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한 발짝만 더 갔더라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 가슴에 끌어안았을지도모른다. 그러나 내 속에 남아 있던 이성이, 아직 극복하지못한 모든 것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거는 것에 반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짧은 순간 가만히 서 있었다. 

우리의 모든 생명을 눈에 담고 매력을 서로에게 발산하며,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저항하며,그러다 나는 굉장한 의지의 힘으로, 그리고 동시에 갑작스러운 실망의 씁쓸함을 맛보며 돌아서서 가버렸다. 여전히 침묵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어떤 힘에 사로잡혀 말을 할 수 없었던 걸까?
그리고 그녀는, 왜 그녀도 그렇게 말이 없었을까? 왜 그녀는 그렇게 매혹된 눈으로 내 앞에서 말없이 뒤로 물러섰을까?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마치 쇠가 자석에 끌리듯 그렇게 무심하고 불가피한 맹목적인 이끌림이었을까? 우리는 한 번도 얘기를 나는 적이 없다. 우리는 완전히 이방인이다.하지만 어떤 영향력이, 거인의 손아귀처럼 강력한 힘이 말없이 함께 휩쓸렸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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