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는 남은 한 손을 들어올려, 얼굴은 기차가 가는 쪽으로,
즉 이바노프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마치 자기에게 돌아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둘은다시 넘어졌다. 이바노프가 자세히 보니, 큰애는 한쪽 발에는 털장화를, 다른 한 쪽에는 덧신을 신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자주 넘어진 것이었다.

이바노프는 눈을 감았다. 기진맥진해서 넘어지는 아이들을 더 이상은 애처로워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 순간 갑자기 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의 내부에 갇혀 평생을 힘겹게 뛰고 있던 심장이 그의 전신을 뜨거움과 전율로 휘감으며 밖으로 튀어나오려는듯했다. 

갑자기 그가 예전에 알던 모든 것이 좀더 정확히, 그리고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의 이기심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라는 울타리 속에서 바라봤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타인의 삶이 열린 가슴을 통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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