 죽어가지만 그 흐름을 막을 길이 없다. 나는 상냥한 도살자에 불과하다. 책은 내게 파괴의 기쁨과 맛을 가르쳐주었다.  - P12

횰레쇼비체 거리 삼층에 있는 내 거처는 책들로 넘쳐난다.저장실과 창고는 물론 화장실에도 책이 가득하고, 찬장도 마찬가지다.주방은 창문과 화덕으로 이어지는 통로로만 겨우 다닐 수 있고, 화장실엔 겨우 비집고 앉을 자리만 남아 있다. 

변기 위로 150센티미터 높이에 번듯한 나무 선반을 짜 넣어 책들을 천장까지 쌓아둔 것이다. 단 한 차례의 경솔한 몸짓이나 부적절한 동작, 미미한 접촉도 금물이다. 몸이 기둥에 부딪히는 순간 500킬로그램은 나가는 책들이 머리 위로 떨어져 나를 바지가 내려진 채로 짓이겨놓고 말 테니까.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