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론을 쓰는 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에 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 자기기만은 적지 않은 저술가들에게 일종의 윤리로 여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세계는 확연히 단편화, 파편화되었고 이제 어떤 작품, 어떤 사건을 읽어냄으로써 전체성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는 이제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상태를 긍정하면서 오타쿠와같은 분석에 매몰하면 그야말로 파편화는 가속화될 뿐이다. 따라서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작품이나 사건에서 억지로 시대성을 끄집어내고, 이를 통해 전체성에 접근할 수 있는 척하는 것이 지금 언론인들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즉, 이제 우리는 평론이나 비평이 쓸모없음을 알고 있기에,
의도적으로 그것이 쓸모없지 않은 척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평론이나 비평마저 하지 않게 되면 사회는 정말로 산산조각이나버릴 테니까.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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