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일을 즐겁게 치르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복희씨는 그 일이 자신의 재능 중 하나임을 몸으로 안다. 다른 사람들보다 힘을덜 들이고도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든다. 그야말로 ‘뚝딱‘이라는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속도다. 그는 부엌에서 노래를 자주 흥얼거린다. 가사는 늘 틀리지만 손놀림은 틀리지 않는다. 

그는 문학을 전공한 적이 없지만 생생하고 독창적인 비유를 한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에게 받은 인상을 잘 설명하고 싶을 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얘는 꼭 싱싱한 무로 방금 무쳐놓은 깍두기 같네."
"걔는 별다른 고명을 올리지 않은 국수 같아. 밍밍한 듯해도깔끔하고, 과한 구석이 없어."
"쟤는 낯선 향신료를 섞은 커리 같아. 처음엔 궁금했는데 맛보고 나니까 확 질려서 또 먹고 싶지는 않아."

그 말을 들은 나는 직관적으로 확 이해하게 된다. 복희씨가 설명하는 인물의 기질과 속성을 말이다.  - P28

형제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돌아왔다. 그래서인지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서 자주 말이 엉키곤 했다. 형보다 한국어가 더 서툰 아홉 살의 세윤은 연필이 땀에 젖을 만큼 힘주어 주먹을 쥔 채로 글씨를 썼다.

어느 날 세윤은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뒤늦은 일기를 쓰는 중이었다. 그의 원고지에는 이런 첫 문장이 삐뚤빼뚤적혀 있었다.

"내가 칠곱 살 때의 일이다."
- P35

가끔 엄마에게 혼나고 혼자 있을 때면 이런 노래를 부른다.
"어차피 화해할 인생~ 엄마는 나를 좋아하니까 
밤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한다.
- P66

나는 네가 ‘불의 아름다움‘에대해 쓴 글을 특히 좋아해. 너는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불이 특히좋다고 했지. 왜냐하면 불의 여러 색깔 중 네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보라색 불을 가스레인지에서 가장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랬어.

네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한 번도 가스레인지의 불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네 덕분에 나는 요즘 가스레인지의 불을 넋 놓고바라보곤 해. 내 일상을 조금 바꿔놓을 만큼 너의 문장들은 인상적이야. 열다섯 살도 열세 살도 아닌 열 살의 너를 관찰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