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두 마리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최대 일곱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모두 3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달팽이들이 서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오랜 구애 단계로서 대개 서로를 동그랗게 에워싸고 애무를 하다가서로의 더듬이를 접촉한다. 그러다 서로가 좋아하는 상대가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 구애행위를 중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이 잘 진행된다면 어떤 종은 서로 사랑의 화살을 찌르는 행위를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 달팽이들은 나선형 방향으로 서로를 안고 짝짓기를 한다. 이때 어떤 종은 서로 동시에 정액을 교환하는데 다른 종들은 처음 짝짓기에서는 수컷이나 암컷이었다가 다음 번 짝짓기에서는 역할을 바꾼다. 

마지막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러 휴식을 취한다. 달팽이 두 마리는 여전히 아주 가까이 붙어 있다가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서 미동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 어떤 때는 일곱 시간 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다. - P145

아툴 가완디는 2009년 3월,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서 ‘인류는 모두 격리를 고문처럼 생각한다" 라고 썼다. 질병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고립된 사람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 보이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잊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달팽이……… 우리 달팽이는 내 영혼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우리 둘은 온전히 하나의 사회를 이루었다. 그것은 우리서로 고립감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었다. 달팽이가 사라지자- 날이 저무는 것처럼 내게는 더 이상 기댈 희망이 없었다.
- P152

어느 날 밤, 새끼 달팽이한 마리가 자기보다 먼저 태어난 새끼 달팽이 한 마리를 따라서 유리용기 벽면을 가로질러 오르고 있었다. 그 새끼 달팽이는 지기 형뻘 되는 달팽이의 껍데기 위로 슬금슬금 기어 올랐다.그러자 형뻘 되는 새끼 달팽이가 몸을 돌리고 아우뻘 되는 새끼 달팽이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서로 더듬이를 거칠게 흔들어댔다. 하지만 형뻘 되는 달팽이가 아우뻘 되는 달팽일 등에서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형제들 간에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녀석들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가까스로 잠시 일어나 앉아 등에 올라탄 새끼 달팽이를 떼어내 부스러진 알껍데기 더미 옆에 내려놓았다. - P158

인간은 고귀하다.
다른 살아 있는 생명체들보다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을 잘 앎으로써바로 생명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 에드워드 0. 윌슨, 바이오필리아 (1984)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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