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체험 중에도 혼자서 그 체험의 동굴을 자꾸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인간 일반에 관련된 진실의 전망이 열리는 샛길로 나올 수 있는 그런 체험이 있지? 그런 경우, 어쨌든 고통스런개인에게는 고통 뒤의 열매가 주어지는 것이고, 흑암의 동굴에서괴로운 경험을 했지만 땅 위로 나올 수가 있음과 동시에 금화 주머니를 손에 넣었던 톰 소여처럼! 

그런데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체험하고 있는 고역이란 놈은 다른 어떤 인간 세계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는 자기 혼자만의 수혈(竪穴)을 절망적으로 깊숙이 파들어 가는 것에 불과해, 같은 암흑 속 동굴에서 고통스레 땀을 흘리지만 나의 체험으로부터는 인간적인 의미의 단 한 조각도 만들어지지 않지. 불모의, 수치스러울 따름인 지긋지긋한 웅덩이 파기야. 나의 톰 소여는 끝없이 깊은 수혈 밑바닥에서 미쳐 버릴지도몰라."

"내 경험으로는 인간에 관한 한 완전히 불모인 고통이란 건 없는 것 같아."... - P204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 있는 말이지만, 아이에 대해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오는 아기를 맞아들이는 것뿐이랍니다. 자네는 아기를 맞아주는 대신 그를 거부하고 있는 건가요?
아버지라고 해서 타인의 생명을 거부하는 에고이즘이 허용되는걸까?"
- P218

"아기가 우는 소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구나" 하고 히미코는 아기 울음소리에 대항하여 자신도 소리를 질러 가며 말했다. 
"인간의 온갖 말의 모든 의미를 품고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
아기는 여전히 아이, 아이, 아이, 이야 , 이야, 이야 , 이에, 이에, 이에, 이에 하고 울었다.
"우리가 그 말을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야‘ 하고 버드는 불안해하며 말했다.
- P255

"자넨 이번 불행과 정면에서 맞서 잘 싸웠군 그래" 하고 교수가말했다.
"아뇨, 저는 여러 번 도망치려 했었어요, 거의 도망쳐 버릴 뻔했었죠" 하고 버드는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원망스러움을 억누르는 듯한 음성이 되어 "하지만 이 현실의 삶을 살아 낸다고 하는 것은 결국 정통적으로 살도록 강요당하는 것인 모양이네요. 기만의 올무에 걸려 버릴 작정을 하고 있는데도 어느 샌가 그것을 거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그런 식으로요."

"그렇게 하지 않고 현실의 삶을 살 수도 있다네, 버드, 기만에서 기만으로 개구리 뜀 뛰듯이 죽을 때까지 가는 인간도 있지."하고 교수는 말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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